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수지 앞세운 <배가본드>에서 <아스달연대기>가...

한국형 블록버스터? 소문난 잔치의 불편함 혹은 불쾌함

유슬기 기자 |  2019.10.08

배가본드는 가족도, 소속도, 이름도 잃은 방랑자(vagabond)의 이야기다. 이 방랑자들이 은폐된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현재 SBS에서 방영되며 250억 원을 들인 첩보 액션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이승기와 수지가 캐스팅 돼 화제가 됐고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6회는 이 드라마가 어떤 작품인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현재로서는 소문난 잔치인데, 잔치가 흥겹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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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는 1회부터 몸을 날려가며 액션활극을 선보이고 있다. 군 제대 이전에 이미 작품의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몸과 마음에 군기가 바짝 든 모양새다. 1년 간 사전 제작을 거쳤고 모로코, 포르투칼 등 현지 로케이션으로 스케일을 키웠다. 모래바람 속에서 이승기는 마치 본시리즈의 주인공처럼 몸을 던진다. 그의 역할은 비행기 사고로 자식 같은 조카를 잃은 스턴트 맨 차달건, 그는 혈혈단신으로 이 추락 사고의 진실을 찾는다.

 

첩보, 액션, 미스터리를 엮는 성근 멜로      

달건의 액션은 실감나는 타격감을 갖고 있지만, 이 스토리의 개연성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 초대받지 않은 그가 청와대에 그것도 대통령과의 만남 자리에까지 침투하는 것도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 추락사고가 사고가 아닌 테러임을 밝힌다. 비행기 사고를 둘러싼 암투는 정치와 재계 그리고 로비스트의 지하경제까지 촘촘한데, 그게 밝혀지는 과정은 일종의 소동극같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아무리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한 축인 국정원 블랙요원인 고혜리 역을 맡은 수지는 어떤가. 기획의도에 배가본드의 모험 뒤에는 거대한 모래폭풍 같은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미스터리와 첩보의 드라마가 멈춘 그곳엔... 이 무모한 전쟁을 가능케 한 사랑이 남을 것이라고 쓰여 있는데 수지는 바로 이 사랑 부분을 위해 준비된 배역 같다. 그는 요원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수지처럼 보이고, 드라마 방영 후 화제가 되는 것도 고혜리라는 요원의 활약상이 아닌 수지의 미모와 수지의 취중 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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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 등을 쓴 장영철, 정경순 부부 작가의 작품이다. 이들은 SBS에서 이미 여러 흥행작을 낸 바 있는 검증된 카드고, 방송사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했다. 250억을 투자한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영화에 150억을 투자하며 투자, 배급, 제작을 총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 구태의연하고, 엄복동을 맡은 정지훈 뿐 아니라 감독을 겸한 이범수까지 각 배역들 역시 클리셰를 연기한다는 평가를 받아 관객수 17만 명을 모으며 누적 매출 13억 원에 그쳤다.

 

볼거리는 많지만, 알맹이가 아쉽다    

<배가본드>에도 비슷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스케일은 커지고, 외관은 화려해졌지만 내실이 부실하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흔들리면, 아무리 볼거리로 많은 소문을 퍼뜨려도 잔치에 흥이 날리 만무하다. 전혀 다른 장르와 시대를 다루었지만, <배가본드>에서 <아스달 연대기>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이유다. 이 드라마 역시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흥행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쓰고 태고의 땅을 다룬다는 스케일에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등의 초호화 캐스팅과 540억이라는 사상초유의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를 본 시청자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낯선 설정에 던져진 캐릭터에는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웠고, 그 와중에 정립되지 않은 세계관은 작품에 혼란을 더했다. 혼란을 주면서도 당당한 블록버스터는, 불편하다. 물량 공세로 채워지지 않는, 제작진과 시청자간의 이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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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 <아스달연대기>

 

소문난 잔치일수록, 기대는 크다. 기대가 클수록 배신감도 크다. 결국 먹을 것은 없고,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평가만 남는다면 초대받은 손님은 헛헛할 수밖에 없다. 검증된 작가와 초호화 배우, 초유의 물량공세로도 메워지지 않는 게 있다. 이만큼 투자하면 자연히 이만큼 따라오리라는 오만함은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마든다.

눈 가리고 아웅하기엔 이제 시청자의 수준이 높다. 시청자를 소외시키거나, 혹은 무시하는 작품은 환대받지 못한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은 결국 물량에 있지 않다. 아니, 꼭 블록버스터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저평가우량주였던 <눈이 부시게><동백꽃 필무렵>의 성공을 보면 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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