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동일의 공부법》

진짜 ‘공부의 신’이 말하는 공부의 본질과 공부법

김민희 기자 |  2020.10.18

공부는 단순히 머리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라틴어수업으로 30만 독자의 마음을 산 그가 한동일의 공부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본질을 파고들었다. 라틴어수업에서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로마법수업에서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한동일의 공부법에서는 공부란 무엇이며, 공부하는 이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담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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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 법학자의 공부량은 상상하조차 하기 어렵다. 그는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변호사가 됐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된 것.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되는 길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어는 물론, 라틴어를 비롯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여러 유럽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고,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마친 후 합격 비율 5~6%에 불과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109월 로타 로마나 변호사는 8명이 배출됐는데, 이탈리아인 6, 폴란드인 1, 그리고 한동일 변호사였다.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이 높아 외국인, 그것도 아시아권 출신의 로타 로마나 변호사는 희귀하다. 라틴어는 외국어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라틴어의 명사는 단수, 복수가 12가지 격으로 변하고, 명사의 분류 형태로 5가지다. 형용사는 단어 하나가 36가지로 변하고, 동사는 대략 225가지로 변한다. 라틴어를 익히는 과정도 지난할진데, 그는 라틴어 사전까지 펴냈다. 카르페 라틴어 한국어 사전》로, 무려 1450페이지에 달한다. 집필 과정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30년간 말 그대로 공부벌레처럼 살았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공부하는, 소위 세븐일레븐의 일상을 이어갔다. 그래서 한동일 법학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결핍도 힘이 된다 

공부법을 말하는 책이지만, 한 권의 자서전처럼 읽힌다. 하루 한 끼조차 먹기 힘들었던 지독한 가난, 부모님의 잦은 다툼, 빚쟁이들의 독촉 등으로 암울했던 어린 시절의 조건을 뚫고 명실공히 최고의 공부의 신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나긴 일기장처럼 적어 내려갔다. 성공담이라기보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불안과 암담함, 좌절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 공감대가 넓다.

불우한 환경에 괴로워하던 그는 열 살 때 가출을 시도하고, 중학교 때에는 심지어 삶을 정리하려 했다고 한다. 지독한 고통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온 그는 30여년이 지나 이렇게 말한다.

생이란 거저 얻고 거저 지나가는 건 없나 봅니다. 어쩌면 삶이란 내가 원하지 않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물려받은 것들을 원만하게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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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 변호사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기 자신을 격려하며 앎의 기쁨을 깨달아가는 게 진짜 공부"라고 말한다.Ⓒtopclass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법과 공부의 이유에 대해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한다.

 

 

1. ‘를 찾기 어렵다면 그냥하세요

김연아 선수에게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씨 또한 지금까지 제가 거둔 성공, 주변의 찬사는 모두 일상적 반복이 빚어낸 위대한 선물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냥하는 것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생각을 먼저하면 그 일을 하지 않을 핑계까지 연이어 떠오르게 된다.

 

2. ‘쉬운 선택을 하지 마세요

내 공부비결을 한 문장으로 답을 하자면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람들은 종종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 좀 쉽게 살지라고들 한다. 쉬운 선택을 한다고 이후의 삶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쉬운 선택을 해서 삶이 나아진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할 경우 더 크게 이루게 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을 하려면 자기 자신이 본능적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스스로를 속인다. 무언가를 그렇게 할 수 없는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건 쉬운 선택에 해당한다.

 

3.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

좌절하지 않는 태도는 겸손에서 나온다. ‘맞아, 솔직히 난 아직 부족해, 실력을 더 쌓아야 해식의 태도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인정하는 자세다. 겨울나무와 같을 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허세와 겉치레, 핑계와 변명을 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이 보인다.

 

4. 공부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내 안에 얼마나 쌓이는지 알기 어렵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스스로 실력이 향상됐음을 느낄 정도가 되려면 땅속까지 충분히 적시고 밖으로 흘러넘치는 빗물과 같아야 한다. 시험이란 100을 공부하고 20을 발휘하는 것이다. 

 

5. ‘버티는 힘의 중요성

공부도, 삶도 버텨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매일매일 하루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에게 이정표가 되는 의미있는 매듭을 짓게 된다.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앞서 지은 매듭을 돌아보며 다시 버텨낼 힘을 얻고, 이겨낼 방법을 배운다.

 

6. ‘을 높이는 공부를 해야

우리 사회가 힘들고 아프고 어려웠던 건 목적을 정화하며 공부의 격을 높인 사람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에게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세계로, 결국 인류 전체로까지 힘이 되는 공부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더 나아가 거룩하게 만든다. 모든 배움은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냐?’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7. ‘중간태의 가치

라틴어에는 중간태가 있다. 중간태란 무엇과 같은 상태’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 ‘무엇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상태. 인간이 언제나 과정 속에 놓인 존재라면 내가 무엇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자각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중간은 기회주의라고 여기면서 어느 한쪽에 서기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자기 주관이 너무 확실해서 문제인 능동태, 자기 주관이 능동태와 달라서 문제인 수동태, 주관이 없다고 하는 중간태. 이들이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지성을 갖추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통증을 줄이는 길이다.

 

과학고 학생 대상 북토크 리뷰 보니 

한국 청소년들은 세계 최고의 공부량을 자랑하지만, 정작 공부를 왜 하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동일 법학자는 이 책이 무엇보다 공부에 치인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얼마 전 그는 수도권의 한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는 왜 하는가에 대해 북토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처음으로 공부는 왜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는 내용이 많다. 한 학생은 북토크 후 이런 후기를 남겼다.

우리는 처음부터 길을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고, 찾다 보면 희미하게 나의 길을 알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길을 가야할 지 불안했는데, 공부를 통해 꾸준히 나의 길을 찾아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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