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택배 3월 2일에 온데”

“대!!”

맞춤법에 관심이 많은 나와 달리 맞춤법에 별 관심이 없는 나의 친구는 ‘-대’를 써야 할 자리에 ‘-데’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대’를 써야 한다고 알려주곤 하지만, 최근엔 이런 경우가 내 친구만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봐도 ‘-대’를 써야 할 자리에 ‘-데’를 쓴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알고 있었데’, ‘카톡도 된데’와 같이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대’와 ‘데’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대

[Ⅰ] 「어미」 ((형용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할 자리에 쓰여, 어떤 사실을 주어진 것으로 치고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놀라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뜻이 섞여 있다.

[Ⅱ] ‘-다고 해’가 줄어든 말.

 

-데

「어미」 ((‘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할 자리에 쓰여,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 ‘-데’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는 말로 ‘-더라’와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데 비해, ‘-대’는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친절한 설명대로, ‘-데’는 자신이 과거에 직접 경험한 사실을 전할 때 쓰이고, ‘-대’는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할 때 쓰인다. 내 친구는 택배가 3월 2일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택배사로부터 듣고 그것을 나에게 전달하고 있으므로,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상황이어서 “3월 2일에 온대(온다고 해)”라고 해야 한다.

‘-데’의 용례로는 “걔가 말을 아주 잘하데”를 들 수 있다. 나는 ‘-데’를 쓸 상황에 ‘-더라’를 주로 써서 어미에 ‘-데’를 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에겐 너무 어색한 어미 ‘-데’. 왜 많은 사람들은 ‘-대’를 ‘-데’로 잘못 쓰고 있을까? 다른 맞춤법은 나도 많이 헷갈려서 그 어려움에 잘 공감하는데, ‘-대’가 어려운 이유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오랜 시간 고민을 해 보았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발음의 유사성이었다. 한국어에서 모음 'ㅐ'와 'ㅔ'는 발음상 잘 구별되지 않는다. 다들 한번쯤 “아이(ㅏ,ㅣ) 모음을 써요. 멍멍 개 할 때 'ㅐ' 모음이요.”와 같이 말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대’와 ‘-데’도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아 ‘-대’를 쓸 자리에 ‘-데’를 쓴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아 표기가 헷갈릴 때, 왜 하필 'ㅔ' 모음을 써서 ‘-데’라고 쓰는 걸까? 왜 어색한 ‘-데’를 쓰단 말인가. 아직 나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고민을 하던 중, ‘-데’를 쓰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큰 고민 없이 ‘-데’를 쓴다는 것을 포착하게 되었다. ‘로서’와 ‘로써’, ‘되’와 ‘돼’ 등 발음이 비슷해서 표기에 혼란이 있는 경우에 사람들은 검색을 해서 그 쓰임을 확인하고, 올바른 표기를 사용하려고 하곤 한다.

혹은 잠시라도 고민을 한 후에 둘 중 한 표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내 주위에 ‘-데’를 자주 쓰는 사람들은 그게 너무나 당연하고 맞다는 듯이 ‘-데’를 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데’가 쓰이는 여러 문장이 떠올랐다.

 

“돈도 없는데 붕어빵은 다음에 사자.”

“얼만데?”

“3마리에 5000원이라고 써 있던데

“헉 정말 비싼데!”

“아 오늘 저녁에 아빠가 치킨 사 오신대. 얼른 집으로 가자.”

‘-ㄴ데’로 시야를 넓히니 어미가 ‘데’로 끝나는 많은 문장이 보였다. 어미 ‘-데’가 쓰인 표현은 나에게 낯설지만, ‘-ㄴ데’가 쓰인 표현은 너무나 일상적인 표현이었다. 연결어미 혹은 종결어미로 쓰이는 ‘-ㄴ데’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이 ‘-대’를 쓸 자리에 ‘-데’를 쓰는 것이었다.

이제 ‘-데’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미 ‘-대’보다 ‘-ㄴ데’의 쓰임이 더 빈번해서 /데/라는 형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를 쓸 자리에 ‘-데’를 쓰고 만 것이다. 하지만 ‘-대’를 쓸 자리에 ‘-데’를 쓰면 의미가 많이 달라져 소통의 오류를 낳기 때문에 맞춤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헷갈린다면 하나만 기억하자. ‘-다고 해’의 의미를 가질 때는 ‘-대’를 쓴다! “엄마가 청소하”와 같이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할 때는 /ㅐ/를 쓴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적절한 상황에 ‘-대’를 사용해 보자. 몇 번 연습해 보면 ‘-대’와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