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가 조국 후보자에게 등을 돌린다

90년대생의 외침, ‘정직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외면한다’

유슬기 기자 |  2019.08.27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8월 23일 고려대학교 시위 피켓 -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논문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8월 23일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의 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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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열린 고려대학교 촛불 시위 ⓒ뉴시스

 

조국의 딸과 이들의 공통점은, 90년대 생이라는 것이다

  지난 8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에는 휴대폰 플래시로 초를 대신한 집회가 열렸다. 각 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500여 명, 합치면 1000명 정도가 참여했다. 다른 단체의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증, 졸업증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도 집회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투표를 진행한 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대는 모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재학했던 학교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다. 90년대 생들이 주축이다. 91년생인 조국 후보자의 딸과 동년배이거나 선후배 사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중학생이던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벨몬트고에서 유학했고, 2007년에 서울 한영외고에 입학한다. 그는 영어 특기자 전형으로 영어과에 입학했는데 이 과의 다른 이름은 유학반이었다. 어학 실력을 기반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반이었다. 당시 그는 단국대학교 의과학연구소에서 약 2주 동안 인턴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중 하나였는데, 말 그대로 학부형이 근무하는 곳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대학 교수진인 학부형들이 품앗이를 했다. 당시 그를 지도했던 장모 교수 역시 한영외고 학생의 아버지였다.

 

모두 교수의 재량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당시 그는 조 씨가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인턴과정에 참여했고, 외국 학교로 유학을 간다고 했기 때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논문의 1저자로 등재했다고 밝혔다. 원래는 해외학술지에 내려 했지만 조 씨의 진학 일정을 위해 국내학술지로 바꾸게 되었다고도 했다. 논문의 주제는 대한병리학회지에 출판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 내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었다. 장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턴인 고등학생이 논문의 1저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찰이 있었던 것 같고, 조씨가 유학이 아닌 국내 명문대에 입학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딸이 한영외고에 입학했던 2007년 조국은 한 일간지의 칼럼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고, 이런 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썼다. 그의 지적대로 외국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외고는 명문대에 가기 위한 사다리가 되었고, 그의 딸은 그의 예언처럼 외고에서 스펙을 쌓은 뒤명문대 자연계열에 입학한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던 2014년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라는 책을 펴낸다. 당시 그는 책에서 청소년 시기까지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대학 입학 후에는 안정된 정규직 직장을 가지는 것만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소질이 있는지 생각하거나 느껴보지도 못하고 성적과 학점을 관리하고, 스펙을 쌓고, 각종 자격증을 따느라 여념이 없다.” 고 안타까워했다     

진짜 힐링을 위한 첫 걸음은 스펙에 팔아버린 영혼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신분, 지위, 재산, 학벌 등의 사회적 평가기준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조국,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59p

   

조씨는 2010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 이 전형은 어학 40%, 학생부 60%13배수를 선발하고 2차에서 논술, 면접 30%를 반영한다. 이른바 입학사정관제 시기였고, 이 때 합격을 좌지우지하는 건 '학종' 즉 스펙이었다. 20142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한 뒤 3월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1학기와 2학기에 서울대 총동창회가 운영하는 관악회가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그는 10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질병을 사유로 휴학계를 냈고, 이후 재등록하지 않아 제적 처리됐다. 그리고 부산대 의전원 2015학번으로 입학한다. 그는 대학교 때부터 동기들에게 의대에 갈 것이라고 선언하고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막상 의전원에서는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유급한다. 그의 지도교수는 그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총 6학기 동안 장학금을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장학금의 기준은 불우한 가정환경이거나 우수한 성적인데, 조 후보자의 딸은 환경은 유복했고, 성적은 불우했다. 그런데 두 학교에서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이는 상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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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얼마나 강력한가  

