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는 ‘애서가들’

인터뷰 매거진 《topclass》 10월호 스페셜 이슈는 ‘애서가들’이다. 즐길 거리가 다양해지고 전자책이 등장하며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음을 우려한 지 오래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쪽에서 소멸이 일어나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는 회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독서 인구는 줄고 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이 지닌 마력을 더욱 신봉하고 강화하고 있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온라인 콘텐츠라 해도 책의 몸을 갖지 않은 글자는 미완의 콘텐츠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화면으로 충분히 사랑 받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헤어질 결심>가 영역을 옮겨 베스트셀러에 대본집 이름을 올린 것이 대표적. 웹툰, 웹드라마, 브런치 콘텐츠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를 끈 콘텐츠도 종이책으로 착륙한다. 여전히 종이책을 읽을 때의 미감(美感)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topclass》 10월호에서는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해 마지않는 대표적 인물들을 만났다. ▲스타 편집자로 알려진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 ▲사랑을 이뤄지게 해주는 ‘서점, 리스본’의 정현주 대표 ▲서평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도 서평을 읽게 만드는 서평가 금정연 ▲망가진 책을 고쳐 추억을 붙잡아주는 재영 ‘재영 책수선’ 대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 등의 작품 세계를 옮기는 번역가 권남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밖에도 애서가가 쓴, 책에 대한 책 여섯 권과 대표적인 북튜브 채널을 소개했다.

 

배우 임윤아, 하정우

이번 달에도 셀럽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과 드라마 <빅마우스>를 잇달아 히트시킨 주인공 임윤아를 만났다. 걸그룹으로 신인상과 대상을 포함해 100여 개의 상을 석권한 기록을 세웠고, 음원 순위나 앨범 판매고에서 밀린 적 없는 멀티 아이돌 소녀시대를 넘어 연기에서도 뚜렷한 방점을 찍은 윤아는 배우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윤아는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얼마나 잘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배우가 아니라,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워너비 배우’가 됐다.

“제가 선택한 일들이 이렇게 동시에 진행될 줄은 몰랐어요. 타이밍을 제가 정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요.”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넷플릭스 <수리남>의 주인공 하정우를 인터뷰했다. 하정우 사용법을 잘 아는 윤 감독은 그를 십분 활용했고 하정우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윤종빈의 페르소나’임을 증명했다. 더욱이 윤 감독은 〈공작〉을 함께 한 황정민까지 붙였다. 공개 닷새 만에 글로벌 순위 3위의 저력을 보인 〈수리남〉은 그렇게 완성됐다.

 

키노시타 타카히로, 장강명·김혜정, 김미리, 팔각

‘김민희의 속깊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본 아이템을 활용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의 패션스타일 ‘시티보이룩’의 창시자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키노시타 타카히로다. 그는 2012년부터 6년간 일본 잡지 《뽀빠이(POPEYE)》 편집장을 맡아 반석에 올려놓았고 현재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라이프웨어》를 발간하고 있다. 단순히 자사의 신제품과 브랜드 가치를 전하는 데 머물지 않는 《라이프웨어》에는 닮고 싶은 사람과 삶의 유형이 녹아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환경과 이웃을 사랑하며, 삶의 여백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등장한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미학, 일종의 보편성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그리고 10대 소년·소녀들의 반짝이는 순간보다 더 큰 아름다움은 없다고 여기기에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싶었어요. ‘시티보이’라는 콘셉트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패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개성을 반영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유슬기의 이작가야’에서는 장강명 작가·김혜정 대표를 만났다. 부부인 두 사람은 ‘책 중심 사회’를 열망한다.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 많은 저자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장 작가가 ‘쓰기’를 독려해 생태계의 군집을 확장한다면, 김 대표는 ‘읽는’ 이들을 모아 이야기를 키운다. 9월 29일 문을 연 지식공동체 ‘그믐’은 독자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부부는 독서 공동체가 자력갱생하길 바란다. 책을 실제로 읽은 이들이 책을 추천하고 각자의 심금을 울린 문장에 밑줄을 긋고, 서로의 인생책을 함께 읽으면서.

도시에서 치열한 삶을 살던 직장인 김미리는 번아웃을 경험했다. 소진될 대로 소진돼버려 안이 텅 빈 듯하자, 그는 더 점점 괜찮지 않아졌다.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나 지금 괜찮은가?’ 생각에 휩싸이다 불현듯 시골집을 매매했다. 그렇게 평일은 서울에서, 주말은 시골집에서 사는 삶이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집을 짓는 일은 온전히 제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남들 의식하지 말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보자는 다짐이 섰어요. 물론 이 집을 지었다고 내 인생이 엄청 달라지진 않았어요. 그저 내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해요. 쓰러져가는 폐가가 내 손을 거쳐, 몰랐던 나의 취향과 선호를 담은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시공간을 넘나들고 동서양,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장르 불문 디테일한 색감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작가 팔각.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단행본 《인간 실격》, 웹소설 〈그랑 주떼〉 〈키메라〉 〈악녀의 맞선남이 너무 완벽하다〉 등의 표지와 오디오 드라마 〈스티그마타〉의 일러스트, 웹소설 〈내가 키운 S급들〉의 삽화를 그린 팔각은 웹소설의 얼굴이자 세계관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처 드러나지 않은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topclass》의 연재물들 역시 이번 달 재미를 더했다. 최인아책방 북토크 주인공은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를 발간한 이인아 교수다. 뇌가 학습하고 기억하는 이유와 원리에 대해 독자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엿볼 수 있다. 

‘박연준의 응시’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일상을 전한다. 책으로 가득 차 작업실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애물단지 공간을 품고 있는 사람과 사는 데는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추억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그가 사랑하는 걸 ‘참고’ 품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 기자의 경리간길’은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을 찾았다. 헌책방은 책이 손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책은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책 스스로 나타나줘야 한다”는 경험의 묘한 공기를 사진으로 포착했다.

《topclass》는 매달 25일, 전국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