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수출 흔들 백색국가 제외 결정

7월 수출 전년 대비 11% 하락, 한국 산업계도 연쇄 부담

선수현 기자 |  2019.08.02
오사카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한국경제를 옥죄고 우리 정부 역시 쉽사리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본 각의(국무회의)가 8월 2일 결국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연서 후 일왕의 공포로 최종 확정된다. 일본 정부가 7일 개정안을 공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3주 후인 오는 28일 시행될 전망이다.

백색국가 지정은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종의 혜택이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등 27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해왔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이 지정한 백색국가다.

한국이 2004년 이후 유지해오던 백색국가 지위를 빼앗김에 따라 일본 기업은 한국에 수출할 때 식품·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혹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아야 원할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사실상 한국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해 한국경제에 실질 타격을 주기 위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양국 간 무역 거래에 큰 차질이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맞물리며 우리나라 7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하락한 461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반도체 –28.1%, 석유화학 –12.4%, 석유제품 –10.5%로 나타나 일본 제품 수입이 가로막히면 한국 산업계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정밀공작기계,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접착제 등의 분야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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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월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방침이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맞섰다. 양국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갈등 양상은 날로 깊어져 갔다.

최근 미국이 나서 한국과 일본에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외교부 조세영 1차관은 미국의 중재를 두고 “미국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본다”며 “일본이 자기들의 기존 입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일본 각의 결정 후 청와대는 즉각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이틀 전인 7월 31일 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 후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한일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맞대응하는 방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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