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느루(안예진), 나로(이시은), 로운(김유진), 다온(윤세빈).
언어에는 의사소통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틀의 기능도 한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언어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복잡다단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하지만 언어란 일상에 늘 존재하는 공기와 같아서 사색과 모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모국어 사용자들이 관습처럼 써오던 단어를, 표현을, 속담을 뜯어보면서 “우리, 사회 변화에 발맞춰 바꿔가요!” 하는 목소리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대학생들이 있다. 고려대학교 언어탐험대의 열두 명 대원들. 이들은 말 그대로 언어를 탐험한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낚아채 이면의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우리, 이 말을 그대로 써도 괜찮을까요?” 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 탐험의 결과물은 《topclass》가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 〈토프(topp)〉에 ‘신지영의 언어탐험’ 칼럼에 담기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탐험대원들이 매주 돌아가면서 한 꼭지씩 연재해 이제까지 약 120개의 내용이 쌓였다. 온라인으로만 공유하는 게 아까웠던 탐험대원들은 교내 CCP(Creative Challenger Program·자기주도창의설계 프로그램)에 도전해 지원금을 받았고, 이 지원금으로 《언어로 탐험하는 우리 세상 이야기-언어탐험대》(비매품)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도 언어탐험대원들은 평소 대화나 TV 프로그램, 거리 간판을 향해 예리한 촉수를 세우고 글감을 찾는다. 글감은 곧 질문이 되어 탐험에 나서게 하고, 이 탐험 결과물은 독자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언어의 어원을 탐구하면서 사실은 차별어였음을 알려주기도 하고, 더 나은 소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이 콘텐츠들은 갈수록 화제다. 1만 뷰가 넘는 콘텐츠도 열 개에 달한다.

‘K-pop에 영어가 꼭 많아야 하나요’ ‘음료 나오셨습니다?’ ‘넘치는 신조어는 요즘 애들의 문제인가’ ‘자몽하다, 수박하다, 포도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대한민국 헌법, 오류 비문 투성이’ ‘1도 없다니’ 등이 대표적이다.

언어탐험대를 이끄는 탐험대장은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다. 신 교수의 역할은 그야말로 대장님이다. 매달 말 합평회를 열어 학생들이 다음 달에 선보일 콘텐츠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합평회를 통해 탐험대원들의 원글은 더 뾰족하고 더 쉬워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우들의 글을 읽으며 역지사지 해보기도 한다.

탐험대원들은 자신이 〈토프〉에 쓴 콘텐츠 말미에 달린 댓글을 꼼꼼히 분석하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다음 콘텐츠에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이상한 말습관 5가지’ 콘텐츠에 “아니~로 상대방 말을 끊고 내 말을 시작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연구해달라”는 댓글이 달리자, 이 콘텐츠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탐험대원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4인방 김유진·안예진·윤세빈·이시은을 만났다. 이들은 〈토프〉에서 각각 로운·느루·다온·나로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 언어탐험대원들이 펴낸 《언어로 탐험하는 우리 세상 이야기-언어탐험대》(비매품).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필명이 인상적이었어요.
필명을 정하게 된 계기와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김유진(이하 ‘로운’) : 저는 국문과 4학년 김유진입니다. ‘이로운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로운’이라는 필명을 정했습니다.

윤세빈(이하 ‘다온’) : 저도 국문과 4학년이고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모두 다 온다는 순우리말 ‘다온’을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애칭으로 불러주신 이름이에요.

이시은(이하 ‘나로’) : 국문과 4학년입니다. 언어탐험대 활동을 하면서 나로부터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을 ‘나로’로 정했어요.

안예진(이하 ‘느루’) : 학부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현재는 국문과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느루라는 단어에는 ‘항상, 늘’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느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필명을 갖게 되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나요?

로운 : 본명으로 글을 쓸 때는 많은 걸 포장하려는 면이 있었어요. 솔직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필명을 가지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담감도 사라진 것 같아요.


언어탐험대 활동을 하면서 독자들이 이것만은 꼭 읽었으면 하는 콘텐츠를 하나씩 꼽는다면요.

나로 : 저는 ‘여기 자리 있어요’라는 글이 생각나는데요. 특정 생각을 널리 알리는 글이라기보다는 ‘우리말이 이렇게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들이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말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글이에요.


