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꺼낼 때 당신은 무엇을 고민하는가. ‘내가 하는 말이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 아니면 ‘내가 하는 말이 공정하지 않으면 어쩌지?’ MZ세대의 고민은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간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데 쓰인다면 이를 얼렁뚱땅 넘기지 않는다. ‘갑분띠(갑자기 분위기 띠용)’가 될지언정 한 명이라도 웃지 못한다면, 그건 좋은 농담이 아니니까.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취업준비생의 구직 활동을 ‘취업시장’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들의 노동력은 인격이 아닌 상품이 된다. 1999년 매거진 사업으로 시작한 대학내일은 2019년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자신의 콘텐츠에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단어를 지양한다. 혹사를 당연시 하는 ‘갈아 넣었다’, 추가 근무를 의무로 여기는 듯한 ‘칼퇴근’ 등이 그렇다. 세 명으로 시작한 대학내일은 300명이 넘는 조직이 됐고, 매출액은 500억 원을 돌파했다. 사업은 미디어에서 종합 마케팅 에이전시로 확대됐지만 이들의 타깃층은 확실하다. ‘20대’,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대학내일에 묻는다.

“요즘 청년은 뭘 좋아하나요?”

이 질문은 최근 이렇게 바뀌었다.

“밀레니얼과 일·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10년 대학내일 에디터로 입사해 현재 대학내일과 뉴스레터 ‘캐릿’ 운영을 총괄하며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승우 센터장은 앞서 2019년 ‘밀레니얼과 일하는 방식’을 담은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을 펴냈다. 대학내일은 밀레니얼처럼 일했다. 밀레니얼이 견디지 못하는 방식은 바꾸었고,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변해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2년 뒤 그는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언어 감수성’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단어의 의미를 넘어 유래와 관점까지 고려하는 MZ세대의 뾰족한 비판

“대학내일까지 그런 단어를 사용하다니.”

홍승우 센터장이 받은 피드백 중 하나다. 20대를 향해, 20대에 대해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MZ세대가 대학내일 콘텐츠에 갖는 기준은 타 매체보다 높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이 표현 써도 되나요?” “이 신조어의 유래는 뭔가요?”라는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클릭과 ‘좋아요’를 위해 최신 단어로 콘텐츠를 채우려다가도 언어를 민감하게 돌아본다. 오래 투병한 이와 그의 지인들은 질병을 빗댄 신조어에 웃지 않았고, 재기 발랄한 말도 누군가는 칼처럼 찌를 수 있다는 걸 안 뒤 그의 고민은 진심이 됐다.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고민이 깊겠습니다.

“회사에서 직책이 올라가면서 제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마지막에 확인하는 역할로 바뀌었어요. 20대를 주 독자로 하다 보니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독자도 많았어요. 대학내일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거나 잘못된 단어를 쓰면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SNS로 피드백이 바로 오죠.”


신조어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동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군요.

“2030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어떤 사람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는가’예요. 과거 세대는 내가 아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동료, 이웃, 가족들이 그랬죠. 이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태도와 가치관도 영향을 받고요. 지금 세대는 대면으로 마주하는 사람보다 비대면으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배우고 영향받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한 번도 친환경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더라도 특정 커뮤니티를 보면서 달라질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변화 가능성도 더 높고요.”


MZ세대의 맏형(84년생)으로,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저도 MZ세대의 모든 가치관을 따라가지는 못해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달라요. 일전에 저랑 연차가 비슷한 동료가 휴가를 간다기에 ‘요즘같이 바쁜데 어떻게 휴가를 가’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럼에도 우리 회사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요. 그게 전제가 된 농담이었죠. 그런데 연차가 낮은 세대는 그런 말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농담이 아니었던 거죠. 문장의 뉘앙스나 표현에 대해서는 늘 조심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말을 하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리더가 된 후 내가 한 말을 팀원이 다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디지털로도 기록에 남고요. 우리도 별로라고 생각한 리더는 ‘말을 바꾸는 사람’이었잖아요. 제가 한 말은 35~40명의 팀원이 기억하는 거거든요. 저 스스로 내가 한 말을 기억하려 하고, 그 근거는 함부로 바꾸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면피용으로 어떤 말이나 일을 하지 않으려 해요. ‘책임질 수 있는 말인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어요.”


‘아휴, 그렇게 일일이 다 생각하면 피곤해서 어떻게 말을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단어의 어원을 알았을 때 누가 그 태도를 고칠까를 보면 MZ세대가 확실히 빨라요. 언어의 리스크에 대해 동의했을 때요. 하지만 어른들은 단어가 아니라 본질적인 태도나 생활이 더 중요하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내가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지’라고 하기 쉽죠.”



