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그를 알고 싶다

괴테와 스티브 잡스가 부러운 이유

김민희 기자 |  2020.10.26

창조는 한 개인에 의해서 탄생하지만, 그 창조가 사회적 맥락을 얻으면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된다. 그 결과물이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에 파문을 일으켜 세상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류문명의 이정표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창조적 개인을 객관적 시각에서 심층 조명하는 평전 장르가 한국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미국이나 중국의 서점가에는 '인물'이라는 장르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평전장르가 자리잡았지만, 한국은 아니다. 있더라도 용비어천가식의 전기문이거나 대필작가가 쓴 자서전이 대부분이다. 공과 과 양면을 균형감 있게 쓴 평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괴테와의 대화> <스티브 잡스>가 부럽다

<괴테와의 대화>라는, 1000페이지가 넘는 무시무시한 책이 있다. 괴테의 조력자이자 동료였던 에커만(요한 페터 에커만)10년 동안 1000번 정도 괴테를 만난 후 쓴 책이다. 에커만은 원래 법학도였다. 문학에 대한 주체 못할 열정으로 법학공부를 그만두고 괴테를 사숙하던 그는 자신의 원고를 괴테에게 보내면서 친한 사이가 된다. 이후 그는 괴테를 만날 때마다 괴테와의 말과 당시의 상황을 모조리 기록했다. <괴테와의 대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덕분에 그 당시 괴테의 생각과 육성이 고스란히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았다. 이보다 더 귀한 보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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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조력자이나 동료였던 에커만이 쓴 <괴테와의 대화>. 10년 간 1000번 이상 괴테를 만나 생생한 육성을 담아냈다.

 

애플을 창업해 스마트폰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은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에는 잡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책의 깊이도 만만치 않다. 무려 900페이지에 달해 한 손에 들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저자는 <타임>지 편집장 출신의 월터 아이작슨. 전문 전기작가로 활동하는 그를 낙점한 건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자신의 병증을 알고 아이작슨에게 자신의 평전을 써달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까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한 책을 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된 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직접 들려주어야겠다 싶었지요.”

아이작슨은 2년 간 40여 차례 스티브 잡스를 만나 집중 인터뷰를 했다. 그의 친구와 가족, 동료뿐 아니라 그에게 반감을 가진 인물이나 라이벌까지 100여명을 만나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환경, 매킨토시를 거쳐 아이폰에 이르는 혁신적 제품들이 쏟아지기까지, 또 그를 둘러싼 비판까지 여과 없이 담아냈다. 스티브 잡스는 떠났지만, 그의 생각과 혁신적인 발상, 혁명적 창조물의 탄생의 순간은 스티브 잡스의 생생한 육성으로 남아있다. 기록의 힘이다.

 

 아무리 '은둔의 경영자'라지만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이라는, 한국 최고의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을 일군 경영계의 신화적인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의 그의 고뇌, “생각 좀 하고 세상을 보자는 당연하지만 간절한 외침의 속내,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는 이제는 전설의 어록이 되어버린 이 말을 내뱉기까지 이건희 회장의 머릿 속에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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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책으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에세이-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그 흔적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남아있는 육성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대부분 제3자가 자료를 모아서 쓴 것일뿐, 이건희 회장의 팔딱이는 육성이 오롯이 담긴 책은 없었다. 1997년에 이건희 회장이 쓴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책이 있으나 절판됐다. 결국 그를 알기 위해서는 아주 드물게 한 언론 인터뷰나 지인들의 증언 등을 통해 퍼즐 맞추듯 해볼 뿐, ‘인간 이건희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은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그의 생각과 고뇌, 혁신적 제품의 탄생 이면을 세세히 아는 이는 누구일까

한 시대를, 한 국가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은 한 개인이 떠났다. 그 혁신적 고뇌의 순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이건희 회장의 부탁을 받아 평전의 마지막 부분을 쓰고 있지나 않을까? 아니면 수 십 년 전부터 이 회장이 치열한 고민을 낱낱이 담은 일기장을 숨겨놓았거나. 아쉬운 마음에 기대 품은 소망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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