그 글을 읽으며 우리가 영어 비동사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왜 국어사전에서는 한 번도 ‘있다’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했어요. 그런 면에서 다온 학생의 야구단 이름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다온 : 제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선수나 경기 결과에만 관심 갖지, 야구단 이름이나 의미에는 무관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야구단 이름은 왜 영어로 돼 있을까’를 탐색해보는 글을 쓰면 야구팬들에게 조금은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느루
우리말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소통을 위해 영어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데요.


느루 : ‘쉬림프? 슈림프? 정답은…’의 제목으로 쓴 글이 있어요.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하는데 ‘외래어 발음만 가져온다고 해서 과연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터링 하지 않고 외국 단어만을 가져오면 오히려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로운 : 저도 이 문제와 연관해서 ‘K-pop에 영어가 꼭 많아야 하나요?’를 썼어요. 케이팝은 10~20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물론 리듬이 빠른 이유도 있지만, 가사가 대부분 영어인 것도 큰 이유죠. 어제도 엄마와 통화하면서 이번에 나온 ‘갤럭시 Z플립 3’ 를 갖고 싶다고 했더니 전혀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신상 휴대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말이 하나도 없으니까 이해를 더 못 하신 거죠.


사람들의 ‘언어 감수성’이 민감해지고 있어요.
이로 인해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측면도 있고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로운 :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예전에는 매스미디어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했는데, 지금은 그 콘텐츠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잖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유튜브, 댓글 등으로요. 서로 다른 지점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부딪히고 싸우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싸움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과도기를 거쳐야 언어에 대한 예민함과 감수성을 가진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온 : 로운이 말대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여론 형성’에 민감해진 것 같아요. 단순한 콘텐츠를 얘기하더라도 ‘내가 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해보게 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그게 또 하나의 여론이 되기도 하죠. 그런 여론 형성 과정에서 신조어나 은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서 들어봤다는 이유로 쉽게 사용하면서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불러오기도 하고요.

느루 : 로운이와 다온이가 말한 내용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많이 하려 하고 자기를 표현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니까요. ‘반팔, 벙어리장갑’ 이런 표현들도 실제로 팔이 없는 사람들,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이 표현에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게 변화의 시작 같습니다.

나로 : 저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봤어요. 요즘 사회는 속도전이잖아요. 소통도 빠르고 피드백도 빠르고. 그러다 보니 말도 간결하게 해요. ‘나는 결정할 때 고민할 시간이 많이 필요해’ 대신 ‘나는 결정장애야’라고 하는 식이죠. 이때 줄인 표현에 사용된 다른 의미나 배경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사람들이 ‘너 그 말은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요.


언어 감수성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은 젠더 이슈가 아닐까 싶은데요. 젠더 갈등은 너무 예민하고 뜨거워서 말조차 꺼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어요.

로운 : 요즘 젠더 이슈는 페미니즘 자체보다 이와 관련된 사소한 포인트에 집중해서 이슈화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생각을 제대로 듣거나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했으니까 이런 쪽의 성향을 가졌을 거야, 식으로 편을 가르고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죠.

느루 : 양쪽이 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아요. ‘너는 나와 성별이 다르니까 반대할 거야’라는 맥락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젠더 이슈는 사회제도 측면이 본질이잖아요.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가장 큰 이슈고, 남성은 군복무 이슈가 가장 큰 문제고요. 젠더 이슈 해결은 제도 차원의 문제인데, 서로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서 싸움의 논거로만 거론하니까 안타까워요.


나로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로운 : 질문이요. 제대로 이해를 못 했거나 받아들일 때 불편함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면 좋겠어요. 섣불리 나의 틀로 짐작하지 말고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질문을 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을 풀어서 이야기해주겠죠. 그러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로 : 경청이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 전체 맥락을 보고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게 차별이나 혐오 맥락인지, 일상 글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다온 :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관심 대상은 언어 자체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만약 관심 대상이 지금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라면 나로가 얘기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겠죠. 그 대상이 말에 대한 것이라면 단순히 유행어라는 이유만으로 따라 쓰는 게 아니라 단어의 본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겠고요.

