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계는 정말 시민검열, 시민독재의 위기에 빠졌나

주호민의 기안84 옹호가 아쉬운 이유

류버들 온라인팀 기자 |  2020.09.18

웹툰 작가 기안84가 자신의 작품 <복학왕>에 담긴 혐오적 표현에 대해 사과한 뒤, 웹툰 작가 삭은 자신의 작품 <헬퍼>에 담긴 선정적이고 범죄적인 내용에 대해 사과하고 연재 중단을 선언했다. 웹툰계로서는 쉽지 않은 시기다 

보는 이들에게도 역시 쉽지 않은 시기다. 웹툰의 부흥기, 다양하고 질좋은 작품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 만큼이나 그 반대의 경우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작가의 세계관을 담는 작품에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는 것, 그리고 이를 보는 이들이 영향을 받는 것 등이 웹툰의 위상과 함께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w2.jpg
<방구석 1열>에 출연한 주호민 작가, jTBC

이에 대해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이 입을 열었다. 그는 18일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중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답했다. “이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고 덧붙였다.

 사과해도 받지 않는, 시민 독재의 시대?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보통 내 자신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니까라는 생각들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그러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더 넓히려고 할 때 그 생각과 다른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면 그들은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또 계몽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고,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것이다. 재밌으니까 더 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지금 보는 이들이 기안84에게 분노하는 게 재미때문일까.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그를 죽이기 위해서일까. 기안84는 사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유머 있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

기안84가 말하는 사회, 그러니까 구직자가 귀여움으로 승부를 보는곳은 어디인가. 또 그에 대한 유머 있는 풍자가, 상사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뒤 취직이 된다는 내용인가. 그의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번지수가 틀려서다.

w1.jpg
기안84의 사과문

웹툰 협회 역시 입장을 내놓았다. “논란 중인 기안84 작품 자체의 가치평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여성혐오, 성소수자와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의 혐의에 바탕한 문제제기와 비판의 함의는 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감한다면서도 기안84와 그의 작품을 두고 독자들 비판과 지적, 단순 주장과 견해 이상의 연재중단과 작가퇴출을 강제하려는 물리적 위력행사는 단호히 반대하고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웹툰 협회는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를 명분으로 웹툰 작가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을 제약하고 나아가 작가의 부정적 평가와 탄압의 근거로 기능할 수도 있는 성평등을 위한 작품제작 주의점의 권고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비판과 지적, 논쟁의 영역과 위력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위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감정적 위력행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한 매체가 영향력을 갖고 성장하면 그로 인한 빛과 그림자가 생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자본이 모이고, 자본이 모인 곳에 권력이 생긴다. 최근 뒷광고로 논란이 된 유튜브를 보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었지만, 여기에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없었고, 이 때문에 일종의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의 자유는 아니다

웹툰은 어떤가. 웹툰이 콘텐츠 강국이 된 건 오래 되었지만 여기에 자정작용이 있어 왔던가.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금언은 여기에서도 통한다. 지금 보는 현상은 그 결과다. 보는 이들에게 안 보면 그만이라고 하기 전에, ‘밥줄은 건들지 마라고 하기 전에 이들이 자신이 가진 펜으로 무엇을 해왔는가를 보아야 한다. 그 외의 소리들에 검열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혐오와 편견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기안84는 이번주 <나혼자 산다>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모두가 걱정하는 그의 퇴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호민은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 당분간 작품 활동을 쉬고 싶다며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회색분자가 됐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정말로 그렇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