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주년, 백상예술대상 55주년의 기록…극한직업 무관이라니 실화?

백상예술대상과 김혜자의 눈부신 인연…1979, 1989, 2009, 2019 대상

유슬기 기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것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2019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배우 김혜자 수상소감 中   

 

kimhj.jpg

 

1941년생,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올해 일흔 아홉이라는 나이를 살아가는 배우가 드라마보다 더 눈부신 장면을 선물했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의 TV 부문 대상 수상자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 역을 맡은 배우 김혜자였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의 엄마였고, 딸이었고, 나였을' 이들에게 전하는 작품이자 말 그대로 김혜자에게 헌정하는 작품이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순간을 선사한 배우  

 

긴 꿈을 꾸었으나,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꾸는 건지알 수 없다던 그의 고백은, 타임 슬립 판타지 드라마를 인생 드라마로 바꿔놓았다. 드라마가 쌓여 함께 웃은 시간만큼, 딱 그만큼 가슴 아픈 드라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대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윤계상은 드라마는 고단한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한 줌의 위로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실제임을 알려준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리고 위의 나레이션은 <눈이 부시게>의 혜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이자, 그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참석해 혹시나 상을 받게 되면 전해주고 싶어손에 꼭 쥐고 올라온 이 시대에 보내는 편지였다.

   

<눈이 부시게>를 기획하고 연출한 김석윤 PD김혜자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 56년간 국민의 엄마였던 그의 서사는,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가져다 준다. 기억의 모래성이 사라지는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일이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실감이다. 그의 수상소감에 무대 아래의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나, 잠옷 차림으로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눈물바다가 된 건 그의 메시지가 시상식이라는 공식을 넘어, TV라는 한계를 넘어 그저 마음으로 흘러 들어와서다.

백상1.png

백상예술대상이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을 준 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시상식에서는 33명의 조, 단역 배우들이 꿈을 꾼다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채웠다. 손님 3, 피자배달원 1, 여고생1, 스탭1, 간호사 2, 은색양복남자 등으로 출연했던 7세부터 58세의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배우로 살 때 얼마나 행복한지를 노래했다. 이 무대는 1년이 지난 현재도 25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과 공명하고 있다.

 

배우 김혜자 1979, 1989, 2009, 2019년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

 

올해는 한국 영화가 시작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55회를 맞은 백상예술대상은 올해를 한국 대중문화의 해빙기라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됐고, 어떤 영화는 오랜 기다림 끝에 기어이 관객과 만났다. 백상예술대상이 55회의 시간을 쌓는 동안, 신기한 기록도 생겼다. 올해 <눈이 부시게>TV 부문 대상을 받은 배우 김혜자는, 지금까지 총 4번의 백상예술대상을 받았다. 1979<행복을 팝니다(MBC)>로 정혜선, 김영옥 배우와 함께 대상을 받은 김혜자는 1989<모래성><겨울안개(MBC)>2009<엄마가 뿔났다(KBS)>로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9년에로 <눈이 부시게(jtbc)>로 눈부신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눈물-tile.jpg

백상예술대상은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은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TV·영화를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이 심사위원을 추천, 부문별 7명의 심사위원이 위촉됐고 부문별 최종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 업계 전문 평가위원 총 40명이 참여해 사전 설문 자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TV 부문 심사 대상은 201841일부터 20193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웹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영화 부문은 201841일부터 201944일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 장편영화가 대상이었다.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가 심사의 기준

TV부문에서는 jtbc <스카이캐슬>tvN <미스터 선샤인>의 각축이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초 SBS <열혈사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영화 쪽에서는 <미쓰백>이 여자최우수상, 여자조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공작>이 남자최우수상,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TV부문에서는 예상대로 <스카이캐슬>의 염정아가 여자최우수연기상을, <미스터 선샤인>의 이병헌이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배우 정우성은 영화 <증인>으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극한직업.jpg 

백상예술대상에 참여한 <극한직업> 배우들

 

하지만 1600만 관객이라는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영화 <극한직업>과 지상파 드라마 중 독보적으로 20%의 시청률을 기록한 <열혈사제>가 무관으로 마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과 평단의 고른지지를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라고 하는데, 대중보다는 평단의 지지로 무게추가 기운 것은 아닌지 갸웃해지는 지점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5

201905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5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