느루 : 청자의 이해 수준을 생각하면서 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여요. ‘어디까지가 우리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가’ 하는 차원 말이에요. 페미니즘 이슈도 그래요. 정확한 뜻도 모르고 ‘유행어인가 보다, 신조어인가 보다’ 하고 별생각 없이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부모님 세대는 젊은 세대와 친해지기 위해 쓰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원래 의미는 뭐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사라진 채 유행어로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양궁 3관왕 안산 선수가 ‘오조오억 개’라는 단어로 논란의 중심에 섰죠. 원래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지고 통용되던 용어지만, 언어 사용자들에게 퍼지면서 아주 많은 숫자를 뜻하는 단어로 일반화됐어요. 탐험대원들은 이 단어가 페미니즘 용어라는 걸 알았어요?

다 같이 : 몰랐어요.


그러면 뉴스화되면서 처음 알게 된 거예요?

다 같이 : 네.


다온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언어가 또 어떤 게 있어요?

다온 : 잼민이요.


잼민이요?

나로 : 안 좋은 맥락으로 쓰이는데요, 게임 같은 공간에서 어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꼬고 놀리는 말이에요. 아마 재민이라는 이름의 초등학생이 있었을 거예요. 이게 다른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아, 잼민이들 되게 못하네’ 식으로 사용되는 거죠.

다온 : 유행어처럼 퍼지던 이 단어가 논란이 된 건 EBS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예요. 언어 사용자가 유행어라고 그저 따라 쓰기보다 본래 의미를 한 번만 더 생각해보고 썼으면 합니다.


탐험대원들이 〈토프〉에 쓴 콘텐츠 얘기를 해볼게요. 느루 학생이 쓴 ‘왜 여름휴가는 붙여 쓰고 여름 방학은 띄어 써야 할까?’를 읽으며 수긍했어요. 한국어에는 기준이 모호해서 헷갈리는 표현들이 많죠.

느루 : 그 지점에서 의문을 품고 쓴 글이에요. 고구마튀김은 붙이는데, 오징어 튀김은 띄어 써야 해요. 또 오리털과 토끼털은 붙여 쓰는데, 거위 털은 띄어 써야 하고요. 이런 예는 많아요. 가정생활, 학교생활은 붙여 쓰는데 직장 생활은 띄어 써야 하죠. 사전을 편찬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어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주면 좋겠다고요. 합성어는 붙여 써도 된다면 어디까지를 합성어로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문가들을 위한 문법이 아닌 언어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로 학생의 ‘언어 편식’ 관련 글은 디지털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글이었어요. 언어 편식은 왜 생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나로 : 유튜브 채널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본 영상과 관련된 추천 영상이 많이 올라오잖아요. 그래서 알고 있는 분야의 지식과 어휘력은 높아지고 모르는 분야는 점점 더 모르게 되죠. 그런 어휘 편식을 막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만 무비판적으로 보기보다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들을 편견 없이 접하려는 노력이요.


로운
로운 학생이 쓴 ‘장애 관련 차별어, 우린 얼마나 알고 있나’의 설문조사 결과도 흥미로웠어요. 부끄럽지만 장애우, 농아인, 정상인, 일반인도 차별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고요.

로운 : 차별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아직도 많이 낮은 편이에요. 누군가 차별어를 사용할 때 지적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환기시켜주려 해요. 엄마 아빠한테는 직설적으로 말하지만요(웃음).


