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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문장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가? 혹시 ‘저희 나라’는 잘못된 표현이므로 ‘우리나라’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가?

오늘은 ‘저희 나라’에 쓰인 ‘저희’의 비밀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다. 반면 저희나라는 사전에 없기에, 이 글에서는 저희 나라와 같이 두 단어로 표현할 것이다.

저희우리의 낮춤말이다. ‘우리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오늘 갈 곳은 어디야?”와 같이 화자와 청자를 모두 포함하는 우리’, “우리 먼저 간다와 같이 청자를 포함하지 않는 우리’, “우리 엄마와 같이 명사 앞에 쓰여 친밀함을 드러내는 우리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문을 통해 볼 때, ‘저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의 우리의 낮춤말로 보인다. 즉 화자를 포함하는 우리저희로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저희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저희 나라는 두 가지 상황에서 문제가 된다. 첫째는 한국인에게 말할 때이고, 둘째는 외국인에게 말할 때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저희 나라는 좋은 나라입니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화자는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의도에서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는 나라가 저희 나라라는 표현으로 낮춰지는 것을 보고 불쾌함을 느낄 것이다. 낮춤의 대상이 두 사람 공통점인 국가가 되면서 높임의 대상인 청자도 간접적으로 낮춰지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저희 나라'란? 

이번에는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저희 나라는 좋은 나라입니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국립국어원은 자기의 나라는 남의 나라 앞에서 낮출 대상이 아니므로 저희 나라와 같이 표현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사람과 국가 모두 차별 없이 동등한데, 국가는 낮출 수 없고 사람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외국인은 한국어를 모를 가능성이 높고, 높임 표현이 없는 언어권에서는 저희 나라우리나라가 같은 표현으로 번역될 것이다. 따라서 번역을 통해 한국어를 이해하는 외국인에게는 저희 나라라는 표현의 겸손 맥락이 전해지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도 결국은 외국인에게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한 한국인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국인에게 저희 나라는 왜 불쾌한 표현일까? 이는 높임 표현과 관련이 있다. 한국어는 높임 표현이 있는 언어로, 한국어 화자들은 높임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스스로를 낮추거나 상대방을 높여 말하도록 교육받는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높임 표현을 사용해야 할 때에 높임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지적을 받기도 한다.

저희 나라는 타인을 낮춤말인 저희에 포함시킨 표현이다. ‘저희는 자신만을 낮추어야 하는데, ‘저희 나라의 경우는 낮추지 말아야 할 타인까지 낮추었다고 볼 수 있다.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들은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할 것이다.

잠시,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기 위해 저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지 한국 사람 모두를 낮추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우리저희로 낮추어 말하기에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우리저희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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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른 용례를 살펴보자. 해외 여행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 친구를 만난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 친구가 저희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국가는 낮춤의 대상의 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줄 것인가, 또는 외국인이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낮추어 저희 나라라고 말한 것에 우월감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지나칠 것인가. 이 경우에도 저희 나라가 불쾌한 표현인가?

 당신은 엄격한 맞춤법 지킴이인가요? 

이렇게 따져보니 저희 나라를 문제시하는 사람은 엄격한 맞춤법 지킴이거나 자신을 절대로 낮추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엄격한 맞춤법 지킴이라면, ‘저희 나라와 같은 실수는 너그러이 눈감아 주길 바란다. 격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처럼 보이려고 높임 표현을 쓰다가 튀어나온 아쉬운 실수일 것이다.

저희 나라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이 자국을 낮추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니 해당 표현이 사용된 맥락과 의도를 이해해 보자. 한편 자신을 절대로 낮추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순간 잘못 쓰인 표현 하나로 자신의 모든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노력을 해 주길 바란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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