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우려먹기, <윤스테이> 통했지만 아쉽다

그의 승승장구는 혹시 승자독식은 아닐까

유슬기 기자 |  2021.01.11

나영석 PD의 예능에 발탁되는 건 그 자체로 이슈다. 일단 나영석 PD가 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는데, 그의 예능이란 이미 성공한 프레임 안에 아이템을 바꾸거나 출연진을 추가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시작한 <윤스테이>도 마찬가지다. 이 멤버는 이미 <윤식당>을 성공리에 런칭했고 윤여정은 발리, 스페인에 이어 한국에서도 사장을 맡게 됐다. 식당이 숙박업이 된 것, 정유미가 과장에서 부장이 되고, 박서준은 알바생에서 실장이 되고, 새로운 알바생으로 최우식이 투입됐다는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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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첫방송한 <윤스테이> tvN

그의 뮤즈가 되면 그는 나영석 PD의 페르소나처럼 매시즌 등장한다. 이서진이 그 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 이서진이 <12>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이 후 2013<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나영석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는 이서진이 대부분 출연했다. (<꽃보다 청춘> 시리즈나 <알쓸신잡>, <신서유기> 정도만 예외다.) 이서진이 나영석 PD의 제안에 "그런 걸 왜 해야하냐"며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츤데레처럼 잘하는 모습은 하나의 시그니처가 됐다. 

 

나영석의 우려먹기 성공, 예능판의 절대권력 

성공한 프로그램에 성공한 PD와 매력적인 출연진, 이 나무랄 데 없는 조합을 나무라고 싶어지는 건 이들이 자조하듯 우려먹기의 정도가 지나쳐서다.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 등 하나의 예능이 시즌제로 계속되는데는 이른바 나영석 사단의 공이 컸다. 그는 공공연히 이야기하듯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려고 하고, 함께한 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프로그램이 잘되는 일 즉 시청률이 나오는 일이다. 그리고 나영석 PD는 함께 한 이들에게 늘 큰 선물같은 사람이다. 

이우정 작가라는 든든한 소프트웨어가 함께 하니, 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하드웨어로나 소프트웨어로나 더할 나위없이 세련되고 스윗하다. 거기에 윤여정, 박서준, 정유미처럼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는 호감형 인물들이 자리를 채운다. 현실과 가까운 환상을 심어주기에 맞춤이다.

그런데 이 반복 속에 느껴지는 건 피로함이나 지루함이 아닌 근심이다. <12>, <무한도전>이 장기집권하는 동안 예능계에 살아남은 이들은 많지 않다. 대신 이 소수의 멤버가 장기적으로 예능을 재집권하고 있다. 지금 나영석 곁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심지어 이서진도 이때 만들어진 인연이다. 우리는 비슷한 인물들이 비슷한 제작진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걸 계속 지켜본다. 프로그램의 이름만 달라질 뿐 출연진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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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제작한 <이서진의 뉴욕뉴욕>. tvN

어떤 면에서는 포맷의 우려먹기보다 더 위험한 지점이다. 나영석 PD의 승승장구가 일면 승자독식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와 함께 한 프로그램이 망하지 않으면, 계속 승리하는 게임에 투입된다. 나영석 PD라고 늘 승리하는 건 아니지만 그는 이미 많은 승리를 거둔 장수라 승리의 확률이 높다. 그는 이 승리의 확률을 믿을만한 인물로 높인다. 이들에게는 선순환, 전체 예능의 파이로 보았을 때는 선하지만은 않은 순환이다. 

이들의 프로그램에서는 한 인물의 매력을 클로즈업해 부각시키는 기법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야말로 이들과 한 배를 타면 이들은 예능초보라도 매력부자로 거듭난다. 실제로 매력있는 인물을 공들여 섭외하고, 그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식이다.  그나마 나영석 PD의 눈에 들어 발탁된 최우식, 피오, 송민호 등이 형님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달콤한 파이를 나누어 먹는다. (유튜브에서는 규현, 배정남 등이 같은 방식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보인다  

2017년 칸 광고제에 나영석과 이서진은 함께 연단에 섰다. 예능의 성공방정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들의 성공법에 주목했다. 그의 말대로 과거 한국인들은 성공과 노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지금 청춘은 다르다. 밤늦게까지 일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휴식을 원한다. ‘무위도식은 부정적인 의미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그는 이 보편의 욕망을 한 걸음 빨리 캐치했고, 그 환상을 자신의 시리즈에 부려놓았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환상을 준 것이다.

이전의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을 보는 마음이 맞아. 저런 삶을 살고 싶었어였다면, 출연진이 고정되어가는 지금은 그들이 사는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분이다. 출연진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또 매력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나라, 다른 장소에서 또 옷만 바꾸어 입고 등장할 것이다. 배우 윤여정은 나영석에게 언젠가 한 번은 크게 망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윤스테이가 시작과 함께 성공적으로 안착해 8.2%라는 최고 시청률을 찍은 지금, 그 말이 떠오르는 걸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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