다온 학생에게 궁금한 건데요, ‘대한민국 헌법, 맞춤법 오류와 비문투성이’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다온 : 고등학생 때 헌법에 문법적 오류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헌법 관련 기사를 보다가 헌법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졌고요. 한 의원실 조사에 의하면 헌법 137개 조항 중 111개 조항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해요. 헌법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이잖아요. 여기에 오류가 있으면 법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죠. 수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시대 한글 언어 사용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느루 : 언어 감수성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지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말하기 전에 항상 내가 하려는 말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닌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다온 : ‘언어의 힘’을 알았으면 합니다. 언어 자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큰데, 우리는 늘 사용하다 보니 언어를 당연한 존재로 여겨요. 언어는 부정의 힘도, 긍정의 힘도 강해요. 언어의 힘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긍정 측면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겠지만, 언어의 파급력을 모른 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어 자체를 부정 측면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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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언어탐험대 나로·느루·다온·로운(가나다순)
우리 말,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차별하지 않나요?
김민희
언어에는 의사소통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틀의 기능도 한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언어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복잡다단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하지만 언어란 일상에 늘 존재하는 공기와 같아서 사색과 모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모국어 사용자들이 관습처럼 써오던 단어를, 표현을, 속담을 뜯어보면서 “우리, 사회 변화에 발맞춰 바꿔가요!” 하는 목소리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대학생들이 있다. 고려대학교 언어탐험대의 열두 명 대원들. 이들은 말 그대로 언어를 탐험한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낚아채 이면의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우리, 이 말을 그대로 써도 괜찮을까요?” 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 탐험의 결과물은 《topclass》가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 〈토프(topp)〉에 ‘신지영의 언어탐험’ 칼럼에 담기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탐험대원들이 매주 돌아가면서 한 꼭지씩 연재해 이제까지 약 120개의 내용이 쌓였다. 온라인으로만 공유하는 게 아까웠던 탐험대원들은 교내 CCP(Creative Challenger Program·자기주도창의설계 프로그램)에 도전해 지원금을 받았고, 이 지원금으로 《언어로 탐험하는 우리 세상 이야기-언어탐험대》(비매품)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도 언어탐험대원들은 평소 대화나 TV 프로그램, 거리 간판을 향해 예리한 촉수를 세우고 글감을 찾는다. 글감은 곧 질문이 되어 탐험에 나서게 하고, 이 탐험 결과물은 독자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언어의 어원을 탐구하면서 사실은 차별어였음을 알려주기도 하고, 더 나은 소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이 콘텐츠들은 갈수록 화제다. 1만 뷰가 넘는 콘텐츠도 열 개에 달한다.

‘K-pop에 영어가 꼭 많아야 하나요’ ‘음료 나오셨습니다?’ ‘넘치는 신조어는 요즘 애들의 문제인가’ ‘자몽하다, 수박하다, 포도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대한민국 헌법, 오류 비문 투성이’ ‘1도 없다니’ 등이 대표적이다.

언어탐험대를 이끄는 탐험대장은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다. 신 교수의 역할은 그야말로 대장님이다. 매달 말 합평회를 열어 학생들이 다음 달에 선보일 콘텐츠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합평회를 통해 탐험대원들의 원글은 더 뾰족하고 더 쉬워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우들의 글을 읽으며 역지사지 해보기도 한다.

탐험대원들은 자신이 〈토프〉에 쓴 콘텐츠 말미에 달린 댓글을 꼼꼼히 분석하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다음 콘텐츠에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이상한 말습관 5가지’ 콘텐츠에 “아니~로 상대방 말을 끊고 내 말을 시작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연구해달라”는 댓글이 달리자, 이 콘텐츠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탐험대원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4인방 김유진·안예진·윤세빈·이시은을 만났다. 이들은 〈토프〉에서 각각 로운·느루·다온·나로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 언어탐험대원들이 펴낸 《언어로 탐험하는 우리 세상 이야기-언어탐험대》(비매품).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필명이 인상적이었어요.
필명을 정하게 된 계기와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김유진(이하 ‘로운’) : 저는 국문과 4학년 김유진입니다. ‘이로운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로운’이라는 필명을 정했습니다.

윤세빈(이하 ‘다온’) : 저도 국문과 4학년이고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모두 다 온다는 순우리말 ‘다온’을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애칭으로 불러주신 이름이에요.

이시은(이하 ‘나로’) : 국문과 4학년입니다. 언어탐험대 활동을 하면서 나로부터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을 ‘나로’로 정했어요.

안예진(이하 ‘느루’) : 학부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현재는 국문과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느루라는 단어에는 ‘항상, 늘’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느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필명을 갖게 되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나요?

로운 : 본명으로 글을 쓸 때는 많은 걸 포장하려는 면이 있었어요. 솔직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필명을 가지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담감도 사라진 것 같아요.


언어탐험대 활동을 하면서 독자들이 이것만은 꼭 읽었으면 하는 콘텐츠를 하나씩 꼽는다면요.

나로 : 저는 ‘여기 자리 있어요’라는 글이 생각나는데요. 특정 생각을 널리 알리는 글이라기보다는 ‘우리말이 이렇게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들이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말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글이에요.


