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나 창의력도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뇌와 학습,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한 시간가량 들은 후 궁금한 것을 저자에게 직접 묻고 듣는 질의응답 시간으로 넘어갔다. 책방에 직접 온 사람들뿐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로 참여한 이들도 채팅창으로 활발하게 질문을 보내왔다.

청중 1)_ 교수님께서는 뇌도 심장이나 간처럼 하나의 장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뇌 이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이슈타인의 뇌를 저한테 옮길 수는 없습니까?
“결국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점이 있어요. 심장은 혈액을 펌핑하면 되지만 뇌는 다르잖아요? 남의 뇌를 다른 이의 몸에 붙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죠. 또 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 해도 좋은 버릇만 갖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까 뇌 이식이 가능하더라도 윤리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겠죠.”

최인아 대표(이하 최인아))_ 선생님이 책에 쓰신 것처럼 기억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할 때, 만약 제게 선생님의 뇌가 들어오게 되면 그 사람이 저일까요, 선생님일까요?
“맞아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 이런 점도 있습니다. 만약 뇌에 뭔가를 연결해 고3 수학을 단시간 학습으로 끝낼 수 있다고 할 때 과연 좋은 일일까요? 저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넣는 게 아닙니다. 사람은 뭔가를 학습할 때 고생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다르게 변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게 없이 뭔가가 탑재되면 시험에선 만점을 받겠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싸우고 화해하며 인격체로 성장해나가는 경험은 없겠죠.”

청중 2)_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기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임상시험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질병이나 장애를 극복한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은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러워지는 등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활동에 문제가 생깁니다. 아프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뇌에 자극을 주고 조절해서 다시 정상으로 만들고, 또 생각만으로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죠.”

청중 3)_ 뇌가 젊다는 건 무엇을 뜻하나요? 시냅스 활동이 원활한 것을 의미하나요? 그걸 위해 평소 무얼 하면 좋을까요?
“뇌가 젊다는 게 무조건 좋은 걸까요? 나이 든 쥐와 젊은 쥐, 어린 쥐의 해마 실험을 보면 의외로 나이 든 쥐의 해마가 젊은 쥐에 비해 성능이 별로 떨어지지 않아요. 다만 나이 든 쥐들은 귀찮은 거예요. 이거를 또 해야 되나 싶은 거죠. 젊은 뇌는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빨리 경험을 많이 해서 생존 확률을 높여야죠. 그래서 모든 걸 새롭게 보고 호기심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 같아요. 아기는 뇌가 거의 백지상태로 태어납니다. 그러니 오감으로 접하는 것마다 ‘이게 뭐지?’ 하면서 엄청난 호기심을 갖죠. 이때가 호기심이 최고조인 것 같고 나이 들면서 경험치는 높아지고 호기심은 낮아집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자극에도 어리고 젊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달려들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봤던 거네’ 하면서 시들하게 여기죠. 자연은 호기심은 줄이는 대신 경험을 늘리면서 생존 확률을 높게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젊다는 게 꼭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인아)_ 그렇다면 교수님은 젊은 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없으실까요?
“젊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한 가지 일을 오래 못 해요. 사무실에도 컴퓨터를 네 대 두고 돌아가면서 일합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데 저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뇌를 갖고 있어요. 꼭 일만 하는 것도 아닙니 다. 제가 밴드 활동을 하는데 가끔 음악도 만들어요.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놓는 거죠. 그러니까 뇌가 젊다는 건 쉬지 않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든 뇌는 성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흥미가 떨어진 상태인 것이고요. 각자가 흥미를 느끼는 뭔가를 갖고 있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최인아)_ 젊은 뇌가 당연히 성능도 뛰어날 것 같은데 말씀을 듣고 보니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이 빨리 잘되는 게 꼭 베스트는 아니군요. 경험과 균형이 잘 맞아야 생존 가능성이 크도록 진화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시냅스는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 가장 많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가지치기가 됩니다. 가지치기가 되어 연결이 줄어들면 나빠지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좋아지는 거예요. 가지치기가 안 된 채로 있으면 너무 부산하죠. 아이들을 보세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그건 아이들 뇌에 불가능한 일이에요.”

최인아)_ 제가 책방마님 편지에 바로 이 얘기를 썼습니다.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앞선 세대가 학습하고 경험한 것들의 가치는 떨어지고 젊은 사람들의 것이 높이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는데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경험의 가치를 새로 알게 되었다고요. 상상력이나 창의성도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대목을 읽고 특히 반가웠습니다.
“경험 없는 뇌가 뭐를 할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계속 묻습니다. ‘아빠, 이건 왜 이래’ ‘이건 뭐야?…’ 아이들이 질문이 많은 것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런 뇌를 계속 갖고 있는 건 생존 확률 측면에서 보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젊다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거죠. 젊은 사람들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젊은 사람들이 가진 것을 잘 융합해야 합니다.”

 

뇌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뇌세포 간 연결, 즉 시냅스는 원래 계속 바뀝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시냅스도 변하게 돼 있어요.

강도를 조절하는 훈련까지 받으면 훈련한 대로 또 바뀌죠.

뇌는 실패해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바꾸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이에요.

청중 4)_ 운동하면 해마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죽은 뇌세포는 되살리기 어렵다고 쓰셨어요. 그렇다면 운동의 효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세포는 원래 재생됩니다. 뇌세포만 재생이 안 돼요. 그런데 뇌에도 세포가 계속 생겨나는 영역이 있는데 해마가 그렇습니다. 해마의 하위 영역 세포는 계속 생깁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아마도 운동을 하면 그 세포들이 생겨나는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해마는 알코올과 독소에 매우 취약해요. 그러니 이런 걸 자주 취하면 세포가 잘 늘지 않겠죠. 반면 운동과 건강한 생활습관, 수면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청중 5)_ 가끔 사진기 같은 놀라운 기억력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슈퍼 터보 엔진이 달린 해마를 가진 건가요?
“시각적 기억이 굉장히 우수한 사람이 있어요. 암기도 내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냥 페이지를 떠올려서 하는데 해마의 기억은 그런 게 아닙니다. 해마의 기억은 동영상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면 스토리를 기억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기억하는 게 해마의 주된 역할입니다.”

청중 6)_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성공 의지를 강하게 하고 싶은데 뇌를 그렇게 훈련하는 게 가능할까요?
“뇌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뇌세포 간 연결, 즉 시냅스는 원래 계속 바뀝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시냅스도 변하게 돼 있어요. 강도를 조절하는 훈련까지 받으면 훈련한 대로 또 바뀌죠. 뇌는 실패해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바꾸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이에요. 시행착오(Trial and error) 시스템으로 실수를 하면서 솔루션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수를 처벌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소극적이 됩니다. 서양은 칭찬에 후한 편입니다. 시도를 계속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죠. 반면 한국은 못한 걸 지적하는 경향이 강해요. 도전하고 싶지 않죠.”

우리는 이날 뇌에 대해 많은 걸 새로 듣고 알았다. 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답다는 게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것이 그저 늙는 게 아니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오늘 북토크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살아 있는 한 계속 학습하고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