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입맛 돌아오게 만드는,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 <삼시세끼>

허당 도시인 염정아,윤세아,박소담 그리고 정우성이라 더 공감되는 한 끼

유슬기 기자 |  2019.08.22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밥을 지으려면 가마솥에 불을 붙여야 하고, 커피를 마시려면 생두를 볶아야 한다. 인스턴트 밥과 일회용 커피의 유혹을 이기고 나면 가마솥 불 맛으로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과, 어느새 에스프레소 향을 풍기며 볶아진 원두가 기다린다.

오늘 뭐 먹지는 인류의 고민이지만, 그 한 끼를 제대로 거두어 먹기란 쉽지 않다. ‘때우는, ‘해치우는한 끼가 아니라 땅에서부터 수확돼 밥상에까지 이르는 음식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근원적인 충일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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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tvN <삼시세끼> 산촌편

 

 서툴고 미숙한 세 사람이 자연과 함께 부대끼며 찾아가는 활기  

밭에서부터 캐온 채소를 흙을 털고 잘 닦아 자르고 다지고 볶고 찌고 끓여내면 다른 데코레이션이나 플레이팅이 없이도 꽉 찬 한 끼가 차려진다. 강원도 정선 대촌마을이 배경인 이번 <삼시세끼> 산촌편의 특징은 차승원이나 에릭같은 프로페셔널한 쉐프가 없다는 것이다. 염정아는 요리를 잘 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시원치 않아 포기한 상태, 박소담은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감자 캐 본 적 있는게 전부다. 윤세아 역시 '컵라면 CF'가 어울리는 처지다.

이렇게 서툴고 미숙한 도시인들이 산촌에 내려가 우왕좌왕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이번 <삼시세끼>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우리들 누구든 도시에서 문득 산촌에 옮겨놓으면 다름없는 모습 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씩씩하게 감자를 캐고, 채소의 신선함에 아낌없이 감탄하고, 장날의 풍성함에 감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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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끼하우스 채소밭 지도_<삼시세끼> 방송 캡쳐

 

아침 일찍 일어나 닭들에게 무청을 주고 따끈한 달걀을 들고 내려오는 윤세아의 얼굴은 화장기 없이도 환하게 빛난다. 애초 <삼시세끼>가 매체를 통해서라도 전달하고 팠던 건,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잃어버리고 살았던 유기농 제철음식 자급자족라이프의 모습이었을 텐데, 초보 산촌러들의 모습은 이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도화지다.

여기에 정우성이라는 특급 게스트까지 어우러져 장작을 패고, 수돗가에서 땀을 씻고, 보리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 톱스타든 시청자든 결국 자연 안에서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걸 보게 된다. 도시에서의 우리는 자신을 잘 꾸미고,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만 자연 속에서는 누구나 한 끼 밥을 해먹는 그 단순한 일에 집중하고 한 끼 밥을 따스히 먹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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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에서 정우성과 이정재의 투샷도 볼 수 있을까

 

나영석 PD는 언젠가 정우성과 이정재를 패널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내비쳤는데, 그 때 이들이 보여줄 모습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햇살에 그을린 팔뚝과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밤에 잠 들 때는 내일 뭐먹지를 아침에 눈뜨면 오늘 뭐먹지를 고민하는 하루.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기름진 땅과, 푸른 작물에 감동하는 하루 일 것이다.

    

인스턴트 낭만에도 감동하는 도시인의 허기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농민들에게 도시인의 인스턴트식 낭만이 철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자급자족의 즐거움도 유기농의 건강함도 잃어버린 도시인의 영양 상태는 이런 가공된 영상에도 급한 허기가 몰려올 정도로 허약하다. 이런 메마른 정서를 채워줄 방방곡곡의 풍경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이들이 산촌에서 맞은 첫 끼처럼 여름 감자를 곱게 갈아 감자전을 부치고, 값이 너무 떨어져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는 양파를 듬뿍 넣은 된장국도 끓여 채소 쌈과 함께 다부지게 먹은 뒤 칼집마다 육즙이 터지는 복숭아를 썰어 탁자에 놓고 <삼시세끼>를 보고 싶은 늦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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