그 글을 읽으며 우리가 영어 비동사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왜 국어사전에서는 한 번도 ‘있다’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했어요. 그런 면에서 다온 학생의 야구단 이름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다온 : 제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선수나 경기 결과에만 관심 갖지, 야구단 이름이나 의미에는 무관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야구단 이름은 왜 영어로 돼 있을까’를 탐색해보는 글을 쓰면 야구팬들에게 조금은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느루
우리말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소통을 위해 영어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데요.


느루 : ‘쉬림프? 슈림프? 정답은…’의 제목으로 쓴 글이 있어요.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하는데 ‘외래어 발음만 가져온다고 해서 과연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터링 하지 않고 외국 단어만을 가져오면 오히려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로운 : 저도 이 문제와 연관해서 ‘K-pop에 영어가 꼭 많아야 하나요?’를 썼어요. 케이팝은 10~20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물론 리듬이 빠른 이유도 있지만, 가사가 대부분 영어인 것도 큰 이유죠. 어제도 엄마와 통화하면서 이번에 나온 ‘갤럭시 Z플립 3’ 를 갖고 싶다고 했더니 전혀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신상 휴대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말이 하나도 없으니까 이해를 더 못 하신 거죠.


사람들의 ‘언어 감수성’이 민감해지고 있어요.
이로 인해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측면도 있고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로운 :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예전에는 매스미디어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했는데, 지금은 그 콘텐츠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잖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유튜브, 댓글 등으로요. 서로 다른 지점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부딪히고 싸우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싸움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과도기를 거쳐야 언어에 대한 예민함과 감수성을 가진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온 : 로운이 말대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여론 형성’에 민감해진 것 같아요. 단순한 콘텐츠를 얘기하더라도 ‘내가 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해보게 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그게 또 하나의 여론이 되기도 하죠. 그런 여론 형성 과정에서 신조어나 은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서 들어봤다는 이유로 쉽게 사용하면서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불러오기도 하고요.

느루 : 로운이와 다온이가 말한 내용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많이 하려 하고 자기를 표현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니까요. ‘반팔, 벙어리장갑’ 이런 표현들도 실제로 팔이 없는 사람들,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이 표현에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게 변화의 시작 같습니다.

나로 : 저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봤어요. 요즘 사회는 속도전이잖아요. 소통도 빠르고 피드백도 빠르고. 그러다 보니 말도 간결하게 해요. ‘나는 결정할 때 고민할 시간이 많이 필요해’ 대신 ‘나는 결정장애야’라고 하는 식이죠. 이때 줄인 표현에 사용된 다른 의미나 배경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사람들이 ‘너 그 말은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요.


언어 감수성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은 젠더 이슈가 아닐까 싶은데요. 젠더 갈등은 너무 예민하고 뜨거워서 말조차 꺼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어요.

로운 : 요즘 젠더 이슈는 페미니즘 자체보다 이와 관련된 사소한 포인트에 집중해서 이슈화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생각을 제대로 듣거나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했으니까 이런 쪽의 성향을 가졌을 거야, 식으로 편을 가르고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죠.

느루 : 양쪽이 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아요. ‘너는 나와 성별이 다르니까 반대할 거야’라는 맥락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젠더 이슈는 사회제도 측면이 본질이잖아요.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가장 큰 이슈고, 남성은 군복무 이슈가 가장 큰 문제고요. 젠더 이슈 해결은 제도 차원의 문제인데, 서로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서 싸움의 논거로만 거론하니까 안타까워요.


나로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로운 : 질문이요. 제대로 이해를 못 했거나 받아들일 때 불편함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면 좋겠어요. 섣불리 나의 틀로 짐작하지 말고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질문을 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을 풀어서 이야기해주겠죠. 그러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로 : 경청이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 전체 맥락을 보고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게 차별이나 혐오 맥락인지, 일상 글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다온 :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관심 대상은 언어 자체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만약 관심 대상이 지금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라면 나로가 얘기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겠죠. 그 대상이 말에 대한 것이라면 단순히 유행어라는 이유만으로 따라 쓰는 게 아니라 단어의 본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겠고요.