조 후보자의 딸이 특목고에 입학한 2007년부터 스물 여덟이 된 지금까지 그는 청년들의 멘토였고 실천하는 지성인이었다.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에 쓴소리를 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념이나 정치색을 떠나서, 그를 지탱하고 있던 두 축은 도덕성과 상식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그가 공직을 시작했을 때, 그의 존재는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의 상징이었다. 그가 16세에 대학에 입학하고 26세에 대학교수가 된 엄친아여서가 아니라, 대학시절부터 훈훈한 외모로 유명했던 꽃중년이어서가 아니라 언과 행이 일치하는 어른이라 청년들은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그가 공적으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살아온 시간과 별개로 사적인 삶은 계급 사회의 전형'으로 분열돼 있었다. 참담한 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사회적 감수성은 민감했던 그가, 자식문제에는 '안이'했다. 이제와 송구하다고 했다. 물론 이는 자식의 삶이다. 여기에 아버지인 그의 청탁이나, 뇌물이나, 외압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법적으로 문제될 일은 없다. 학부형은 자발적으로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교수는 자발적으로 그의 딸을 논문 1저자로 올렸으며, 지도 교수 역시 자발적으로 그의 딸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그가 조국의 딸이 아니었더라면이 모든 일은 성립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자발적으로움직이게 하는 힘은 얼마나 큰가. “그들이 준 걸 어떡하느냐는 지지층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누군가는 강압적으로 얻은 것을, 혹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던 것을, 이들은 자발적으로 얻었다. 집회에 나온 청년의 지적대로, 그에게는 호적이 스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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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완수의 의지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시스

 

정직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외면한다, 20대 조국 반대 69%   

그리고 지금, 청년들이 자발적으로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사태로 짓밟힌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유년기에는 IMF를 청소년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변화를 갈구하지만 안정의 소중함을 알기에 대기업보다 공무원을 선호한다. 이념적으로도 보수와 진보가 혼재돼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거쳐 학종시대에 입학한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입시를 통과했. 경쟁시대를 사는 이들이 무엇보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직가치다. 믿음을 주는 이들을 응원하고 가치있는 소비에 지갑을 연다.

때문에 아무리 핫한 아이돌이라도 이 도덕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이들은 ‘OUT’된다. 학투나 빚투에 연루된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활동을 접고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과거나 행적이 비록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또 그것이 본인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실책이라 해도 이들은 엄격하게 등을 돌린다. 이제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그의 아버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연루 돼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채 펼치지 못한 날개를 접은 밴드도 있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숙하고 반성한다. 활동을 접거나 은퇴하기도 한다. 그런 논란이 불거진 자리에서 자신의 향후 활동 계획을 말하거나, ‘앞으로 음악과 작품 활동으로 평가해 달라는 이들은 없다. 그 말을 들어줄 이들도 없을뿐더러, 그게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이 논란의 와중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말하는 앞으로의 검찰 개혁 방안이 귀에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가 지금껏 소신있는 행보를 걸어온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다음 세대가 더 이상 그가 선사할 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적임자라고 믿지도 않는다. 이 기반이 깨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개혁은 얼마나 공허한가. <90년생이 온다>를 쓴 저자 임홍택은, 이들의 특징으로 정직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외면한다를 꼽았다. 실제로 한 일간지의 설문조사에서 '조국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20대에서 69%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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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your Father

 

Kill your father!’반권위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유학 생활을 마친 후 지금까지 학문활동과 사회참여를 하면서 머뭇거리게 될 때 ‘Kill your father!’를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두려워하고 있니? 그럼 안 되지. 내가 할 얘기는 해야지. 욕을 먹더라도!” 권력, 권위, 통념, 관습 앞에서 겁먹지 말자고 마음속에서 외쳐보는 것이다.

-조국, 같은 책 144p

   

지금 청년들이 저항하는 건, 권위주의가 아니라 계급주의다. 부패한 사회가 아니라 불공정한 사회이고 불법이 아니라 위선이다. 법대 출신의 한 졸업생은 '혹시 앞으로 법조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조국이 청년들에게 외쳤던 ‘Kill your Father’가 시대의 멘토였으나,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조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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