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맨 끝 자리 이시언이 없는 <나혼자 산다>는 어떤 풍경일까. 전현무가 없는, 한혜진이 없는 <나혼자 산다>는 이미 겪어본 바 있지만 또 기안84가 없는 <나혼자 산다>가 진행될 뻔도 했지만, 막상 이시언이 없는 <나혼자 산다>가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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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언 이별여행을 담은 <나혼자 산다>, MBC

 

 그의 말대로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든 사람 자리보다 난 사람 자리는 더 커서, 그가 떠난 뒤에야 더 휑뎅할 것이다. 5년 차 무지개 회원인 그는 이미 2년 전부터 하차를 고민하고 준비해왔다고 했다. 2년이 더 걸린 이유는 그동안 <나혼자 산다>에 찾아온 여러 부침과 프로그램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얼장으로서의 면모였으니까.

 

무명과 가난, 그리고 그 극복기를 리얼하게 함께 담았던 그의 5년 

박나래의 말대로 그동안 우리는 이시언의 인생을 함께 살았다’, 5년 동안 자기 한 몸 누일 곳 없던 좁은 자취방에서 치약으로 청소하던 그는 대학 입학 후 매년 3만원씩 부었던 청약이 당첨 돼 아파트로 이사했다. ‘대기배우대배우사이에서 분투하던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 거름이 되어준 이들에게 찾아가 살뜰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 그를 드라마 <친구>에 발탁해 준 곽경택 감독, 그 오디션에 붙을 수 있게 도와주었던 오랜 친구. 이후 단역, 조연으로 출연하며 맺었던 인연들이 그의 관찰 영상에 담겼다.

새로운 회원이 왔을 때 가장 낯을 가리는 이도 그지만, 새로운 멤버가 무지개 회원이 되고 나면 가장 버팀목이 되어준 것도 그다. 뉴얼로 <나혼자 산다> 멤버가 된 배우 성훈이 그의 이별 여행에서 가장 많이 오열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현미경같은 관찰력으로 멤버들의 캐릭터를 잡아준 것도 그의 몫이었다. 박나래의 나래코기, 나래바르뎀, 지옥에서 온 웨딩피치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고, 한혜진의 달심도 그의 포착으로 탄생했다. 예능인에게 캐릭터란 얼마나 귀한가. 정작 그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썩동(썩은 동앗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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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철원에서 초심을 다진 이시언, MBC

 

하지만 10대부터 줄곧 배우가 되고자 무명도, 가난도 견뎠던 그가 자신의 대표작이 여전히 <나혼자 산다>라는 건 견딜 수 없는 멍에였을 것이다. 이제 그는 유명해졌고 더 이상 가난하지 않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을 것이다. ‘좀 더 발전된 배우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울먹인 건 그의 진심이다. <나혼자 산다>를 하며 영화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그의 비중은 커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더구나 작품으로 만난 인터뷰에서도 예능관련 질문이 쏟아졌으니 그의 고민은 더 깊었을 것이다.

 

널 위해 준비한 오늘 이별이 힘들었단 걸 잊지마 

사랑하지만 떠난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을 예전엔 믿지 않았지만 어른의 사랑은 그렇다. 서른 아홉, 새해에 마흔인 이시언은 이제 신발끈을 고쳐 맸다. 이별 여행 전 그의 영상이 백골부대 군대 후임이던 고향 동생과 함께 철원에 갔던 건 그가 얼마나 초심을 길어올리려 애썼는 지 알 수 있게 한다. 코로나로 실의에 빠진 자영업자 후임에게 찬 계곡물에 몸도 담그고, 힘 좀 내고하자던 그의 초대는 실은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물풍선처럼 부푼 눈으로 이별여행의 처음과 끝을 채웠던 이시언의 빈자리는 이제 남은 이들의 몫이다. 그의 눈물젖은 선택이 훗날의 웃음이 되길, 그래서 언젠가 웃는 얼굴로 점을 찍고 나타난 이보연과 함께 무지개 영상을 보게 될 날이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