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차승원‧배정남‧유해진의 <스페인 하숙> & god의 <같이 걸을까>

우리는 왜 산티아고 순례길에 매료될까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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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파울로 코엘료는 록음악 작곡가,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음반회사 임원 등이 되어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다 마흔이 되던 해인 1986년 돌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 경험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경험을 담은 책 순례자로 작가가 됐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그린 연금술사가 전 세계 168개국 73개 언어로 번역돼 1억 부 넘게 팔리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나를 변화시켰습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생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배웠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그가 배운 생의 단순한 진리는 무엇이었을까.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에 이르는 길이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에 있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를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다. 이 길에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라 불린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쇠퇴했던 이 길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면서 카톨릭 신자들에게 인기를 모았고,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1993년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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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는 이들 중에는 한국인이 많다. 서점에 가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후기를 담은 책이 다양하게 발간돼 있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다>를 쓴 전종구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한번 가겠다고 마음 먹으면 언젠가 걷게 되는 신비한 길이었다"고 썼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 역시 그의 나이 50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 걷는 길인 올레코스를 만들었다. 스페인 정부 기관이 낸 통계를 보면 순례길을 걷는 연령대는 30~60대가 64%로 가장 많다.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국적을 보면 한국이 41%를 차지한다. 지난 해에만 5100명이 다녀왔다는 기록이다.

   

순례길에서 만난 선물 같은 순간 <스페인 하숙    

시청률 11.7%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tvN<스페인 하숙>은 이 순례자의 길에 숙소인 알베르게를 열고,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안락한 침실을 제공한다. 순례자의 길을 걷다보면 빵이나 파스타 등으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인데, 따뜻한 밥과 국 최소 3가지 이상의 반찬과 메인 요리 등 한식 정찬을 대접받은 순례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미 <삼시세끼>를 통해 만능 요리 실력을 뽐낸 바 있는 차승원은 현지 재료로도 세계 각국의 순례자를 대접할 식사를 뚝딱 만들어 낸다. 나영석 PD<윤식당>이 그러했듯, 외국인들이 한식에 감탄과 찬미를 보내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괜히 마음을 으쓱하게 만든다   

유해진이 관리하는 숙소는 또 어떤가. 그는 합판 하나로 못 만드는 게 없는 이케요(IKEYO)’의 창업주다. 커다란 배낭을 멘 순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형편을 살피고, 이부자리를 관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순례자들을 만날 때마다 언젠가는 걷고 싶지만, 아직은 가지 못하고 있는순례길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그런 그에게 순례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60대의 여성이든, 30대의 남성이든 일단 걸어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또 걷게 된다고 말이다. 그들 중에는 이미 여러 번, 순례자의 길을 걸은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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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걷다보면 알게 될거야 

 시간이 갈수록 필요한 짐이 줄어들고, 생각이 단순해진다는 순례자들을 보면 도대체 그 길에 무엇이 있기에라는 궁금증이 든다. 발에 물집이 터지면서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오르막길 그리고 내리막길을 쉼없이 걷는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을 풀어낸 게 god<같이걸을까>.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 god의 다섯 멤버는 열흘동안 스페인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 평균 연령 38.5세 허리 부상으로 중간 중간 드러누워야 하는 멤버도, 발의 통증으로 걷기가 불가능한 멤버도 있었지만 이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이들이 걸어온 길에는 20년 전 데뷔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시간도, 장소도 초월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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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몇몇은 눈물을 쏟았다. 다시는 이 시간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회한, 서로를 이어주고 있는 인연에 대한 감사, 형제 같은 이들과 한 몸처럼 지내다 다시 떨어져 살아내야 하는 혼자의 삶 등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모두에게,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파울로 코엘료는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을 이렇게 적었다. “이 세상 모든 비범한 것들은 평범한 자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계속 따라 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 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스페인 산티아고의 길에 오를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순례자다. 잠시 왔다가, 가야 하는 길이다. 그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걸을지, 산티아고가 알려주는 건 아닐까. 그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얻기 위해 오늘도 순례자들은 트레킹화의 끈을 고쳐 멘다. 걷다보면 차승원의 밥 한 끼와 유해진의 사람 좋은 웃음처럼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쪼록 모두에게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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