조직 내에서나 세대 간에 그런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90년대생들의 퇴사율이 높은 조직을 보면 보수적인 시스템을 가진 곳이 많더라고요.


“이른바 ‘상명하복’은 통하기 어렵죠. 회사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세대는 무조건 충성하지 않아요. 할 수도 없고요. 그러다 보면 그런 조직은 점차 외면받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 역량이 약해집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5년 차, 10년 차 직원들이 사라지는 건 조직에도 큰 타격을 주거든요.”


언어 감수성에 대한 책을 내면서 염두에 둔 기준이 있을까요.

“신체라든가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나 혐오 표현은 분류가 쉬웠어요. 그런 표현은 어원을 알고 나면 ‘잘못됐다’는 동의를 얻기가 쉽거든요.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한 표현이 그렇죠. 그런데 최근 일과 노동 쪽에서 이게 ‘잘못된 단어’라고 말하기엔 그 정도의 위험성을 갖지 않는 것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잘못됐다기보다 그런 언어를 쓰다 보면 우리가 놓치게 되거나 소홀해지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도 조심스러운 단어로 꼽았죠.

“‘알잘딱깔센’은 표현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표현을 쓰는 우리 심리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처리해달라는 요구인데, 상대에게 완벽함에 대한 바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놀랐죠. 신조어 중에서도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를 골랐어요. 언론에서 신조어를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면 ‘사회에서 이런 단어를 써도 된다’는 암묵적인 필터링이 되거든요. 그런 단어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전작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에서는 “권한을 가진 쪽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죠. 그래서 사람보다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했고요. 이번 책은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언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권한’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세대별로 그 권한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세대별로 쓰는 단어의 빈도 차이가 있어요. 기성세대는 그들이 겪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있고 여기서 파생된 언어가 있거든요.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는 요즘 사회보다 획일적이거나 단편적이에요. MZ세대는 디지털의 발달로 접하는 문화나 사람이 다양하죠. 사용하는 단어의 폭도 넓고, 가치관도 획일적이지 않고요.”


MZ세대는 다른 세대의 언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MZ세대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당당하게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르죠. 실제로 다른 이들이 쓴 글이나 댓글을 보면서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오프라인에서는 표현을 안 하더라도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죠. SNS나 익명의 커뮤니티를 통해서요. 실제로 이런 글이 신뢰도도 높아요. 요즘은 구직자들이 회사를 지원할 때 채용 홈페이지 안내보다 ‘블라인드(직장인의 대나무숲이라 불리는 커뮤니티)’ 글에 더 무게를 두기도 하니까요.”



은근한 비하와 편견을 담은 단어 그래도 쓸 건가요?


결정장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 사용하는 용어. 계획이나 의도 없이 생긴 신조어의 특성상 처음부터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유행하는 단어인 만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차별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비슷한 단어로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이는 대부분 못난 사람을 가리킬 때 하는 말인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일에 장애를 가져다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찐따
‘힘숨찐’은 ‘힘을 숨긴 찐따’의 줄임말로 힘을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드러내며 반전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말한다. 칭찬 같지만 찐따의 어원을 알면 함부로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찐따는 6·25 전쟁 이후 지뢰를 밟았다가 다리가 잘린 사람을 뜻하는데 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는 ‘문화 찐따’의 줄임말인 ‘문찐’도 널리 쓰인다.

발작버튼
질병을 희화화하는 표현이다. 즉각적으로 격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특정 사건이나 단어를 의미한다. ‘땡깡’도 마찬가지다. 뇌전증을 의미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유래한 말인데, 억지를 부리며 우기는 모습이 뇌전증 증상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흔히 사용한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당연히 쓰지 않는다.

흑형
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상징이던 ‘블랙페이스’는 1960년대 이후 흑인 민권운동이 시작되면서 금기시됐다. 흑인들이 이 문제와 얼마나 오랫동안 싸웠는지를 모르는 우리는 무심하게 그들을 흑형이라고 부른다. 흑인 모델, 흑인 가수, 흑인 선수… 피부색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화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당사자 마음이 중요하다. 당사자가 불쾌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쓰지 않는 게 옳다.

