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는 어떻게 장기하가 되었나

산문집 <상관없는거 아닌가>X 탐험기 <요트원정대>

류버들 온라인팀 기자 |  2020.09.15

 나를 괴롭히는 생각 중에서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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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장기하와 얼굴들10년 간의 밴드 생활을 마무리 한 뒤, 장기하는 한 권의 산문집을 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심드렁하면서도 발랄한 제목이다. 그는 스물 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한다. 실제로 그는 눈뜨고코베인의 드러머로 활동했었다. 프로 드러머가 되고 싶었지만, 군입대 전 몸에 이상이 생겨 포기해야 했다. 몸에 찾아온 병은 국소성 이긴장증’, 이유가 없이 왼쪽 손이 굳어졌다. 드럼도 칠 수 없고, 기타도 칠 수 없는 비극. 하지만 이 비극이 장기하와 얼굴들이 탄생하게 된 희극이 됐다.

 책을 통해 공개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탄생기(?)

 제대한 후 나는 그 멋있는뮤지션이 되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한 상태에서, 내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이끄는 새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의 돈과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해 자유롭게 음악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곡은 군복무중 짬짬이 만들어뒀었다. 물론 큰 인기를 얻으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이 만든 노래들이었다. 눈앞에 있는 관객들만은 확실히 재밌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다였다. 그런데 터졌다. 소위 대박이었다. 활동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전 국민적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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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장기하는 그동안 하고 싶은 말들을 노래로 전했다. 책은 노래로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의 모음이다. 그의 노래가 일상의 커피 한 잔’, 일상의 별 일’, 일상의 풍문을 노래했듯, 산문집도 그렇다. 10년 간 고였던 이야기가 물꼬를 터 주자 한 권의 책이 됐다. 그는 이제 이 책을 내고 나면 다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신변을 정리한 후, 달라질 장기하의 얼굴은?

 최근에 그는 요트를 타고 먼 바다로 항해도 다녀왔다. MBC plus에서 방영되는 <요트원정대>의 탐험대원으로 3주를 보냈다. 이 역시, 그에게는 삶의 한 단락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3주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 않냐. 몇 년 씩 가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희한하게 뭘 자꾸 주변 정리를 하게 되더라"고 했다. "친한 사람 중에 말다툼을 했던 이들은 일부러 만나서 오해를 풀게 되더라. 약간의 착잡함 때문에 그랬다. 오기 전에 정리를 했는데 그게 속이 시원해졌다. 해결해야 될 것들을 해결해서. 군대 갈 때 했던 그런 느낌이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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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원정대> 중 ⒸMBC plus

 

 1년 동안 음악을 만들지 않고 만들어낸 책과 탐험기는 장기하판 신박한 정리같다. 묵은 짐을 덜어내고, 마음을 재배치하고 그 안으로 싱그러운 바람을 불러 들인다. 오래되어 그냥 내것이 되어버린 습관과 습성들도 한 번씩 꺼내 오래 들여다보고 훌훌 털어내기도 한다.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것들을 상관한 뒤, 맞이할 장기하의 얼굴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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