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미국송환 불허, 성범죄관대국 대한민국

가해자 중심 재판부, 가해자 중심 사회를 만든다

류버들 자유기고가 |  2020.07.13

“지난 10년 동안 서울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심사한 게 30건이다. 그 중 불허 결정이 난 건 한 건뿐이었다. 대부분 허가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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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고 싶다고 울부짖은 손정우, YTN

서지현 검사의 말이다. 최근 재판부는 ‘웰컴투비디오’라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이 불허했다. “회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손정우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가 그 이유였다. 재판부는 손정우를 이용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손정우에 대한 경찰, 검찰 수사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 구속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그는 유료회원 4천 여명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받았고 음란물은 총 22만 건을 유포했다. 1심은 손정우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그는 4월 27일 만기 출소 했다. 

 

미국 다크웹 이용자 중형 vs 한국 다크웹 운영자 출소

이 다크웹은 한국, 미국, 영국 등 32개국이 공조해 수사했다. 미국은 손정우가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있는 곳이다. 서버도 여기에 있다.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강제 송환을 요구했다. 아동음란물 배포, 자금세탁 등 9개 혐의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는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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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송환 불허를 다룬 뉴스보도 화면 ,MBC

“미국이 범죄인을 인도받아 자국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이익이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경우가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며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이 정녕 나라를 위한 일일까. 

한국 재판부의 역사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늘 외면받았다. 오직 가해자의 목소리만 드높았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음란물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정도로 여겨졌고, 범죄의 성립 여부는 이를 통해 가해자가 수익을 얻었는가였다. 피해자는 여기에 노출된 것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다. 사회적인, 정서적인 사망 선고를 받는다. 그런데 그 피해의 강도는 반영되지 않는다. 

 

고작 달걀 18개의 무게

직접 손정우를 고발해 미국 송환을 막았던 손정우의 아버지도 재판결과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애가 컴퓨터만 보고 자라서 그렇다. 이제 컴퓨터를 못하게 하겠다”, 그의 범죄를 그저 컴퓨터로,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진, 피해자 없는 범죄로 여기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재판부의 결정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NYT는 “웰컴투비디오로 아동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일부 미국인은 5~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손정우는 겨우 1년 6개월만에 풀려났다”고 보도했고,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달걀 18개를 훔친 한국 남성은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손정우도 같은 형량이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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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방영된 ‘판사님은 관대하다-성범죄의 무게’ 편을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있었던 성범죄 관련 재편 7만 여건 중 실형을 받은 건 29%에 불과하다. 집행유예가 41%, 벌금이 30%로 71%가 실형을 면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상황을 드러내 재판부에 가기까지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가해자를 세운 재판정에서 실제로 형을 받는 건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달걀 18개보다 적은 솜처벌이다. 

감형의 이유는 이렇다. ‘진지한 반성을 해서’ ‘부양가족이 있어서’ ‘초범이라서’ ‘심신미약이라서’ ‘유포는 하지 않아서’ ‘가해자의 앞날이 창창해서’ 등이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앞날은? 피해자의 가족은? 이런 당연한, 선행되어야 할 의문은 쉽게 묵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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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중심 재판을 비판한 이수정 교수, tvN

2008년 8세 여아를 강간상해해 피해자에게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한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재판부는 가해자가 고령이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한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감형해주었다. 조두순은 올해 12월 출소한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어디에

재판부의 가해자 중심 사고는,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가해자나, 피해자나 암암리에 습득하게 된다. 피해자의 구제활동은 위축되고, 가해자는 더 대담해지거나 자신의 가해사실 자체에 무감해진다. 

이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어떨까. ‘가해자만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은, ‘피해자만 아니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일처럼 재해석되어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를 향해 쏟아진다. 피해자는 2차 가해를 통해 2차 피해를 입는다.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는 피해자를 벼랑의 끄트머리로 내몬다. 

앞서 손정우 송환 불허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한국의 ‘미투’에 맨 앞자리에 섰던 서지현 검사는 최근 SNS를 중단했다. 그 때문에 고 박원순 시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악플 세례 때문이다. 그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메시지를 숱하게 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라고 적었다.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막는 나라, 참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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