텐바이텐, 29CM… 온라인 시장의 미다스 손

이 창 우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인터넷사업팀에서 근무하며 인터넷 커머스 시장에 처음 눈떴다. 다양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상품을 모아 온라인 쇼핑몰 텐바이텐(10x10)을 만들어 히트시켰다. 이후 감성을 덧댄 미디어 커머스를 지향하며 2011년 29CM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현재는 커머스와 소셜을 결합한 형태의 닷슬래시대시를 창업,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같은데, 어김없이 새로운 플랫폼은 또 생겨난다. 뭐가 새로울까 싶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창의적 대안을 가지고 등장하는 소셜 미디어들이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닷슬래시대시(Dot Slash Dash)는 소셜 미디어 시장의 후발주자이면서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의 대세인 숏폼 중심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와 커머스를 결합한 형태로, 창작자에게는 팬을 모을 기회를, 브랜드에는 마케팅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호환을 기본으로 한다.

닷슬래시대시를 창업한 이는 29CM로 이미 흥행 가도를 달려본 경험이 있는 이창우 대표. 그는 디자인 상품의 온라인 쇼핑몰이 없던 2001년에 텐바이텐(10×10)을 선보였고, 온라인 쇼핑몰은 많지만 콘텐츠를 중요하게 다루는 쇼핑몰이 없던 2011년에 29CM를 내놨다. 그리고 10년 뒤인 2021년 닷슬래시대시를 론칭했다.

“지금은 상품 공급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경계가 무의미해졌습니다. 제 비즈니스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이제는 콘텐츠가 풍부한 개인을 중심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열릴 것이라 판단해서 닷슬래시대시를 론칭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닷슬래시대시는 이전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준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기에 내놓는 것마다 새로울까. 이창우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닷슬래시대시는 소셜 네트워크 형태로 숏폼,

즉 짧은 동영상을 통해 개인의 기억을 기록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 ‘숏츠’의 경우는

휘발성이 짙고 자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상이 많아요.

반면 닷슬래시대시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본 후에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올려요. 퀄리티 자체가 다르죠.

29CM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를 확대했다면, 닷슬래시대시는 소셜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닷슬래시대시는 소셜 네트워크 형태로 숏폼, 즉 짧은 동영상을 통한 개인의 기억을 기록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 ‘숏츠’의 경우는 휘발성이 짙고 자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상이 많아요. 반면 닷슬래시대시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본 후에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올려요. 퀄리티 자체가 다르죠. 개인의 기록에 좀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아카이브 됐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닷슬래시대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요.
“닷슬래시대시가 2분기에 출시할 마케팅 툴의 경우, 앞서 말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채널이 될 겁니다. 각자 관심 있게 본 콘텐츠를 올려놓고 소통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광고 상품이 붙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딩에 도움이 될 타깃 고객을 처음부터 확보할 수 있죠. 광고 콘텐츠까지 그 안에서 만들 수 있고요. 영상 베이스로 채널을 운영하기에 광고주가 어떤 캠페인을 원하면, 그 캠페인 목적에 맞는 영상들로 브랜디드 콘텐츠까지 만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예를 들자면.
“수입 차 브랜드가 새로운 아웃도어 전용 차량을 출시한 후 닷슬래시대시에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이나 캠퍼들과 캠핑하고 싶다고 제안하면, 해당 주제에 맞는 채널이 형성돼요. 그곳에 각자의 영상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 영상이라도 해당 채널이나 캠페인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올리면 됩니다. 영상이 모이면 사용자들이 투표해요.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콘텐츠, 즉 광고가 만들어지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최종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광고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는 광고 예산의 50%를 사용자의 참여도에 따라 보상해줍니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광고 수익이 많아지겠군요.
“그렇죠.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예요. 닷슬래시대시만의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닷슬래시대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닷(·), 슬래시(/), 대시(-)는 컴퓨터 자판 부호에서 딴 이름이에요. 생각나는 부호들을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추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요. 닷슬래시대시는 사용자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짧은 영상으로 일상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요. ‘인류기억저장소’라는 거창하지만 재밌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숏폼 시장에서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겠어요.
“숏폼은 최근 트렌드입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도 이제야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들도 후발주자인 셈이죠. 숏폼 홍수시대에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퀄리티 있는 정보성 아카이브를 지향합니다. 의미 없는 킬링타임 콘텐츠보다 기록에 가까운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중점을 뒀습니다.”

현재 닷슬래시대시의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까지 총 2회,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주력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인건비가 가장 크고요. 올해부터는 광고 상품 리워드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비에 쓰려고 계획 중입니다. 경험한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기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같이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채널을 활성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들이죠.”

닷슬래시대시의 목표라면.
“닷슬래시대시는 기능적으로는 소셜 성격을 띠고 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셜 서비스는 외국 서비스인데,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해외 진출입니다.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사업 모델을 짰고요. 우리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소셜 시장에 진출한다면, 한국 서비스로 해외 소셜 시장에 도전해서 성과를 낸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틀렸거나 시장에서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된다고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로는 힘들다고 하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세 번 창업하고 30년간 창업자로서 일할 수 있는 제 마인드입니다.

29CM 플랫폼을 열었던 때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10여 년 전에는 소비 시장이 모바일로 이동하던 시기였죠.
“텐바이텐을 창업하고 10년이 지난 시기였고, 제 관점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보였어요. 모바일 쇼핑 시대가 열리던 초기,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PC 화면을 모바일에 억지로 구겨 넣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게 과연 사용자 친화적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소셜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런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아졌어요. 여기에 착안한 게 브랜딩이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물건은 팔지만,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거든요. 브랜드의 스토리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이커머스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콘텐츠가 풍부한 카테고리를 찾다가 패션에 꽂혔고, 패션을 주력 카테고리로 29CM를 시작했습니다.”

