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물 수양대군과 한명회, 그리고 <광대들: 풍문조작단>

역사는 승자의 편인가, 진실의 편인가

유슬기 기자 |  2019.08.26
*영화내용 있습니다

광대의 존재는 생활의 활기이자 일종의 틈이다. 엄숙함과 진지함으로 숨 막히는 시대의 분위기를 홀딱 뒤집는다. 한자로 넓을 광()에 클 대()를 쓰는 광대들에게 사람이 모인 광장은 그 자체가 무대다. 시대가 엄혹해질수록 광대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칼날 위를 걷는 이들의 묘기처럼, 검열과 통제 속에 풍자와 해학의 외줄 타기는 그 자체로 불온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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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풍문조작단>, 8월 21일 개봉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피바람이 몰아쳤던 세조 집권기가 배경이다. 수양대군으로 알려진 세조는 조선의 7대 임금이다. 세종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수양에 정진하라는 아비의 뜻과는 달리 권력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병약했던 장남 문종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인 단종이 열 두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단종이 왕위에 오른지 1년 만에 세조는 계유정난을 일으킨다. 이 쿠데타의 중심에 한명회가 있었다.

 

세조실록에 남은 기이한 행적들

한명회 역시 문제적 인물이다. 7달 만에 태어난 칠삭둥이였으나 자라면서 기골이 장대해졌다.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낙방한 뒤 개성 경덕궁의 문지기를 지내던 말석 관원이었다. 거사를 준비하던 수양대군은 전국의 지략가를 몰래 모았는데 이 때 적극적으로 수양에게 접근한 인물이 한명회였다.

세조와 한명회에게 지략은 있었으나 명분은 없었다. 권세를 잡았으나 이들에게는 반역의 무리라는 공통의 치부가 있었다. 민심을 바꿀 방도를 찾던 책략가 한명회가 손을 잡은 것이 가장 밑바닥에 있던 광대들이었다. 장터와 빨래터부터 바람이 일어나면 민심이 달라지리라는 것을 안 한명회는 과연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이였다.

실제로 <세조실록>에는 눈을 의심할만한 기이한 기록이 많다. 세조가 행차하는 길에 하늘에 오색 구름이 나타났다는 기록이나,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임금의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도록 길을 열었다는 기록 등이 그렇다. 이 소나무는 정2품의 벼슬을 받아 2품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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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역의 배우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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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역의 배우 박희순

 

 

조진웅의 마음을 움직인 '광대' 두 글자

김주호 감독은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이 기이한 행적이 사실은 조작된이야기라면? 그 조작의 배후에 가장 높은 자들과 가장 낮은 자들이 있었다면?! 한명회에 배우 손현주를, 광대들의 대장에 배우 조진웅을 캐스팅한 감독은 이들에게 한바탕 놀아볼 마당을 만들었다. 손현주는 긴 수염 안에 교활한 마음을 숨기고 세조보다 더 높은 권세로 조선을 좌지우지하는 한명회를 굵은 구렁이처럼 치밀하게 구현해낸다. 그는 데뷔 초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뒤 사극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말끔히 해소했다고 한다.

한편 조진웅은 광대라는 두 글자에 마음이 움직여 작품을 선택했다. 지금의 배우와 그때의 광대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광대들이 신명나게 한 바탕 마당을 휩쓸고 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들이 때로는 세상을 바꾼다. 광대 덕호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기술로 처음에는 한명회와 손을 잡지만, 나중에는 진짜 광대가 되어 그의 치부를 드러낸다. <광대들>은 곰처럼 배짱좋고 여우처럼 영민한 덕호의 성장드라마이자, 진짜 광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광대를 두려워한다. 이들을 통해 폭로될 진실의 실체를 두려워한다. 이 둘은 공존하기 어렵다. 길들여진 광대는 더 이상 광대가 아니고, 진짜 광대는 항상 권력의 치부를 드러낸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에 대한 은유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팽팽히 부딪히는 현실에서, 역사는 혹시 승자의 기록이자 눈을 가린 이들의 이야기는 아닌가. 왕의 아들은 물론이고, 밑바닥 광대조차 한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이니 권력의 단맛은 얼마나 강렬한가. 그럼에도 기어이 밝혀지는 것이 진실이 가진 힘이라 믿어도 될까. 영화는 코미디의 외피를 썼으나, 끝난 뒤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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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참신하다 : 세조실록의 이야기를 현실을 아우른 상상력으로 풀어낸 기지가 참신하다.

<광대들>, 아쉽다 : 교훈을 담으려다 보니 광대들의 몸이 다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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