홍일점·청일점
이 단어에는 관계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 필요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특이한 구조가 형성되면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러브라인 등의 불필요한 세계관이 생긴다. 성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집단 내 소수 성별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게다가 여성은 홍, 남성은 청이라는 구도 자체도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효자상품
국립국어원은 이미 2008년 성별언어구조가 관용화된 효자상품을 성차별 표현이라고 발표했다. 효자상품처럼 의미가 퇴색된 낡은 단어는 인기 상품으로 바꿔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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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홍승우 대학내일 미디어센터장
MZ세대처럼 일하고 MZ세대처럼 말한다는 건
유슬기
어떤 말을 꺼낼 때 당신은 무엇을 고민하는가. ‘내가 하는 말이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 아니면 ‘내가 하는 말이 공정하지 않으면 어쩌지?’ MZ세대의 고민은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간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데 쓰인다면 이를 얼렁뚱땅 넘기지 않는다. ‘갑분띠(갑자기 분위기 띠용)’가 될지언정 한 명이라도 웃지 못한다면, 그건 좋은 농담이 아니니까.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취업준비생의 구직 활동을 ‘취업시장’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들의 노동력은 인격이 아닌 상품이 된다. 1999년 매거진 사업으로 시작한 대학내일은 2019년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자신의 콘텐츠에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단어를 지양한다. 혹사를 당연시 하는 ‘갈아 넣었다’, 추가 근무를 의무로 여기는 듯한 ‘칼퇴근’ 등이 그렇다. 세 명으로 시작한 대학내일은 300명이 넘는 조직이 됐고, 매출액은 500억 원을 돌파했다. 사업은 미디어에서 종합 마케팅 에이전시로 확대됐지만 이들의 타깃층은 확실하다. ‘20대’,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대학내일에 묻는다.

“요즘 청년은 뭘 좋아하나요?”

이 질문은 최근 이렇게 바뀌었다.

“밀레니얼과 일·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10년 대학내일 에디터로 입사해 현재 대학내일과 뉴스레터 ‘캐릿’ 운영을 총괄하며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승우 센터장은 앞서 2019년 ‘밀레니얼과 일하는 방식’을 담은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을 펴냈다. 대학내일은 밀레니얼처럼 일했다. 밀레니얼이 견디지 못하는 방식은 바꾸었고,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변해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2년 뒤 그는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언어 감수성’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단어의 의미를 넘어 유래와 관점까지 고려하는 MZ세대의 뾰족한 비판

“대학내일까지 그런 단어를 사용하다니.”

홍승우 센터장이 받은 피드백 중 하나다. 20대를 향해, 20대에 대해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MZ세대가 대학내일 콘텐츠에 갖는 기준은 타 매체보다 높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이 표현 써도 되나요?” “이 신조어의 유래는 뭔가요?”라는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클릭과 ‘좋아요’를 위해 최신 단어로 콘텐츠를 채우려다가도 언어를 민감하게 돌아본다. 오래 투병한 이와 그의 지인들은 질병을 빗댄 신조어에 웃지 않았고, 재기 발랄한 말도 누군가는 칼처럼 찌를 수 있다는 걸 안 뒤 그의 고민은 진심이 됐다.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고민이 깊겠습니다.

“회사에서 직책이 올라가면서 제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마지막에 확인하는 역할로 바뀌었어요. 20대를 주 독자로 하다 보니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독자도 많았어요. 대학내일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거나 잘못된 단어를 쓰면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SNS로 피드백이 바로 오죠.”


신조어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동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군요.

“2030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어떤 사람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는가’예요. 과거 세대는 내가 아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동료, 이웃, 가족들이 그랬죠. 이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태도와 가치관도 영향을 받고요. 지금 세대는 대면으로 마주하는 사람보다 비대면으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배우고 영향받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한 번도 친환경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더라도 특정 커뮤니티를 보면서 달라질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변화 가능성도 더 높고요.”


MZ세대의 맏형(84년생)으로,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저도 MZ세대의 모든 가치관을 따라가지는 못해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달라요. 일전에 저랑 연차가 비슷한 동료가 휴가를 간다기에 ‘요즘같이 바쁜데 어떻게 휴가를 가’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럼에도 우리 회사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요. 그게 전제가 된 농담이었죠. 그런데 연차가 낮은 세대는 그런 말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농담이 아니었던 거죠. 문장의 뉘앙스나 표현에 대해서는 늘 조심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말을 하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리더가 된 후 내가 한 말을 팀원이 다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디지털로도 기록에 남고요. 우리도 별로라고 생각한 리더는 ‘말을 바꾸는 사람’이었잖아요. 제가 한 말은 35~40명의 팀원이 기억하는 거거든요. 저 스스로 내가 한 말을 기억하려 하고, 그 근거는 함부로 바꾸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면피용으로 어떤 말이나 일을 하지 않으려 해요. ‘책임질 수 있는 말인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어요.”


‘아휴, 그렇게 일일이 다 생각하면 피곤해서 어떻게 말을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단어의 어원을 알았을 때 누가 그 태도를 고칠까를 보면 MZ세대가 확실히 빨라요. 언어의 리스크에 대해 동의했을 때요. 하지만 어른들은 단어가 아니라 본질적인 태도나 생활이 더 중요하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내가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지’라고 하기 쉽죠.”