29CM는 모바일 쇼핑몰이면서 유익한 패션 정보를 담은 미디어의 속성도 지녔습니다. 고객들이 열광한 지점 역시 커머스 미디어였고요.
“29CM는 커머스와 미디어를 합친 전략으로 성공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먼저 미디어의 속성을 추구하려면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초기 매출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건 영업 이익 측면에서 불리했거든요. 두 번째는 어느 정도 미디어 속성이 생기면 이를 활용하려는 브랜드가 증가하는데, 본인들의 매출 이익은 다른 플랫폼에서 취하려는 브랜드가 많았어요. 초기에는 사용자가 많지 않아서 불리한 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생겼습니다. 커머스와 미디어 두 가지를 합친 기능이 자리 잡으면서 29CM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브랜딩까지 가능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이후에는 입점 업체와 계약할 때 유리한 점이 많았고, 대기업에서 광고비를 받고 홍보해주는 역할도 하게 됐습니다.”

29CM는 등장부터 여느 쇼핑몰과 달랐습니다. 미니멀 디자인 제품, 처음 보는 브랜드 등장, 감각적인 광고 영상 등 여느 쇼핑몰과 분명 차별화된 지점이 있었죠.
“대규모로 외부 마케팅을 하진 않았어요. 브랜드의 스토리와 매력을 잘 살려 콘텐츠로 삼았고, 그즈음 마침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운 좋게도 우리가 준비한 콘텐츠가 자생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것이 전환점이자 마케팅 포인트가 됐어요. 성장 이후에는 단기적 매출을 발생시키는 고객보다 재구매나 로열티를 가진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어요. 우리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내부 지향적 전략을 취했습니다.”

29CM는 2018년을 기점으로 거래액과 매출액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5년 평균 거래액 70% 성장, 2020년 연간 기준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요.
“2018년까지 10년간 결과를 되돌아보면 성공적인 플랫폼이고 사업이었지만, 그사이 시행착오와 실패의 시간도 길었어요. 그즈음 초기에 생각했던 29CM의 플랫폼 완성도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했고, 매출 지향 경영을 시작했어요.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기보다 그때까지 잘 준비해왔고, 탄탄한 경쟁력을 가지고 방향 설정을 적확하게 한 것 같아요. 일부 희생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상품이나 소싱 업체 수를 대폭 올리고, 최적화 대응을 공격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초반의 화두가 브랜딩, 퀄리티, 콘텐츠, 로열티였다면 2018년 이후에는 입주업체 수, 최저가, 매출, 중간 이윤 등이 키워드가 됐고요. 당시 합류했던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가 이 전략을 잘 진두지휘한 힘도 큽니다.”

잘나가던 29CM를 그만두고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창업은 제가 했지만, 구조적으로는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형태였어요. 창업자로서 대표이사처럼 일했지만 10년 정도 지났을 때, 마침 시장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로 느껴졌습니다. 이것을 29CM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어요. 이미 탄탄한 사업 궤도를 달리고 있었으니까요. 마지막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하고 29CM를 떠났습니다.”

두 번의 창업 모두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창업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틀렸거나, 시장에서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된다고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앞서 했던 사업들도 마찬가지예요. 다음 달에 투자 유치가 안 돼서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보다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로는 힘들다고 하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세 번 창업하고 30년간 창업자로서 일할 수 있는 제 마인드 같아요.”

한양대 건축과 출신의 창업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과 경영, 연결 고리가 있을까요.
“건축을 좋아했고, 건축과에서도 나름 공모전 수상도 가장 많이 할 정도로 설계 쪽으로는 유망한 건축학도였어요. 하지만 막상 실무를 접해보니 내가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을 때 과연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런 차에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로 들어가게 됐어요. 건축 전공이 창업에 도움이 되는 지점은 분명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과 방법론적 측면, 또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건축하면서 배운 것들을 그대로 가져왔거든요. 건축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학문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조건을 주면 그에 맞는 콘셉트를 잡고 프로그램을 넣고 공간 배치나 사용자의 편리성, 법규까지 고려해 사용자와 건물주, 지역이만족하는 최종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분야죠. 경영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똑같은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또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건축과 경영은 통해요. 20년 동안 경영자로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건축을 공부하면서 배운 융합과 조합의 능력이 정보, 사람, 여러 측면에서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가, 사업가로서 지켜가고자 하는 원칙이 있다면.
“‘다채로운’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하는 일이나 사업, 회사가 세상과 사람들을 풍족하게 만들길 바랍니다. 좀 더 다채로운 세상, 사람들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또 기업을 운영하면서 언행일치를 실천하려 해요. 말과 행동이 같은 경영자를 지향합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나음’보다 ‘다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비교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잣대죠.
“새로운 사업이나 시도를 할 때, 처음부터 엄청나게 시장을 뒤바꿀 만한 대단한 것을 두고 경쟁할 순 없어요.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나름대로 무언가를 준비해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게 될 텐데, 그러려면 전략 자체가 굉장히 뾰족해야 해요. 그 뾰족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기존 시장에서의 우월감보다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다르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하려면 반드시 달라야 합니다.”

이창우에게 있어 나다움이란.
“그때그때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반대로 얘기하면 그때그때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다움이지 않을까요.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요. 잘못된 경우도 있고 피해도 있었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도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지금을 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