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윤아의 <엑시트>가 소니의 <스파이더맨>보다 재밌는 이유

재난상황에서 거미줄과 수트보다 필요한 건?

유슬기 기자 |  2019.08.02
*영화 내용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난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피터 파커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미스테리한 재난은 연달아 일어나고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이 나타나길 간절히 기다린다. 우리의 파커는 학교 수학 여행 중에도 거미줄을 쏴야 한다. 목걸이를 주며 고백하고 싶은 친구가 있어도, 세상을 구하는 게 먼저다. 재난이 가득한 세상이 기다리는 건 초능력과 멋진 수트를 겸비한 히어로, 라고 마블의 세계관을 입은 히어로 영화는 말한다.

스파이더맨1.jpg
7월 1일 개봉,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exit.jpg
7월 31일 개봉, 엑시트

 

앞이 캄캄한 현실 앞에 선 우리 앞에

<엑시트>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디를 봐도 출구가 없는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출구가 되는 건 오직 용남(조정석)의 용기다. 우리의 용남이는 피터 파커와는 다르다. 아이언맨과도 다르다.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아니다. 그는 동네에서도, 집안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그는 대학 때 남들이 다 하는 스터디 대신 산악회에 젊음을 바쳤고,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놀이터 철봉에서 몸을 다듬기 때문이다.

   

이상근 감독은 지축이 흔들리거나 해일이 넘나드는 재난대신, 가스가 퍼지는 재난을 택했다. 이 재난은 현실의 은유다. 언제 퍼졌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앞이 캄캄하다. 모두가 어느 쪽으로든 뛰고 있지만 그게 어디인지는 모른다. 그러는 사이 몇몇은 쓰러지고, 몇몇은 갇힌다. 구조대가 도착하면 모두가 자신을 구해달라고 소리친다.

엑시트1.jpg

그런데 이 눈맵고 코따갑고 숨막히는 가스 속에서 누군가는 창문을 깨고, 줄을 던져 길을 만든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헬기에 태운다. 자기 차례가 와도 여전히 갇혀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화살표가 된다. 지금 한국 사회가 기다리는 히어로의 얼굴은 다부지지도 않고, 눈부시지도 않지만 이토록 선량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다.

 

히어로를 위한 재난인가, 재난을 위한 히어로인가    

다시 스파이더맨으로 돌아간다. 여기엔 히어로가 되고 싶은 이들이 넘친다. 진짜 히어로로 거듭나기 위해 가짜 히어로가 재난의 불쏘시개로 쓰인다. 이는 재난을 위한 재난이다. 히어로를 키우려다 보니, 히어로를 위해 재난이 발생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감흥은 있지만 감동은 없다.

엑시트2.png

<엑시트>의 주인공은 쓰레기 봉투를 입고 뛴다. 지하철에 있는 마스크를 꺼내 쓴다. 누군가는 이를 짠내난다고 하고, 눈물겹다고 하는데 이들이 재난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차라리 눈부시다. 거미줄이나 수트, 닉 퓨리나 토니 스타크가 없어도 우리는 달릴 수 있다. 쓰레기 봉투를 입고, 마스크를 꺼내 쓰고. 재난에 필요한 건 히어로가 아니라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친 아주 보통의 존재들이었는지 모른다. 도시를 뒤덮은 유독 가스를 뚫고 달려 나온 의주와 용남은, 사실 이 보통의 존재가 지닌, 선'의'와 '용'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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