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데뷔 14년만의 '대상'

다시보는 4년 전 인터뷰, 학창시절 임원 도맡아

김토프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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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BC 연예대상 방송 화면 캡처

방송인 박나래가 '2019 MBC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3번째 도전 만에 얻은 뜻깊은 상이다. 유산슬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재석을 누른 결과이기에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해 KBS에서 이영자가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개그우먼이 연달아 대상을 받는 기록을 남겼다.  

1985년생의 박나래는 역대 KBS, MBC, SBS 연예대상을 모두 합쳐 80년대생으로 최초의 수상이기도 하다. 올해 35세. 그는 예능계의 탑에 섰다.

 

"사실 너무 받고 싶었다. 나도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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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지난 29일 저녁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 박나래는 대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다. 전년도 수상자인 이영자는 트로피를 넘기며 그를 꼭 안아주었고,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도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박나래는 “솔직히 이 상은 제 상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너무 받고 싶었다. 나도 사람이다”라며 운을 떼었다.

이어 “오늘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대상 후보에 올랐다. 진짜 받고 싶었는데 이영자 선배님께서 어깨 펴고 당당해져라, 유재석 선배님께서 대상은 제가 받았으면 좋겠다, 전현무 선배님도 올해엔 꼭 네가 받을 거다, 김구라 김성주 선배님들도 다 괜찮다 해주시더라. 저는 과연 다른 대상 후보에게 이렇게 여유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저는 여기에 못 미치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다”라며 후보에 오른 선배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제 키가 148cm다. 한 번도 제가 높은 곳에, 누군가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여러분의 바닥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소속사 식구들,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에 감사하다. 여러분이 하늘이 됐기 때문에 제가 거기를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될 수 있었다”며 “오늘 눈 안 마주치려 했는데 내 친구 도연이, 현희 언니, 세형이랑 같이 상을 받아 좋은 거 같다. 내일 술 먹자 내가 살게”라며 주변 지인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박나래는 “저는 착한 사람, 선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예능인 박나래의 행동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항상 선한 웃음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어차피 작아서 높이도 못 간다”고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3년째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 박나래는 올해 유독 활약이 빛났다. 올 초 〈나 혼자 산다〉의 기둥이었던 전현무가 한혜진과 하차하면서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았을 때, 무지개 회원들을 이끌며 프로그램의 정상화를 이끌었고, 올 3월 김숙과 함께 〈구해줘! 홈즈〉 MC를 맡으며 활약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자"

148cm의 작은 키에 허스키한 목소리, 호탕한 웃음이 매력인 박나래. 그는 2015년, 데뷔 10년 차에 《topclass》와 인터뷰했다. 한창 장도연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화제 몰이를 할 때다.

인터뷰에서 박나래는 “(장도연과) 서로 휴대폰에 ‘델마 나래’ ‘루이스 도연’이라고 저장되어 있다"며 "〈델마와 루이스〉 영화처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만을 위해 달려온 박나래.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데뷔 14년 차를 맞은 그는 대한민국 개그우먼으로 당당하게, 영예로운 대상을 품에 안았다.  

 

다시 보는 topclass 박나래 인터뷰 

일찌기 방송인 김구라는 박나래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MBC 〈라디오스타〉 출연 이후 박나래는 말그대로 ‘대세’로 떠올랐다.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폭소클럽2〉 〈개그사냥〉 〈개그콘서트〉 등 수많은 공개 코미디로 내공을 쌓은 그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2015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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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주현 기자  / 사진 : 김선아  

 

한 사람만 재밌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박나래는 학창시절 반장, 부반장, 학생회장을 도맡아 했다. ‘골목대장’처럼 친구들을 모아놓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우연히 초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들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중고등학교 연극반을 거쳐서 상명대 연극학과에 진학했다.

어려서부터의 꿈은 연기자. 주변에서 개그우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들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연기자를 꿈꾸던 그가 개그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잘생긴 개그동아리 남자 선배들 때문이었다.

