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아사리판 유감

라이센스 공연의 경우 프로듀서, 연출, 음악감독이 오디션을 본다. <엘리자벳>은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김문정 음악감독이 그 역할을 했다. 최종으로는 원작사의 승인받는다.

한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은 EMK 컴퍼니의 뮤지컬에 함께 했다.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지 17년 차, <레베카> 출연 이후로 옥주현 회차의 뮤지컬은 매진 행렬을 이어간다.

그 역시 8년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제작사에서 캐스팅 관련 조언을 구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조언의 입김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해석이 다르다.

 

조언인가, 입김인가 

뮤지컬 엘리자벳 프레스콜, 왼쪽은 배우 김소현 오른쪽은 배우 옥주현
뮤지컬 엘리자벳 프레스콜, 왼쪽은 배우 김소현 오른쪽은 배우 옥주현

옥주현은 자신은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 관계자들은 그의 입김에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아니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인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공연마다, 캐스팅마다 다를 것이기에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종 선택은 결국 제작사에서 하는데 그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수치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호영 배우가 SNS에 옥장판 사진을 올리고 ‘아사리판이 아니라 옥장판’이라며 뮤지컬 객석 사진을 업로드한 지 10일의 시간이 지났다. ‘아사리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옥장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다. 이는 두 사람의 송사로 이어졌다. 여기에 뮤지컬 1세대와 배우들이 나섰다.

이들이 올리고 동의한 입장문에는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스태프는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고 쓰여 있었다.

 

옥장판이 아니라 아사리판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0년 100억 원 수준에서 20년 만에 연 4000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여기에는 뮤지컬 팬덤의 영향이 크다. 옥주현, 조승우, 김준수, 박효신 등의 티켓파워다. 물론 여기에는 뮤지컬 1세대를 시작으로 무대를 지킨 이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다.

한편 2018년 기준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남자 톱배우 조승우·김준수·박효신 등은 공연 1회당 약 2500만~5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주현은 당시 기준으로 공연 1회당 약 900만~1000만 원 선의 출연료를 받았다. (현재의 출연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뮤지컬 업계의 여러 관행이 ‘옥장판 사태’ 이후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제작사와 배우의 관계, 캐스팅의 입김, 남녀 배우의 개런티 차이까지다. 유튜브에서는 옥주현이 갑질을 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1세대를 비롯해 뮤지컬 업계 종사자들은 이제야 입을 연다.

이제라도 바로 잡고 싶은 것인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지 모르겠으나 그 시작은 석연치 않다. ‘아사리판이 아니라 옥장판’은 좋은 시작이 아니다. 이는 정식 문제 제기도, 해결을 위한 논의도 아니었다. 누군가 홧김에 올렸다 지운 SNS에 여기까지 왔다.

1세대 선배는 유튜브에 출연해 “송사까지 갈 것이 아니라, 전화로 풀었어야 했다. 제 발 저리는가?”라고 물었는데 ‘옥장판’에 대해서는 “그런 의미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작점이 아니라 대응을 문제 삼았다. 옥주현은 24일 자신의 SNS에 선배들의 말을 귀담아듣겠다며 사과의 글을 올리고 고소를 취하했다.

‘아사리판’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말한다. 옥장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고 쳐도, 현재 뮤지컬계가 아사리판이라는 게 옛말은 아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