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역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고등학생 엄마이면서 30대 교수도 연기해야 한다. 20대 배우가 분장을 하면 느낌이 안난다. 대한민국에서 20대에서 40대까지 연기를 하면서 연기도 잘하고 여신같은 느낌을 내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김희선이었다.”

SBS 드라마 <앨리스>의 연출을 맡은 백수찬 감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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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앨리스> ⒸSBS

 

또 시간여행? 12?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김희선이 하면 다른 결이 된다. 김희선은 데뷔 후 한 번도 톱스타가 아닌 적이 없고, 핫이슈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조신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가 대세였던 90년대에도 솔직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전혀 다른 결의 팬덤을 만들어 냈다.

  최연소, 최초, 최초, 김희선의 기록들

 김희선은 여러 기록의 보유자다. 1992고운 얼굴 선발대회에서 수상하며 연예계 데뷔한 그는 16세에 최연소로 인기가요 MC를 맡았는데, 최연소일 뿐 아니라 최초의 여자 MC였다. 그가 한참 활동하던 1990년대 후반에는 30%대 드라마가 즐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희선이 있었다.

특히 1998년 만 21세에 대상을 받은 드라마 <미스터Q>는 최고 시청률 45.3%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웨딩드레스>, <안녕 내사랑>, <프로포즈>, <해바라기>, <미스터Q>, <토마토> 등에서 그가 착용한 옷과 악세사리는 금새 품절돼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김희선 곱창, 김희선 머리띠, 김희선 바지, 김희선 머리 심지어 그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요요도 유행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다 트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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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부일체>에 출연한 김희선 ⒸSBS

 90년대 후반 1년에 3편 정도의 드라마를 찍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김희선은 2000년대에 들어 영화계로 진출했지만 드라마만큼의 파급력을 보이진 못했다. 이후 중국, 일본 진출로 한국 활동은 점점 더 뜸해졌고, 2003<요조숙녀>5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당시 김희선이 돌아왔다는 소식과 최고의 몸값으로 화제가 됐지만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30대의 김희선은 달라져 있었다. 일단 결혼과 출산으로 톡톡 튀는 신세대의 이미지를 벗고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자가 됐다. 이후 그가 출연한 <신의>, <참 좋은 시절>, <앵그리맘> 등의 드라마는 사회상과 시대상을 함께 담은 드라마였다.

  품위있는 연기까지 가능해진, 40대의 김희선  

 그리고 본격적으로 김희선이 돌아왔다는 걸 알린 건 2017년 jTBC <품위있는 그녀>. 1977년생인 그가 딱 마흔에 만난 작품이다. 그동안 넘치는 스타성과 매력으로 이끌던 드라마를 이제 품위와 내공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품위있는 그녀>는 시청률 뿐 아니라 작품성, 연기력으로도 두루 인정받은 모처럼의 완전체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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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리고 이제 <앨리스>. 고작 2주가 지났을 뿐인데, 지상파 드라마 중 유일하게 화제를 모으며 선전하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다시 김희선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제 김희선은 주원의 어머니 역을 맡을 정도로 완숙한 모성애도 표현이 가능하고, 다른 세계에선 주원과 로맨스가 가능할 정도로 멜로의 끈도 놓지 않는다. 더구나 천재 과학자를 표현하기 위해 SF 장르를 소화해야하고, 틈틈이 액션도 선보인다. 그동안 김희선이 쌓은 이미지와 내공의 총합같은 드라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능에서도 환영받는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출연했다고 말한 <집사부일체>에서 그는 나는 정말 성형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모가 그대로다)”라는 말, “소주는 4병 정도 마신다라는 입담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자기 스스로 나는 토마토(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마신다)’라고 말하고, 그래서 자신이 화가 나면 딸이 엄마 맥주 좀 마셔라고 한다고 하는 솔직한 입담으로 변하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예능계에서도 끊임없이 김희선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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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형님>에 출연한 김희선 ⒸjTBC

 

 누구보다 핫한 20대를 보내고, 질풍노도의 30대를 지나 안정된 가정과 연기력으로 출중한 40대를 보내는 배우. 그러면서도 세월의 풍파를 홀로 비켜간 듯 진공 상태 같은 존재. 1992년에 데뷔했으니 곧 30년이 다되어 가는데, 그는 변함없이 유쾌하고 즐겁고 솔직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톱스타의 최전선에서 물러난 적이 없는 연예인의 연예인. 그래서, 지금도, 김희선은 김희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