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사는 김진아입니다”

아임 파인, 앤유? ‘엄친딸’ 버리고 진짜 나를 찾다

선수현 기자 |  2019.11.07

“멋대로 사는 김진아입니다”

의외의 소개였다. 예능 프로그램 <연애의 맛>에 출연한 화제의 인물, 귀여운 외모와 밝은 성격은 차치하고라도, 명문대 출신 아나운서 소위 ‘엄친딸’의 입에서 나온 소개치고는 다소 거칠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김진아 씨는 어려서부터 성취욕이 남달랐다. 모든 걸 잘해내고 싶어 하고 타인의 시선을 무겁게 여기며 자랐다. 남들의 평가를 의식해 생각이나 취향마저 잘 드러내지 못했다. 그의 행동 전반이 ‘인정받기’에 집중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엄친딸이 됐다. 외모, 성과에 대한 칭찬, 그게 행복인 줄 알았다. 실상은 칭찬과 인정 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빈껍데기 엄친딸이었다. 머리와 마음의 파열음에 몸이 반응했다. 20대 초반, 극심한 섭식장애가 찾아왔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날이 계속 됐다. 그는 ‘엄친딸’로 살던 때가 엄청나게 불행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때의 2년은 그의 머릿속에서 상당 부분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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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즈온

“그러면 안 되는데 죽고 싶단 말을 쉽게 뱉었어요. 주변에서 ‘왜 그래?’하고 관심 가져주는 게 좋았던 것 같기고 하고. 어느 순간 ‘왜’가 떠올랐어요. 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거더라고요. 제 삶이 마음에 안 들어 저를 괴롭혔던 거죠.”

그래서 결심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기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책상에 앉아보고 동네를 한 바퀴씩 뛰었다. 과감한 옷을 입어보고 라운드 바에서 술을 마셨다. 힙합과 재즈를 즐기고 폴댄스를 배웠다. 그동안 알고 있던 행복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이 존재했다. 특별하다고 여겼던 시선은 그를 옭아매는 사슬이었다. 다르게 살자, 하고 싶은 게 늘었다. 자신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게 됐다.

연남동, 힙합, 재즈, 축구, 생명체, 분홍, 술…. 이제 김진아 씨는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늘어놓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자신을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김진아’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과거의 그처럼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그래서 물었다. “난 괜찮아. 넌?”이라고. 그는 최근 힐링에세이 <아임 파인, 앤유?>를 통해 자존감과 관계에 대해 진솔하고 부드럽게 풀어냈다.

“거짓과 비양심. 두 가지 기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전 하고 싶은 대로 살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제가 ‘엄청 밝다’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는데, 맞아요. 동시에 저도 사람인지라 눈치보고 우울할 때도 있죠. 그럼에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건 자존감이 높아서가 아니라 단단해서일 거예요.”

단단해지기 위한 나름의 비결이 있다면, 우선 자신을 귀여워하는 것이란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다가도 이유를 들으면 수긍하게 된다. 반려동물을 떠올려보자. 아무데나 용변보는 반려동물을 무턱대고 꾸짖진 않는다. 시트를 바꿔보고 갖가지 훈련을 하며 이래저래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애정이 있어 상대의 결함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자신을 떠올려 보자.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징징거리지 말라고 자신을 냉정하게 내몰진 않는지. 우선 자신에게 애정을 갖고 부드럽게 접근했다면 그는 직면하라고 권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쇼파에 누운 것처럼 생각을 깊숙이 파고드는 일이다. 결론에 도달하거나 아무래도 답이 없을 때까지 파고들면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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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즈온

그가 직면한 김진아는 그랬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리하는 큰 모임은 불편해하고 소소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소수의 깊은 관계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불같이 열정을 뿜어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도통 즐겁지 않다. 성취욕도 욕심도 많고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좋아하지만 그것이 사랑과 양심의 가치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그는 직면하고 이해할수록 스스로를 인정하게 됐다.

단단함이 견고해진 걸까. <연애의 맛>에서 예기치 않게 하차할 때도 김진아 씨는 금세 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기분 좋지 않은 일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자리하듯, 크게 상관없는 과거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었다. 오히려 평소처럼 생일 즈음을 기념해 영아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몇 달 전부터 기대를 모은 마룬파이브 콘서트도 찾았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여느 날이었다.

멋대로 사는 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사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이라는 걸 스물여섯 김진아 씨는 깨달았다. 그는 그 받아들이는 과정을 에세이에 담담하게 적었다. “내 자신의 모든 결함과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예쁘든 못났든 자랑스럽든 바보 같든, 어쩌겠어. 그게 그냥 나인걸. 그게 나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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