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바람처럼 선물같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과 정해인, 성장하며 사랑하다

유슬기 기자 |  2019.08.30

초가을이다. 낮에는 아직 여름의 결기가 남아있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가을이 산들산들 찾아와 인사를 건넨다. ‘우리 곧 만나하는 것처럼. 이런 즈음에, 한 해가 이제 반환점을 지나 후반부로 달려가려고 하는 노을 진 시기에 어울리는 영화가 개봉했다. 김고은과 정해인이 주연한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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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8월 28일 개봉

 

한 시기는 당시의 음악과 함께 기억되곤 하는데, 영화 속 음악앨범은 이들의 세월과 함께 흐르는 BGM이다. 1975년생, 미수와 현우는 미수의 부모님이 남긴 미수네 베이커리에서 처음 만난다. 동네 빵집이라는 게 골목마다 있던 시절, 크리스마스면 사람들이 케이크 박스를 저마다 하나씩 들고 캐롤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1990년대 이야기다.

 

동네 빵집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로 바뀌는 세월 속에서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만은 않은 미수와, 해사하지만 마냥 밝은 과거만 가진 게 아닌 현우의 마음은 한 번 포개어 졌다가 변곡선을 그리며 멀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우와 대학을 졸업했지만 힘찬 걸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모습은 당시 청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애틋한 선율과 안타까운 눈빛이 오가는 영화이지만, 두 사람은 사랑에 목숨 걸지 않는다.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데 최선을 다한다. 인생이 그러하듯 사랑도 결국 자존감의 문제일지 모른다고 <유열의 음악앨범>은 말한다. 두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변수에는 사회상이나 비극적인 사건들이 작용하지만, 그보다 상수에 그 일을 겪으면서 무너지는 자존감과 단단해지는 마음이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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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겪을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통해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기마다 표지판처럼 사랑은 찾아온다. 사랑을 맞을 준비가 되면 문득 부는 바람처럼 사랑이 찾아온다.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사랑은 온다. 미수와 현우는 그대로지만 시간은 두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달라진 두 사람은, 달라진 사랑을 한다.

 

정지우 감독과 배우 김고은의 두 번째 만남

<유열의 음악앨범><해피엔드>, <이끼>, <은교>, <침묵> 등을 만든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김고은에게 <은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다시 만난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놓는다. 그동안 김고은에게도 정지우 감독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서로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잔잔한 걸음이다    

시간이 흐르고 음악의 장르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데일 듯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하늘 높은 계절이 오리라는 순리다. 그 계절을 살아내는 김고은과 정해인의 몸짓에는 꾸밈이 없다.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그 시절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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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가뭄 영화계에 단비같은 영화    

숨이 턱이 차게 달려도 닿을 수 없는 인연이 있고, 뜻밖에 찾아오는 선물같은 우연이 있다. 그 인연과 우연이 쌓이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의 모자이크가 완성된다. 한국영화에 단 하나의 장르만 있는가 싶었던 시간이 지나, 다양하고 다감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좋은 배우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좋은 영화는 또 좋은 배우를 만든다. 이는 관객에게 선물이다.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는지, <유열의 음악앨범>은 개봉 첫날부터 예매율과 관객수 1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가뭄 같았던 영화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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