조직 내에서나 세대 간에 그런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90년대생들의 퇴사율이 높은 조직을 보면 보수적인 시스템을 가진 곳이 많더라고요.


“이른바 ‘상명하복’은 통하기 어렵죠. 회사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세대는 무조건 충성하지 않아요. 할 수도 없고요. 그러다 보면 그런 조직은 점차 외면받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 역량이 약해집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5년 차, 10년 차 직원들이 사라지는 건 조직에도 큰 타격을 주거든요.”


언어 감수성에 대한 책을 내면서 염두에 둔 기준이 있을까요.

“신체라든가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나 혐오 표현은 분류가 쉬웠어요. 그런 표현은 어원을 알고 나면 ‘잘못됐다’는 동의를 얻기가 쉽거든요.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한 표현이 그렇죠. 그런데 최근 일과 노동 쪽에서 이게 ‘잘못된 단어’라고 말하기엔 그 정도의 위험성을 갖지 않는 것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잘못됐다기보다 그런 언어를 쓰다 보면 우리가 놓치게 되거나 소홀해지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도 조심스러운 단어로 꼽았죠.

“‘알잘딱깔센’은 표현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표현을 쓰는 우리 심리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처리해달라는 요구인데, 상대에게 완벽함에 대한 바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놀랐죠. 신조어 중에서도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를 골랐어요. 언론에서 신조어를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면 ‘사회에서 이런 단어를 써도 된다’는 암묵적인 필터링이 되거든요. 그런 단어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전작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에서는 “권한을 가진 쪽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죠. 그래서 사람보다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했고요. 이번 책은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언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권한’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세대별로 그 권한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세대별로 쓰는 단어의 빈도 차이가 있어요. 기성세대는 그들이 겪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있고 여기서 파생된 언어가 있거든요.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는 요즘 사회보다 획일적이거나 단편적이에요. MZ세대는 디지털의 발달로 접하는 문화나 사람이 다양하죠. 사용하는 단어의 폭도 넓고, 가치관도 획일적이지 않고요.”


MZ세대는 다른 세대의 언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MZ세대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당당하게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르죠. 실제로 다른 이들이 쓴 글이나 댓글을 보면서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오프라인에서는 표현을 안 하더라도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죠. SNS나 익명의 커뮤니티를 통해서요. 실제로 이런 글이 신뢰도도 높아요. 요즘은 구직자들이 회사를 지원할 때 채용 홈페이지 안내보다 ‘블라인드(직장인의 대나무숲이라 불리는 커뮤니티)’ 글에 더 무게를 두기도 하니까요.”



은근한 비하와 편견을 담은 단어 그래도 쓸 건가요?


결정장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 사용하는 용어. 계획이나 의도 없이 생긴 신조어의 특성상 처음부터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유행하는 단어인 만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차별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비슷한 단어로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이는 대부분 못난 사람을 가리킬 때 하는 말인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일에 장애를 가져다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찐따
‘힘숨찐’은 ‘힘을 숨긴 찐따’의 줄임말로 힘을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드러내며 반전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말한다. 칭찬 같지만 찐따의 어원을 알면 함부로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찐따는 6·25 전쟁 이후 지뢰를 밟았다가 다리가 잘린 사람을 뜻하는데 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는 ‘문화 찐따’의 줄임말인 ‘문찐’도 널리 쓰인다.

발작버튼
질병을 희화화하는 표현이다. 즉각적으로 격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특정 사건이나 단어를 의미한다. ‘땡깡’도 마찬가지다. 뇌전증을 의미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유래한 말인데, 억지를 부리며 우기는 모습이 뇌전증 증상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흔히 사용한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당연히 쓰지 않는다.

흑형
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상징이던 ‘블랙페이스’는 1960년대 이후 흑인 민권운동이 시작되면서 금기시됐다. 흑인들이 이 문제와 얼마나 오랫동안 싸웠는지를 모르는 우리는 무심하게 그들을 흑형이라고 부른다. 흑인 모델, 흑인 가수, 흑인 선수… 피부색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화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당사자 마음이 중요하다. 당사자가 불쾌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쓰지 않는 게 옳다.

홍일점·청일점
이 단어에는 관계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 필요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특이한 구조가 형성되면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러브라인 등의 불필요한 세계관이 생긴다. 성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집단 내 소수 성별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게다가 여성은 홍, 남성은 청이라는 구도 자체도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효자상품
국립국어원은 이미 2008년 성별언어구조가 관용화된 효자상품을 성차별 표현이라고 발표했다. 효자상품처럼 의미가 퇴색된 낡은 단어는 인기 상품으로 바꿔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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