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장악한 구혜선·안재현 그리고 조국사태의 공통점

감정소모와 관음을 강요받다

유슬기 기자 |  2019.09.04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연예계에서는 구혜선·안재현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와 사회면에서는 조국 후보자와 그의 가족의 신상이 매일 새로 업로드 되면서 실검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나중에는 분노했고,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 속에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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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구혜선이 SNS에 올린 두 사람의 메시지

조국 후보자 지명 후 한 달, 구혜선 부부의 불화설 보도 후 보름이 지나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9월 4, 한 매체는 구혜선과 안재현이 2년 동안 나눈 문자를 포렌식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나눈 내밀한 대화가 포털을 타고 멀리 멀리 확산됐다. 물론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 대화의 내용은 또 다른 연관 검색어를 만들고, 안재현과 함께 작업한 다른 배우들이 외도의 의혹을 받으며 함께 실검이 오르고 있다.

 

구혜선, 안재현 부부와 조국 후보자가 장악한 실검, 현상의 반영?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의 포털 전략기획본부장인 배타미(임수정)포털은 현상을 반영한다고 했다. 포털은 현상만 변호할 뿐 아무도 변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편 차현(이다희)실검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지금 포털은 이 둘의 싸움 같다.

유명한 두 사람의 결혼과 이혼이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그 내막을 더구나 한 사람 혹은 한 매체의 일방적인 폭로와 공개를 통해 생방으로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포털은, 그것을 막지 못한다. 누군가 폭로하면 그대로 노출된다. 그대로 노출되면, 그대로 공개된다. 공개된 정보는 컴퓨터를 켠 순간부터 집요하게 마우스를 따라 다닌다. 안 보면 그만이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실시간 검색어와 어뷰징된 정보들을 안 보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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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_뉴시스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이후 상황도 비슷하다. 의혹이 해소되는 대신 싸움이 번졌다. 이 싸움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한국기자질문수준이 실검에 올랐다. 한 쪽에서는 조국임명을 한 쪽에서는 조국사퇴를 실검에 올리기 위해 진영싸움을 시작했다. 후보자는 청년층과 서민들의 박탈감은 이해한다면서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혹은 몰랐다는 말을 반복했다. 여기에 새로 추가된 사실은 우리 애가 밤늦게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무서워한다는 것이었고 그러지 말아 달라아비로서의 부탁이었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밤늦게 문 두드리는 소리는 엄청난 공포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밤늦게 후보자의 딸을 찾아간 기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청년층과 서민들이 그에게 분노한 이유는 그가 불법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특권을 행사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너무 일상이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 당시도, 지금도 '모르는' 무감각 때문이다. 지금 그의 아비로서의자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우리 중 누구도 입시와 교육의 열망과 욕망에서 자유로운 자는 없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는 그 욕망을 줄곧 문제 삼았다. 그러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막상 그의 삶은 욕망에 충실했다. 소름돋는 반전에 그가 바꾸고자 하는 사회가 미심쩍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촛불을 들었고, 서민들의 마음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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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이후 올라온 국민청원_홈페이지 캡쳐

9월 4, 오늘은 후보자의 아내가 재직한 학교에서 후보자의 딸이 총장상을 받았다는 소식과, 그 딸의 생활기록부가 유출되는 이슈가 맞붙었다. 매일매일 지극히 사적인 그래서 찜찜한 정보가 쏟아진다. 이제 그를 둘러싼 무엇이 사(私)고, 무엇이 공(公)인지도 헷갈리는 아수라다. 하지만 진즉 쏟아진 정보로도 각자 후보자에 대한 심리적인 검증은 마친 상태다. 정부와 후보자는 그럼에도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의 소명을 조국을 통해완수하고자 한다. 그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의 아수라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감정소모와 피로함, 그 후의 결론은   

배신을 당했지만,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구혜선의 입장도 바뀐 바 없다. ‘그럼에도 이혼하고 싶다는 안재현도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이들이 왜 자꾸 알지 않아도 될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개하는지 어리둥절하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소식이라도,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사람은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고, 분노한다. 이제 이들에게 쏟을 감정의 임계치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피로하다.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서가 아니라, 그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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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자 실시간검색어_캡쳐

이 피곤한 싸움을 매일 지켜보다 보면, 보는 이들에게는 방어기제가 생긴다. 혐오와 적대감, 아니면 양극의 무관심이다. 두 가지 반응 모두, 이슈를 보는 건강한 방식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 “연예인들이 TV에서 하는 건 다 쇼야이 두 가지 문장으로 수렴되는 뻔 한 결론. 결국 우리가 모두 이만큼의 감정을 소모하고 환멸을 호소하며 무기력에 이른다. 실검이 장악한 오늘의 가장 서글픈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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