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언제까지 성범죄를 소재로 쓸 것인가

jtbc <우아한 친구들>,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반복되는 한숨

류버들 자유기고가 |  2020.07.20

이 드라마를 만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배우 송윤아는 말했다.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이기에 그의 등장은, 장고 끝에 고른 작품에 대한 신뢰와 반가움을 준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고 보니, 나오는 건 감탄보다 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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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jtbc

새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은 송윤아, 유준상, 김지영, 안내상, 김혜은 등 든든한 출연진과 <또 오해영>, <뷰티인사이드> 등을 만든 송현욱 연출의 만남이라 기대감을 품기 충분했다. 4회까지 방영된 지금은? 실망스럽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란 애석함과 아쉬움이 일렁인다.

 

신문 사회면에서 봐도 '피꺼솟'일 상황들

드라마는 20년 지기 40대 친구들의 삶을 아우르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듯하다. 서로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미스테리는 신문 사회면에서 봐도 피꺼솟할 범죄로 점철돼 있다.

송윤아가 연기하는 남정해는 바에서 만난 남자가 자신의 술에 약을 탄 뒤 정신을 잃는다. 남자는 그를 데려와 사진을 찍었고, 남정해는 이를 빌미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술에 약을 탄 일, 정신을 잃은 여성의 나체를 찍은 일,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일 등은 우리가 지난 해 지긋지긋하게 봤고 때문에 치를 떨게 된 성범죄의 전형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모두가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버젓이 이런 행태를 되풀이한다. 여자 주인공을 상대로 일어난 이 범죄는 앞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갈 스모킹건이다.

이 장면이 방송된 뒤, 남자는 여자에게 "사귀자" "사랑한다" 며 강제 입맞춤도 한다. 이를 묘사한 기사의 내용에는 '연하남의 돌직구'라는 표현도 있다.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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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친구들>, jtbc

여성에게 자기랑 사귀든지 5억을 달라고 협박하던 남성은 주기 싫으면 말든가, 당신이 안 줘도 당신 아버지는 줄거다. 자기 딸이 벗고 있는 사진을 세상에 뿌린다는 데 가만 있겠나. 경찰에 신고하려거든 하라. 당신 병원, 남편 회사에 차례로 뿌릴 거다. 아들 이름이 유빈인가, 그 아들 학교에도.” 라고 말한다19금을 표방하며 미스테리를 통해 40대 부부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함정이 아니라 범죄다

그런데 여자는 신고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를 범죄가 아니라 함정으로 그린다. 함정에 빠진 여성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간다. 일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도 가고, 호텔도 간다. 그러다 결국 사진은 남편에게 전송된다. 남편은 분노한다. 이 둘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게 드라마의 긴장의 요소다. 드라마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성범죄를 이용하고 범죄에 빠진 여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는 남자의 협박대로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밀실에 갇힌다. 숱한 피해자들이 겪은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드라마틱한가?

이 부부 외에 다른 부부가 겪는 일도 한탄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전직 성인영화 배우인 강경자(김혜은)은 애로영화 감독인 남편 조형우(김성오)를 위해 접대 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하는 것도 감수한다. 드라마는 이를 남편을 위한 쿨내조로 해석한다. 그가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 건 자신이 아니라 남편이 무시를 당할 때다. 이건 또 무슨 내조인가.

웰메이드로 포장할 수 없는 낮은 성인지감수성 

 

드라마가 세상을 보는 눈, 여자 배우들을 배치하는 방식, 이들이 자기 앞에 놓여진 위기를 대하는 태도는 매회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우아하고, 어째서 19금이라는 장벽을 만들었는지, 명품 배우들을 데려다 놓으면 그저 웰메이드가 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SBS <편의점 샛별이>는 낮은 성인지감수성으로 첫 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일단 청소년인 알바생과 30대 편의점 점주의 로맨스를 그린다는 것부터가 동명의 성인웹툰이 그러했듯 불온한 시각인데, 이 둘이 가까워지는 계기도 상큼한 미모의 적극적인 여고생과 순진한 허당 점주라는 설정으로 무리한 혹은 무례한 판타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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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샛별이>, SBS

   10대를 연기하는 여자 배우들을 담는 카메라의 워킹은 선정적이고, 오피스텔은 성착취의 공간으로 소비되는데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모습 역시 적나라하다. 이를 담고 있는 <편의점 샛별이>의 이명우 PD 역시 지난해 <열혈사제>로 세상의 적폐들과 맞서 싸우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판타지를 담아내는데 시간을 할애 하고 있다.

두 드라마는 모두 금, 토에 방영되고 있고 전작을 성공리에 마친 연출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걸출한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프라임 타임에 믿고 보는 연출과 배우의 만남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마음은 시대를 역주행하는 차량을 만난 것처럼 뜻밖의 봉변이다. 방송이 끝나면 이들의 비주얼을 칭찬하고, 이들의 의상에 집중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드라마 안과 밖의 난국이 실로 총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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