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오디션' 아닌 '대국민 사기극'이었던 <프로듀스 X 101>

꿈조차 착취하는 사회, 공정은 허망한 구호인가

유슬기 기자 |  2019.10.16

2000년대 생들의 희망직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군은 연예인이었다. 2012, 2013년 잡코리아 통계를 보면 10대 초등고생의 9.5%는 희망직업 1순위로 연예인을 꼽았다. 2위는 8.3%를 기록한 교사였다. 때문에 이들에게 연예인 혹은 연습생이 되는 길은, ‘어쩌다 운좋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종의 취업준비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돌이 되기 위해 교정을 하고, 보컬 레슨을 받고, 아역 배우나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화면에 비칠 준비를 한다.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들을 위한 공채시험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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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프로듀스 101>로 시작한 프로듀스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를 심사위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랐다. 이들의 슬로건은 당신의 소년/소녀에게 투표하세요였다. 기존의 <슈퍼스타 K>, <케이팝 스타>는 이미 대중음악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뮤지션이나 대형 기획사의 대표가 심사를 담당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달랐다. 국민프로듀서 즉 국프의 한 표 한 표가 한 명의 연습생을 한 명의 스타로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기꺼이 이들의 꿈을 응원했고, 그 꿈의 실현에 도움닫기가 되길 바랐다. 이들이 꿈을 이루었을 때, 자신의 꿈을 이룬 것처럼 기뻐했다. 데뷔조에 든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던 것도, “소중한 한 표를 주신 국민 프로듀서님을 향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게 한 편의 쇼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다 한 편의 쇼였다. 국민 프로듀서도, 연습생들도 이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었다. 채널의 기획자와 채널의 소유자, 그리고 채널을 소유한 대기업과 연계된 연예기획사는 이 프로그램의 설계자였고, 그 설계에 따라 프로그램은 흘러갔다. 데뷔를 위해 땀 흘리는 연습생들의 치열함도, 이들을 응원하는 국프의 간절함도 프로그램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였을 뿐,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게임의 일부였다.

   

게임의 룰이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애초에 룰 자체가 허상이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맥락없는 오류들이 튀어나왔다. 3000명을 모집해 시작한 아이돌 학교는 실상 예선이라는 게 없이 후보생들이 정해졌고, 이들은 데뷔조를 위한 들러리가 되어 꿈을 착취당했다. 10대 초반 많아야 후반인 아이들은 감금 상태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싱그럽게 꿈을 말하고, 춤을 춰야 했다.

 

그런데 이 냉혹한 오디션의 투표결과가 조작됐다는 게 드러났다. 이를 찾아낸 것도 네티즌이었다. <프로듀스 X 101>의 경우 최종 순위를 결정한 최종 득표수가 모두 7494.442의 정수배를 반올림한 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00% 국민 프로듀서가 뽑은 연습생이 국가대표 아이돌이 된다는 슬로건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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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X101 의 오류를 지적한 하태경 의원의 SNS

 

최종 득표수에서 하나의 수학정리가 나타날 정도로 공식같았다. ‘1위에서 10위까지의 득표수 차이가 모두 74947495의 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볼 수 없는 이 문제는 이제 경찰에게 공이 넘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 조작 여부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최종 결정자는 국민 프로듀서가 아닌, 설계자들이었다  

 

1015일 방영된 MBC <피디수첩>에 따르면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 결정된다는 프로그램의 여러 부분은 사실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경연에 참여한 연습생들은 사실상 센터가 정해져 있었,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어떤 소속사의 연습생이 데뷔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실제로 이 소속사의 연습생은 오디션에 쓰일 경연곡을 미리 알고 준비해오기도 했다. 소문이 실체가 된 건 데뷔조 발표 후다. 당시 유력 소속사로 거론됐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MBK 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들은 방송 당시에도 다른 연습생에 비해 많은 분량의 지분을 보유했다.

CJ E&M은 이 모든 오디션을 기획했고, 채널을 소유하고 있으며, CJ의 자회사 격인 연예기획사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아이오아이, 위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의 스케줄과 수익을 관리한다. 이들은 약속된 계약 기간 동안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위너원의 경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에 발탁된 엑스원의 활동기간은 5년으로 늘어났다.

   

지금 이 모든 조작과 거짓의 화살은 해당 프로그램의 PD와 데뷔조에 발탁된 이들에게 가고 있다. 과연 대국민 오디션대국민 사기극이 된 건 이들의 책임일까. 역시 엠넷에서 진행한 '아이돌 학교' 오디션 진행 당시 인지도가 높았지만 데뷔조에 포함되지 못했던 한 연습생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저희는 5개월 내내 합숙했기 때문에 모두 서로 의지하고 지냈어요. 저는 41명 모두가 피해자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출연계약서에 5개월 동안 감금된다는 이야기나 전반적인 논란이 되는 내용도 고지되지 않았고, 첫날 휴대폰 압수였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촬영계약서에 중간 하차시 위약금을 내야했기 때문에 모두 울며 겨자먹기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화살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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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은 자신이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데뷔조에 박수를 보냈다. 국민 프로듀서는 자신의 연습생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고 미안해했다. 하지만 이 오디션은 결론이 정해진 드라마였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무대는 항상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 했다. 이들은 자신을 뽑아 달라고 (Pick Me) 노래했고, 오늘밤 주인공은 나라고 외쳤다. 데뷔조에 든 뒤 고생한 어머니에게 "이제 꽃길만 걷자"며 눈물 흘리던 연습생의 모습에는 '리얼'이기에 줄 수 있는 감동이 있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꿈의 등용문이라 여겼던 오디션조차 장삿속에 이용한 거대한 기업과 그 관리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이들의 꿈을 착취해 돈벌이에 이용한 어른들이 각 조직을 이끌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공정은 정말 허망한 구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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