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그 사람, 주현미가 여전히 레전드인 이유

1920~2020 트로트의 역사, 그리고 그 너머

류버들 자유기고가 |  2020.07.22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듣고 따라 부르던 소녀는 11, 아버지의 손에 끌려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노래 잘하는 딸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어머니는 딸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 커서는 약대를 졸업해 약사로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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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트롯>,TV조선

 

그러다 흘러간 히트곡을 녹음한 앨범 쌍쌍파티가 만 장이 넘게 팔리며 유명세를 모은다. 1985년 발표한 비내리는 영동교부터 히트하기 시작해 신사동 그사람’ ‘짝사랑’ ‘잠깐만등이 연달아 인기를 모아 연말 가요대상을 휩쓴다. 새로운 트로트 여왕의 탄생이었다

 

100년 전 노래를 소환해 소화하는 현역 레전드

2020년 데뷔 35주년을 맞은 그는 이제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을 아우르는 가수가 됐다. 201811월 유튜브 주현미 TV를 개설해 흘러간, 잊혀진 옛노래들을 소환해 그 곡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이를 모아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철 들기 전부터 따라 부르던 노래를 이제 제대로불러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옛 노래들이 어느 날부터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떠오르고, ‘남쪽 나라 내 고향은 어디일지 궁금하고, 허리춤에 달아주는 도토리묵은 어떤 맛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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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TV, 유튜브

<추억으로 가는 당신>에는 봄날은 간다부터 가버린 사람을 못 잊어 우는 파도까지 50곡이 실려 있다. 하지만 그가 흘러간 노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SBS <트롯신이 떴다>에서는 장르의 벽을 넘어 발라드, 팝송 등에 도전하는 주현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곡들을 해석하는 주현미의 목소리가 각 곡과 퍽 잘 어우러져 녹아든다는 것이다.

 

트로트 너머 발라드, 팝송까지   

이미 그가 정용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렀을 때 듣는 이들은 숨을 죽였다. 주현미 노래의 특장점은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고음이었는데 애절하고 슬픈 발라드에서 그의 감성은 폭발했다. 보통은 젊은 가수들이 레전드의 노래를 소환해 헌정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떨리는 얼굴로 무대에 올라 젊은, 현역, 남자 가수의 곡을 최선을 다해 정성껏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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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신이 떴다 , SBS

정용화와 듀엣으로 부른 영화 <스타이즈본>의 삽입곡 ‘Shallow’도 역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하모니가 적절했고, 적어도 그 무대에서 만큼은 선후배의 벽이나 장르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부지런한 사람은 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주현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한결같다. 100년 전의 곡이든, 2020년의 곡이든 곡을 만든 이의 마음을 상상하고 자신을 대입하고 그 속에 들어간다. 그 곡을 표현하는데 자신의 소리를 쓴다. 자신의 소리를 돋보이기 위해 노래를 이용하지 않는다.

다음 회에서 그는 태양의 눈코입에 도전한다고 한다. 매번 난색을 표하지만, 이제 알고 있다. 그는 이 노래들에 정확한 처방전을 가지고 조제해 내리라는 것을. 그의 첫 데뷔 앨범인 쌍쌍파티는 잊혀진 곡들을 다시 모아 세상에 들려주었다. 가수 최백호는 '부지런한 사람은 겁이 없다'며 주현미를 응원했는데 정말 그렇다. 지금도 그는 주현미라는 악기로 세상의 노래들을 연주해낸다. 시대를 아우른다는 건 이럴 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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