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차태현

그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챌린지를 응원한다

류버들 온라인팀 기자 |  2020.11.07

 차태현은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는 등장만으로 어떤 한 장면을 흥미롭게 만든다. 그렇다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타입은 아니다. 그는 그저 온몸에 긴장이라는 건 한 스푼도 넣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으면서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호감형 인간이란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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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마지막회에 등장한 차태현

 

최근 차태현은 그야말로 온갖 채널의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복면을 쓰고 <보이스 트롯>에 등장해 홍경민과 듀엣을 하는가 하면, <장르만 코미디>에서는 임금의 용포를 입고 등장해 재미없어 죽어가는(?) 김준호를 살리기도 했다. 그뿐인가, <집사부일체>에서는 사부로 등장한 배우 배성우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깜짝 등장하더니, 얼마 전 종영한 <식스센스>에서는 스스로 출연을 자청해 정답까지 야무지게 맞추고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채널불문, 장르불문, 차태현의 예능방랑

이렇게 보면 천생 오지라퍼 같은데, 막상 프로그램을 보면 그는 딱 자기 할 일만 한다. 요컨대 오버하지 않는다. 마음에 없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진짜 웃기지 않으면 웃지도 않는다. <식스센스> 마지막 방송에 울먹이는 제시를 보며 “(고작) 8회하고 운다고?”라며 혼잣말을 하거나, 드라마가 끝나면 시원섭섭하냐는 질문에 시원하지. 끝나면 다 잊어라고 담담히 말하기도 한다. 유재석을 말대로 그는 거짓을 모르는 감동파괴자. 

그런데 그는 독설가로 보이거나 냉혈한으로 보이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해도 행동이 따뜻하다. 다시 그가 등장한 프로그램을 보자. 홍경민, 김준호, 배성우 등은 여러모로 그와 인연이 깊은 사람들인데,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차태현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데 전혀 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홍경민을 띄워주지도 않고, 김준호의 개그를 받아주지도 않고, 배성우에게는 어쩌자고, (예능프로그램에) 혼자 나왔느냐고 타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프로그램은 차태현이 등장해서 한결 편안해지고, 또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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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부일체>, 몰래 온 의리남 차태현

 

예전 영화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이 보이면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 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긴 시간 작품을 못하다 오랜만에 하게 되면 출연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거다. 당시 그와 만난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2>였다. 그의 필모에 마이너스가 될 작품이 분명하지만, 개봉 전부터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겠지만,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차태현의 미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시절, 한 사람을 향한 순애보와 세 아이를 향한 다복한 사랑은 차태현이라는 존재를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었다. 그 때도 그는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이 모든 환상이 깨질 것이라며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지난 해 그가 자숙기간을 가질 때, 그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를 짐작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그의 어깨가 짐짓 가벼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씌워진 무결점 신화라는 건, 언젠가는 깨져야 할 것이었으니까.

 

프로미담꾼, 프로참석러로 가벼워지다

그렇게 14개월 만에 돌아온 차태현은, 정말 가벼워보였다. 혼자 니가 왜 거기서 나와챌린지를 하는 것처럼, 온갖 프로그램을 마실하듯 놀러 다녔다. 잃을 것이 없어서 자유로워 보였고, 뭘 얻으려고 나온 게 아니라 순수히 즐기다 갔다. <식스센스>는 무려 스스로 유재석에게 나가겠다고 먼저 연락해 나온 프로그램이다. 차태현이라 가능한 일인데, 또 나오니 모두와 티키타카가 되어 게스트인지고정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그 옛날 <패밀리가 떴다>에 게스트로 출연해 절친인 김종국과 유재석 사이에서 차희빈으로 활약했던 걸 떠올리면 참으로 꺼지지 않는 예능감이다. 

차태현의 예능감의 중추는 아마도 균형감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가진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선이 자신을 들뜨지 않게 만들고, 타인을 깔보지 않게 만든다. 아마도 그 선을 지키는 선한 마음이 그를 데뷔 이래 지금까지 호감을 주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는 전지현, 송혜교, 신민아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와 공연했고 조인성, 송중기, 박보검 등의 후배가 늘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이기도 하다. 한번도 톱스타가 아닌 적이 없는데 톱스타의 위화감이 없다.

 

즐기는 사람은, 정말이지 못 당한다 

이 신기한 사람은 이제 마음먹고 기행을 즐기고 있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방송을 드나든다. 그러면서 잘한다. 왜냐하면 즐겨서다. 즐기는 사람은 못 당한다. 다만 인연에 대한 선의로 신의를 지키는 문턱 낮은 셀럽, 불러주면 달려가고 재밌어 보이면 찾아가는 예능계의 히치하이커. 다음 번 예고된 그의 등장은 무려 그의 어머니인 최수민이 출연 중인 드라마 <산후조리원>이다. 연기도 되고, 노래도 되고, 예능까지 되니 어떤 방송도 프리패스. 흥미진진한 그의 다음 챌린지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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