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愛 영화 뭐 볼까, 기대이상 vs 기대이하

설경구, 조진웅 브로맨스 <퍼펙트맨> vs 공효진, 김래원 로맨스 <가장 보통의 연애>

유슬기 기자 |  2019.10.03
*영화내용 있습니다. 사심리뷰 있습니다

102일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동시에 개봉했다. <퍼펙트맨><가장 보통의 연애>. 두 영화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퍼펙트맨>에는 여러모로 완벽할 수 없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온다. 영화는 다만 그러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일상다반사라기엔 놀랄만한 에피소드가 열거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crazy love'가 좀 더 본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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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맨>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부산 지역 방언을 모어로 구사할 수 있는 조진웅이 맛깔을 담당한다. 용수 감독 역시 부산 출신으로 부산 토박이 정서를 담고 있다. 백화점식 상업영화라기 보다는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노포 맛집같은 포부를 담은 영화다.

 

전형성을 안고 제 맛을 낼 것인가

설경구는 부산 토박이는 아니지만, 양팔 저울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게 중심을 잘 잡는다. 애초 그는 이방인이다. 그가 살던 완벽한 세계에서 추방된 인물이기도 하다. 반신불수가 된 로펌 대표의 이미지는 용수 감독이 실제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인물을 모티프로 했다. 사지가 마비됐지만, (봉사자의 도움을 빌어) 깔끔한 정장을 입고 타이를 매고 머리를 빗던 인물이다. 이 인물이 퍼펙트한 삶이란 무엇일까를 묻는 동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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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맨>은 어느 정도 전형성을 갖고 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부산의 조폭 중간 관리자 영기(조진웅)가 살아온 삶이나 그를 둘러싼 조직의 모습 같은 게 그렇다. 이 전형성을 타파하는 게 배우의 연기다. 조진웅과 그의 친구 진선규는 두 사람이 치고받고 한바탕 노는 연기 만으로도 볼 맛을 만들어 낸다. 두 사람은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들도 현장에서 죽이 맞아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 “목수는 연장 탓 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전형적인 재료로도 손맛, 말맛 나는 장면을 제법 만들어 낸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꽤 꽉 찬 영화가 된다. (아쉬움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배우 김사랑은, 의미있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큰 의미없는 역할에 그쳤다.) 

 

전형성을 비틀며 싸해질 것인가   

<아주 보통의 연애>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반대 지점에 있다. 일단 이 영화는 전형성을 피해가기 위해 분투한다. 로맨틱 코미디같지만, 로맨틱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로맨스를 매개로 네이트판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페이크 다큐에 나올 법한 상황들을 연결한다. 청첩장까지 다 돌린 상황에서 파혼에 이르는 일은 흔하지는 않아도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그 파혼에 이르게 된 과정이다. 남자 재훈(김래원)은 그 이후 밤낮 술에 취해 신혼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살지만, 그 신혼집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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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의 친구는 자신의 아이들이 너무 자신을 닮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해봤다가 둘 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결과를 얻는다. 이런 에피소드도 길에서 흔하고, 가볍게 소비된다. 재훈은 그를 위로한답시고, “기분이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금방 더러워진다고 말해준다.

여자 선영(공효진)은 전남친의 바람으로 연애의 끝을 봤다. 그런데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직장, 그녀의 집,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일방적으로 프로포즈를 하고, 난동을 피우고, 폭력을 행사한다. 이런 상황에 선영은 당황하지 않고 당차게 맞받아치지만, 만약 선영이 당찬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가장 보통의' 상황이라면 사실은 소스라칠만한 상황이다.

그가 이직 후 환영회에서 겪는 일은 어떤가. 극 중 코믹한 캐릭터를 담당하는 강기영은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선영에게 남자 친구 있어요?”, “바람 피워서 헤어졌다면서등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코믹한 캐릭터의 진상으로 표현되기에는 공/사의 경계, 농담과 괴롭힘의 경계가 모호하다. 덕분에 강기영은 더이상 코믹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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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선영의 대사도, 만약 성별을 바꾼 뒤 표현되었다면 아연할 말들이 많다. 배우와 제작진은 금기시된 단어를 여자 캐릭터가 했을 때의 반전의 묘를 노렸겠지만, 이 장면에서 영화관에 맴돈 건 어색한 싸함이었다. 이게 웃어야할 상황인지, 불쾌해야 할 상황인지가 헷갈리는 침묵의 시간이다.

 

10월의 가을방학, 관객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극 중에서 재훈은 말한다. “남자랑 여자랑 같아?”, 선영은 말한다. “같지, 넌 다르다고 배웠니?” 맞는 말이다. 남자가 해서 불쾌할 말은 여자가 해도 마찬가지다. 이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음담패설 자체가 그렇다. 이를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했다고 해서 저절로 통쾌함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는 로맨스 장인인 공효진이나 리액션 선수인 김래원이 맡아도 덮어지지 않는다. 전형성을 깨는 건 그렇게 기계적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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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해석은 결국 각자의 일이고, 누군가가 웃을 장면에서 누군가는 웃지 못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을 영화가 책임질 수는 없다. 다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전형성을 안고도 기대이상의 영화가 나올 수 있고, 전형성을 깨고도 기대이하의 영화가 나올 수 있다. 102, 뚜껑은 열렸고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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