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맏형 장민호의 7전8기 전성기

“제가 거기 나가야 하나요?”

라고 물었다고 했다. 장민호에게 <미스터트롯> 출전을 권했던 장윤정의 말이다. 당시에는 거만하게 혹은 민망하게 보였던 이 말이 지금은 다르게 들린다. 지금도 매일 각 채널에서는 <미스터트롯>이 다시 방영되고 있다. 경연 초반부터 결승에 이르기까기 장민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만큼 모든 경연에 진력을 다한다. 그가 무대에 오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다. ‘잘해야 본전’인 미션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가.

1세대 아이돌이 겪은 불운의 총합

장민호는 이미 1997년에 그룹 유비스로 데뷔한 바 있다. 그의 나이 스물, 늦은 출발은 아니었다. 이미 CF로도 얼굴을 알렸다. 연예계에 입문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듯 했다. 하지만 유비스는 떠오르지 못했다. 이후 그는 발라드로 장르를 바꾸어 남성 듀오 ‘바람’으로 활동한다.

아이돌로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발라드 가수로도 무명의 옷을 벗지 못했던 행간에 그는 수영강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스튜어드를 준비하기도 했다. 연습생에서 연예인이 되기도 어렵지만, 유명한 연예인이 되기는 더 힘들다. 장민호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2012년, 30대를 지나며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출연한다.

그야말로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가수의 꿈을 안고 데뷔했지만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던 아이돌 가수들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자리에서 장민호는 우승을 차지한다. 이 후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장민호는 <뽕숭아 학당>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성모와 조우했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는 조성모의 말에 "할 수 없었다"고 “또 다시 제자리였다”고 말했다.

오디션 1등 후에도 계속된 제자리, 그리고 자수성가

결국 그는 자력으로 자수성가했다. 2011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사랑해 누나>라는 앨범을 냈고, 이 앨범이 실패하자 절치부심해 팬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탈바꿈 한 뒤 <7번 국도>와 <남자는 말합니다>를 내 드디어 트롯계의 BTS, 트롯계의 신사가 됐다. 그가 유명세를 탄 2014년부터는 동료 혹은 후배 트로트 가수들을 살뜰히 챙겼다는 건 이제 알려진 미담이다.

그랬던 그가, 2019년 다시 ‘오디션’에 도전한다는 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를 삼키는 일이었다. 얼마나 뜨거운 지도 알고, 긴 화상을 남길지도 모르지만 안 삼킬 수도 없는 독이 든 성배. 결국 그는 이번 오디션에서도 몇 번이나 탈락의 위기를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TOP7 올랐다. 처음부터 ‘우승후보’로 점쳐지는 무거운 왕관을 쓰고도, 이미 완성형 현역 가수임에도 그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없이 가벼워진 그의 어깨가 보기 좋다

이제 그는 “얘네들(임영웅, 영탁)이 나보다 잘 되는 게 꼴보기 싫을 거 같아 나왔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만큼 여유로워졌다. 치열했고, 치열한만큼 간절했으나, 그 간절함을 꼭 온 우주가 도와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불혹 그 너머의 나이. 때로는 근엄한 맏형이었다가 이제는 동생들과 함께 뒹굴며 철없는 소리도 곧잘하는 친근한 옆집 오빠도 된다. 이런 유연함은 최근 그가 예능의 블루칩이 된 이유다.

7전 8기,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 8번의 고개를 넘기 전에 포기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장민호의 서사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혹은 1등을 해도 살아남기 힘든 세계에서 생존한 한 사람의 유쾌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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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맏형 장민호의 7전8기 전성기

불혹돌 트롯신사의 유쾌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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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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