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너의 <생일>, 살아남은 이들이 살아갈 날(生日)

304개의 우주가 사라진 후,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유슬기 기자 |  2019.04.15
*영화 내용 일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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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 4월 3일 개봉

 

잘 있다는 한 마디만 들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남겨진 자들이 말했다. <엄마, 나야>는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늦은 밤이나 새벽/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현관 센서등이 반짝 켜지면/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 저예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2014년 참사 이후 치유공간 이웃을 열고 유가족과 함께 했다. 남겨진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날 중 하나는 떠난 아이의 생일이 다가올 때였다. ‘이웃들은 생일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에서는 생일시를 읽었다. 남겨진 이들이 생일의 주인공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함께 나누는 자리, 모두의 기억 속에 아이가 살아있음을 발견하는 자리, 그래서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자리였다

 

통증이 그리움이 될 수 있도록  

이종언 감독은 이 이웃중 한 사람이었다. 2015년부터 자원봉사를 했다는 감독은, 생일 모임에 앉아 네가 없는 너의 생일에 함께 하면서 통증그리움이 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영화 속에서 순남(전도연)은 망가진 현관등의 센서를 고치지 않는다. 기척도 없이 불이 켜지면, 수호가 찾아온 것이라 믿는다. 그는 계절이 바뀌면 수호 옷을 사다두고, 수호 방에 걸어둔다. 그에게 수호는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너무 아픈 손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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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언 감독(가운데)과 전도연(좌) 설경구(우) 배우

배우 전도연은 처음에는 <생일>을 고사했다. <밀양> 이후,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두려웠다. 이종언 감독은 <밀양>의 연출부에 있었다. 두 사람은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다. 고사하고 난 뒤에도 전도연은 <생일>이 눈에 밟혔다. 때때로 <생일>의 안부를 묻다가 결국은 함께 하게 됐다.

감독도 배우도 실제 일어난 일이며, 현재도 진행 중인 슬픔이라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때문에 영화는 감정을 강요하지도, 현실에 날선 비판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은 이들의 일상을 비춘다. 사고 당시,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하고 몇 년이 지난 뒤 외국에서 돌아온 아빠 정일(설경구)은 가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돈다. 설경구의 말대로 관객은 그의 어깨를 타고남은 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어깨를 타고 우주 속으로

  밖에서 보면 이들은 유가족이라는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의 슬픔은 각각이고 이들이 잃어버린 우주는 모두 다르다. 이들이 아이의 생일을 함께 챙겨주는 건 그가 얼마나 홀로 찬란한 우주였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아들의 생일 초는 열여덟에 멈춰 있지만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스물이 되고, 스물 하나가 되고, 스물 둘, 스물 셋이 되어 친구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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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 역을 맡은 배우 김보민

외국에서 돌아온 정일(설경구)은 자신을 만나러 오려고 했던 아들의 여권에 도장하나 찍혀있지 않은 게 문득 사무친다. 출입국관리소에 아들 여권을 들고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냉대 뿐이다. 그제서야 정일은 이제 찍을 수 없는 여권이라 그럽니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데, 소원 하나 들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라고 물으며 오열한다.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순남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정일은 모처럼 찾아간 가족모임에서 보상금 두둑히 받았으니 사업에 투자해보라는 친척의 말에 수저를 놓는다. 순남이 수호를 안고 살아온 세상은 줄곧 이런 풍경이었음을 그는 알아간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그리고 애도의 공동체   

  처음부터 끝까지 수호의 이야기 인 것 같지만, 너무 일찍 오빠를 잃은 동생 예솔이는 묵묵히 자라 어른아이가 되어 있다. 바닷가에도 욕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공포를 안고, 늘 오빠 옷만 사오는 엄마에게 서운하다는 내색도 내지 못한 채 아이는 자란다. 예솔이는 아빠를 만나고 나서야 어리광이라는 걸 부려본다. 실제 유가족의 누나 중에는,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엔딩크레딧과 함께 동생의 학생증을 사진으로 찍는 이가 있다. 동생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어서. 혼자 보고 온 게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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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다.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 털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생일>을 보면, 그리워하기에 너무 이른 때나 아파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도저히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커다란 구멍이 생긴 이들이 그 고통의 블랙홀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함께, 이렇게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애도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참사 당시, 소방 호스로 20여 명의 사람을 구조했던 파란바지의 '세월호 의인'은 노란 조끼를 입고 41.6 Km를 달린다. 조끼에는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써있다.       

유가족들은 진도와 목포에서, 광화문과 청와대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일 때 이들의 꺾인 무릎을 다시 세워준 건 어떤 학생의 가방에 달려 있던 노란 리본 하나, 어떤 회사원의 양복에 붙어 있던 노란 뱃지 하나였다고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실감, 함께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는 위안이다. <생일>은 그 자리에 모였던, 그리고 객석에 앉아 이 모임에 함께 할 이들이 모두 함께 만드는 커다란 노란 고리 하나다. 여기에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 <생일>은 개봉 2주만에 76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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