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정준영이 사라지면,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질까

폭행, 마약, 성접대, 성범죄…그리고 2차가해, 헬게이트가 열렸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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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

 

시작은 클럽에서 일어난 단순 해프닝으로 보였다. 지난해 1124일은 첫눈이 온다던 새벽이었고  분위기에 취한 취객과 클럽 가드 사이에 일어난 몸싸움으로 보였다. 이 싸움을 일단락하기 위해 경찰이 왔다. 이상한 점은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신고자를 현행범으로 연행해갔다는 것이다. 공개된 CCTV를 보면 신고자는 이미 집단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갈비뼈 3대가 부러졌다.

   

첫눈 아래 감춰진 풍경은 추악했다. ‘물게물뽕이라는 단어를 전국민이 알게 됐다. 1214일 신고자였던 김상교 씨는 위 사건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11일 그는 오히려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당시 클럽에서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클럽의 가드는 이를 막기 위해 몸싸움이 일어났다고 했다. 여론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때 두 가지 이슈가 터져 나왔다. 논란이 된 해당 클럽 버닝썬이 빅뱅의 승리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이 해당 클럽의 직원(MD)이라는 것이다.

 

클럽 MD의 실체

실제 MD였던 이의 인터뷰에 따르면(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클럽 MD는 클럽의 시작과 끝이다. 테이블을 예약해주고, 그 테이블 매출의 13~15%를 가져간다. 여자 MD는 여성 게스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테이블 손님과 게스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 나온 은어가 물게(물좋은 게스트)’. MD는 테이블의 요구에 따라 약물도 구해준다. 일명 데이트 강간 약물, 레이디 킬러라 불리는 물에 타는 히로뽕, 물뽕(GHB)이다. 어두운 클럽 안에서 몰래 약물을 탄 음료를 마시면 본인도 모르게 의식을 잃는다. 항거불능의 상태가 되는데 피해자는 클럽에서 필름이 끊겼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된 성범죄 관련 마약류 감정 건수는 2015년 462건에서 2016년 630건, 2017년 800건, 2018년 861건으로 4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     

김상교 씨를 신고한 MD는 애나라는 여성으로 중국인이다. 애나는 버닝썬에서 마약공급책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난해 9월 엑스터시 투약으로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추방명령을 받았다. 사건 당시 경찰은 불법체류 중인 애나를 피해자로 소환해 조사했지만, 성추행 여부에 대해서만 조사했을 뿐 마약 관련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실제로 버닝썬이 문을 연 후 접수된 신고는 122건이다. 신고의 내용은 납치 감금. 마약, 성추행, 폭행, 미성년자 의심 등이다. 이 중 경찰이 수사에 나서 체포된 사례는 8건이다. (이재정 의원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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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산다>에 '영앤 리치 승츠비'로 등장한 승리

석연치 않은 장면이 계속되자, 클럽과 해당 경찰서간의 유착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클럽의 폭행사건은 마약과 성범죄로 불거졌다. 버닝썬 VIP룸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강남경찰서는 수사에서 배제됐고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맡았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애나의 집에서는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와 백색 가루가 나왔다. 버닝썬의 대표는 해당 영상이 버닝썬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와 영업사장의 모발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만 해도 승리는 버닝썬 사태와 선을 그었다. 자신은 홍보만 담당했을 뿐이며, 현재는 사내이사도 그만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예정된 해외 콘서트를 소화하기 위해 출국했고, 곧 군입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버닝썬에서 일어나는 폭행, 마약, 성범죄 등은 전혀 아는 바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형 마피아'다 

 

이 때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된다. 2015년 승리가 보낸 것으로 확인된 이 메시지에는 그가 강남의 클럽 아레나(버닝썬은 2018년 2월 오픈했다)에서 해외 투자자를 접대하려고 한 정황이 나온다. 단체창의 메시지에서 승리는 구체적으로 성접대를 요구한다. 이 단체창에 함께 있는 이들이 버닝썬의 대표, 그리고 승리가 공동대표로 있는 유리홀딩스의 유대표다. 유 대표의 성과 승리의 리를 따서 지은 유리홀딩스는 승리가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당시 그가 출근해 업무를 지시하던 회사다. 이 회사는 버닝썬의 지분을 20% 가지고 있다. 카톡 메시지는 또 있었다. 승리와 다른 가수 두 명이 있는 단체창에서는 몰카 영상이 공유됐다. 승리는 처음에는 누구야?’라고 물었다가 금세 알아챘다.