느루 : 청자의 이해 수준을 생각하면서 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여요. ‘어디까지가 우리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가’ 하는 차원 말이에요. 페미니즘 이슈도 그래요. 정확한 뜻도 모르고 ‘유행어인가 보다, 신조어인가 보다’ 하고 별생각 없이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부모님 세대는 젊은 세대와 친해지기 위해 쓰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원래 의미는 뭐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사라진 채 유행어로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양궁 3관왕 안산 선수가 ‘오조오억 개’라는 단어로 논란의 중심에 섰죠. 원래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지고 통용되던 용어지만, 언어 사용자들에게 퍼지면서 아주 많은 숫자를 뜻하는 단어로 일반화됐어요. 탐험대원들은 이 단어가 페미니즘 용어라는 걸 알았어요?

다 같이 : 몰랐어요.


그러면 뉴스화되면서 처음 알게 된 거예요?

다 같이 : 네.


다온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언어가 또 어떤 게 있어요?

다온 : 잼민이요.


잼민이요?

나로 : 안 좋은 맥락으로 쓰이는데요, 게임 같은 공간에서 어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꼬고 놀리는 말이에요. 아마 재민이라는 이름의 초등학생이 있었을 거예요. 이게 다른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아, 잼민이들 되게 못하네’ 식으로 사용되는 거죠.

다온 : 유행어처럼 퍼지던 이 단어가 논란이 된 건 EBS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예요. 언어 사용자가 유행어라고 그저 따라 쓰기보다 본래 의미를 한 번만 더 생각해보고 썼으면 합니다.


탐험대원들이 〈토프〉에 쓴 콘텐츠 얘기를 해볼게요. 느루 학생이 쓴 ‘왜 여름휴가는 붙여 쓰고 여름 방학은 띄어 써야 할까?’를 읽으며 수긍했어요. 한국어에는 기준이 모호해서 헷갈리는 표현들이 많죠.

느루 : 그 지점에서 의문을 품고 쓴 글이에요. 고구마튀김은 붙이는데, 오징어 튀김은 띄어 써야 해요. 또 오리털과 토끼털은 붙여 쓰는데, 거위 털은 띄어 써야 하고요. 이런 예는 많아요. 가정생활, 학교생활은 붙여 쓰는데 직장 생활은 띄어 써야 하죠. 사전을 편찬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어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주면 좋겠다고요. 합성어는 붙여 써도 된다면 어디까지를 합성어로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문가들을 위한 문법이 아닌 언어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로 학생의 ‘언어 편식’ 관련 글은 디지털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글이었어요. 언어 편식은 왜 생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나로 : 유튜브 채널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본 영상과 관련된 추천 영상이 많이 올라오잖아요. 그래서 알고 있는 분야의 지식과 어휘력은 높아지고 모르는 분야는 점점 더 모르게 되죠. 그런 어휘 편식을 막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만 무비판적으로 보기보다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들을 편견 없이 접하려는 노력이요.


로운
로운 학생이 쓴 ‘장애 관련 차별어, 우린 얼마나 알고 있나’의 설문조사 결과도 흥미로웠어요. 부끄럽지만 장애우, 농아인, 정상인, 일반인도 차별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고요.

로운 : 차별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아직도 많이 낮은 편이에요. 누군가 차별어를 사용할 때 지적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환기시켜주려 해요. 엄마 아빠한테는 직설적으로 말하지만요(웃음).


다온 학생에게 궁금한 건데요, ‘대한민국 헌법, 맞춤법 오류와 비문투성이’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다온 : 고등학생 때 헌법에 문법적 오류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헌법 관련 기사를 보다가 헌법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졌고요. 한 의원실 조사에 의하면 헌법 137개 조항 중 111개 조항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해요. 헌법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이잖아요. 여기에 오류가 있으면 법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죠. 수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시대 한글 언어 사용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느루 : 언어 감수성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지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말하기 전에 항상 내가 하려는 말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닌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다온 : ‘언어의 힘’을 알았으면 합니다. 언어 자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큰데, 우리는 늘 사용하다 보니 언어를 당연한 존재로 여겨요. 언어는 부정의 힘도, 긍정의 힘도 강해요. 언어의 힘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긍정 측면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겠지만, 언어의 파급력을 모른 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어 자체를 부정 측면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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