“잘생긴 선배들하고 술이라도 한번 마실까 해서 동아리에 들어갔죠(웃음). 그러면서 개그 프로그램에 아마추어로 참여하게 되었고,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았는데 한 번에 붙어서 KBS 21기 개그맨이 되었습니다.”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일이 수월하게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가 KBS 개그맨 실에 들어왔을 때 모두 ‘신봉선의 뒤를 잇는 사람이 들어왔다’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슬럼프였어요. 초창기에 연극을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어요. 방송에서는 굳이 큰 발성도, 과한 표정도 필요 없는데 저도 모르게 연극할 때 쓰던 발성과 표정을 하더라고요. 개그맨 2~3년 차에 한 감독님이 ‘너 연기 진짜 못 한다’고 하셨어요. 충격을 받았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면서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 나름대로 자만하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이때까지 배운 건 뭔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한마디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박나래는 이 슬럼프를 그냥 흘러가게 놔두지 않았다. 연기 선생님으로 일하는 친구를 찾아가 밤새워서 연기를 배우고 다시 돌아와서 녹화하기를 반복했다. 많이 물어보고 혼자서 계속 연습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신인 시절 상처받은 게 오히려 심적으로 단단해지는 데 도움이 됐어요. 처음부터 잘됐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어린 나이에 고집이 꺾이니까 더 겸손해지고 연습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망가지거나 제 치부를 말하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웃을 수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을 다 웃길 수는 없지만 웃기다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저는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웃길 거예요.”


열정적인 연습벌레

지금이야 여러 매체에서 그를 찾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작은 역할로 짧게 주목을 받을 뿐이었고 그 스포트라이트마저 금방 꺼졌다. 새로운 곳에서 나만의 개그를 하고 싶어 넘어간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모든 개그맨의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개그콘서트〉를 떠나왔음에도 후보군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꼴찌를 하기도 했다.

“당시 〈코미디 빅리그〉 룰이 꼴찌한 팀은 밀가루를 맞는 거였어요. 내가 짠 개그가 ‘꼴찌’를 하고 밀가루를 맞으니 기분이 얼마나 안 좋겠어요. 어떤 사람은 중간에 나가기도 하고 관객들도 재밌다는 반응이 아니라 ‘아 어떡해’라는 반응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혹시 몰라 파우더 팩트를 준비해갔어요. 꼴찌를 하고 밀가루를 맞은 후 바로 파우더 팩트를 꺼내서 화장하는 척했죠. 다 같이 빵 터졌어요.”

관객에게 웃음을 줬지만 파우더를 두드리는 척하는 그의 마음은 울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박나래는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독하게 개그를 연습했다. 그 결과 새롭게 준비한 코너였던 ‘썸&쌈’이 1년 반 동안 큰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 빅리그〉는 젊은 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개그우먼 이국주는 “‘썸&쌈’이 있었기에 〈코미디 빅리그〉가 주목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내 개그도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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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에게 개그란 ‘또 다른 나’다. 그는 무대 위에 올라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박나래에게 “무대에서 빙의된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가 성형수술을 한 건 방송 때문이 아니라 남자 꼬시려고 한 거예요. 무대에서 개그를 하는 사람은 개그우먼 박나래예요. 사람들이 못생겼다고 하면 기분 나쁘지 않으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제가 못생긴 게 아니라 개그우먼 박나래가 못생긴 역할을 연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또 다른 나’ 인 거죠.”

박나래가 무대 위에 올라가면 객석에서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코미디 빅리그〉 같은 공개 코미디에서 박나래가 분장하고 올라가면 사람들은 음악이 나오는 순간 웃기 시작한다. 피부가 약해 인공 피부를 떼고, 수염을 지울 때마다 고생하면서도 분장을 고집하는 이유다.

“그 환호성은 절대 못 끊어요. 못된 중독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맨 얼굴로 무대에 못 나간다니까요(웃음).”

인터뷰 내내 박나래에게서는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꾸밈없이 그리고 열정적으로 사는 그를 보니 지금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10년 동안 놀았기 때문에 10년 치 체력이 남아 있어요. 저 이제 겨우 한 달 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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