   

지난해 말부터 침묵을 지키던 YG는 그제서야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해당보도는 가짜뉴스이며 엄정대응하겠다는 것. 승리 역시 자진 출석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수사결과 경찰은 승리를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메시지는 조작되지 않았으며, 그에게 혐의사실이 입증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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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준영 기자회견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승리와 절친인 가수 정준영은 친한 친구들이 모인 단체창에서 수차례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과 사진 속 피해자는 촬영 사실을 모르는 채였고, 이런 피해자는 10명 가까이 됐다. 2016년은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가 그에게 불법 동영상을 촬영당했다며 그를 고소했던 때다. 정준영은 기자회견을 열어 장난삼아 찍은 것으로 여자친구가 다툼 끝에 화가 나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여성은 고소를 취하했고, 경찰에서도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동일인물인지는 알수 없지만 훗날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이 시기 정준영은 "몰래 촬영하다 걸렸다",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 하면서 계속 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정준영은 휴대전화가 고장났다며 경찰에 증거물을 제출하지 않았다. 3개월의 자숙 후, 정준영은 예능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그가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었다는 제보가 접수됐지만, 역시 유야무야 끝났다.

    

YG, 15년 된 승리 전속계약 바로 해지

이번에는 달랐다. 그의 메시지가 뉴스를 타고 모두에게 전송됐다. 해외 촬영 중이던 정준영은 서둘러 귀국했다. 그리고 지난 밤, 자신의 SNS공인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승리 역시 국민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저하나 살자고 피해를 줄 수는 없다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13일 승리의 소속사인 YG는 발빠르게 승리와 계약을 해지했다. ‘아티스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준영의 소속사도 계약을 해지했다. 정준영과 전속계약을 맺은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현재 승리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정준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14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 출석한다. 두 사람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소속사는 속전속결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제 이 둘을 볼 수 있는 건 사회면 기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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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화면 갈무리

그러면, 모든 일은 일단락되는 것일까. 이 일이 세상에 드러난 건 공익제보자의 힘이다. 그는 2015년과 20168개월에 걸친 수만 건의 대화가 담긴 파일을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 제보를 대리한 방정현 변호사는 충격을 금할 수 없는 한국형 마피아 사건이었다고 했다. “단순히 연예인의 비위가 아니라 부와 지위를 얻은 연예인이 경제인과 협력하고 이것이 다시 권력이 되어 공권력과 유착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단체방의 멤버 중 하나였던 FT 아일랜드의 최종훈은 음주운전으로 입건됐지만, 보도되지 않고 벌금형을 받았다.) 이 공권력에 경찰의 수뇌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에 제보할 수 없었다는 뼈아픈 고백이다.

   

카톡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YG와 승리의 모르쇠는 통할 뻔 했고, 정준영 역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을 뻔했다. 이들의 민낯이 드러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버닝썬을 검색하면 먼저 버닝썬 VIP 성관계 동영상, 정준영을 검색하면 정준영과 연관된 여자 연예인이 주르륵 뜬다. 이미 이틀 사이에 여러 걸그룹과 배우가 소환되어 '지라시'의 형태로 대량 유포됐다. 이들은 지난 이틀동안 자신이 발벗고 나서 나는 아니'라는 증명을 해야 했다.

 

계속되는 2차 가해  

 

이들이 영상에 나오는가 나오지 않는가와 별개로, 이 영상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피해자다. 이들 중 영상의 촬영과 유포를 원했던 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피해자의 얼굴을 기어이 보고 싶은 이들의 마음과, 그들의 실명을 알고 싶어 하는 현재의 논란은 가해자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서슴없는 2차 가해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은, 승리와 정준영의 실체가 알려지기 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환경이라면 이들이 사라져도 성범죄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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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정준영_정준영 인스타그램

정준영과 승리는 이미 2015~2016년 숱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를 마음껏 용인해주는 환경 아래서 현재까지 승승장구 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폰의 주인공승츠비가 됐다. 이들은 공(公人)이 아니다. 인기로 부와 명예를 얻은 '영 앤 리치'일 뿐이다. 인기가 무서운 이유는 영향력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으로 카르텔을 만들어 공적인 힘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들의 영향력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그래도 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의 단체창에 속한 이들 중 이 일에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없다. 승리와 정준영이 잘 나가기때문이다. 대중이 가져다 준 부와 명예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자산이 됐고, 만연한 관음증과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선망은 범죄를 놀이로 느끼는 괴물로 만들었다. 괴물은 정말, 이 둘 뿐일까.  "성범죄는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가 용인되는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금언을 기억해야 한다. 늦었지만, 부디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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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나비스코   ( 2019-03-14 ) 찬성 : 3 반대 : 2
그런데 장자연사건은 어디갔죠?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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