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다? 침대 일가 형제의 엇갈린 희비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 vs 시몬스 안정호 대표

선수현 기자 |  2019.08.20
시몬스 광고 장면. 자료=시몬스

최근 주목받는 광고가 있다. 마틴 게릭스의 ‘서머 데이즈’ 노래가 나오고 수영장·해변·숲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누워있는 모델이 등장하면서 ‘SIMMONS’란 문구로 끝이 나는 3가지 버전의 광고다.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침대 광고’는 15초의 짧은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란 브랜드의 본질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몬스 광고는 TNMS 광고조사채널이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TV광고 시청률에서 7월 한 달간 1위를 차지했다.

시몬스는 국내 침대업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수면 전문 브랜드로 프리미엄 침대시장을 공략하며 1위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시몬스를 이끌어온 인물은 2001년 취임한 안정호 대표. 그는 수십 년간 침대 업계 1위를 치키고 있는 에이스침대의 창업주 안유수 회장의 차남이다.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와는 형제 사이다. 국내 매트리스 시장 규모를 1조 2,000억원 내외로 추산할 때 형제의 매출액이 국내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안유수 회장이 경영하는 썰타침대까지 고려하면, 국내 굴지의 침대 기업들이 모두 한 집안 소유인 셈이다.

에이스침대·시몬스, 침대의 왕좌는 누구?

01242016092102505204.jpg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 사진=조선DB

안씨 집안의 침대 역사 시작은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유수 회장은 북한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1·4후퇴 때 월남했다. 안 회장은 미군부대에서 침대를 보고 창업을 결심, 1963년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차렸다. 그는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온 유명 브랜드 중고침대를 구해서 분해하며 매트리스 기술을 익혔다. 1977년 회사 명칭을 에이스침대로 바꾸고 1980년대 미국 침대업계 1위였던 씰리침대와 기술제휴를 맺으며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에이스침대는 1981년 업계 최초로 철탑산업훈장을, 1987년 가구업계 최초로 KS마크를 받으며 침대 역사를 써내려갔다. 1992년에는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해 기술자립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란 광고카피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했다. 에이스침대는 이후 리오가구, 리오로사, 아트레 등의 기업과 합병하며 그야말로 업계를 석권했다.

2000년대 초 안유수 회장은 경영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에이스침대 대표이사에 장남(안성호)을, 시몬스 대표이사에 차남(안정호)을 각각 임명했다. 안 회장은 썰타침대 제조·판매권을 얻고 에이스침대 회장이자 썰타코리아 대표 자리에 앉았다. 현재 에이스침대의 지분은 안성호 대표가 74.56%, 안유수 회장이 5%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몬스의 지분은 100% 안정호 대표에게 있다.

안성호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트리스 제작 기술 등을 익혔다. 1991년 에이스침대에 입사한 뒤부터는 생산 방면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침대 속까지 향균 처리하는 기술, 스프링을 이중 열처리하는 기술 개발 등에 직접 참여했다. 16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하이브리드 Z 스프링’ 기술은 품질을 향한 그의 열정의 소산이다. 에이스침대는 ‘한국산업 브랜드파워지수’에서 20년 연속 침대 부문 1위, 한국품질만족지수 평가에서 13년 연속 1위 기업에 선정됐다. 고급침대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시몬스를 맡은 안정호 대표 역시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확장했다. 시몬스는 1992년 국내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 본사와 기술을 제휴하며 고품질 제품 생산에 주력했다. 안정호 대표는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기획실장으로 시몬스에 합류했다. 대표 자리에 오른 건 2001년, 서른 살 때다. 그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나갔다. 2001년 276억원에 불과했던 시몬스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하며 2013년 1,0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까지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에이스침대와의 매출 격차를 286억원대 수준으로 좁혔다.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시몬스는 2018년 경기 이천에 신공장 ‘팩토리움’을 준공, 1,500억원을 들여 7만 4,505㎡(2만2,500평) 공간에 R&D 센터와 물류시설을 갖췄다. 국내 최초로 불에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라돈 사태, 시몬스에도 반사이익 가져왔을까?

01242017020802634684.jpg
시몬스 안정호 대표. 사진=조선DB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 지난해 불거진 라돈 사태는 두 업체에 반사효과를 가져왔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적극적으로 광고 마케팅을 펼쳤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부터 광고계 블루칩 박보검을 모델로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는 광고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각각 317억원, 275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두 업체의 실적은 상이하게 갈렸다.

에이스침대의 2018년 매출액은 2,257억원. 전년 대비 9.73% 상승한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24.37%나 상승했다. 에이스침대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259억원, 영업이익은 262억원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에이스 침대는 “유통채널의 균형적 성장과 품질경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덕분에 좋은 실적을 거뒀다”면서 “소비자들의 안전과 위새 등에 대한 품질 기준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시몬스 매출액은 1,971억원으로 전년(1,946억원)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2017년 219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1.3%에서 5.9%로 크게 줄어 5%대를 기록한 2013년을 제외하면 17년 만에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는 대리점 운영 지원비 54억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총 30억원의 특별장려금, 보상비, 카드 수수료 등이 대리점에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시몬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불리한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그해 12월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로 신고했다. 사태는 지난 5월 본사와 대리점이 타협하며 봉합됐다. 대리점주들은 그동안 주장했던 입장을 철회했다. 시몬스는 모든 대리점에 동일한 장려금을 적용하고 36개월 장기 카드 할부 프로그램 ‘시몬스페이’의 수수료는 본사가 부담한다는 기존 제시 방안을 유지하게 됐다. 본사 직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배송비는 전액 본사가 부담하는 내용도 여기에 해당했다.

안정호 대표 배임·횡령 혐의, 수사 진행 중

01242018112003115074.jpg
시몬스 안정호 대표. 사진=조선DB

그럼에도 시몬스의 위기는 남아 있다. 안정호 대표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문제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딸의 보모로 고용한 필리핀 여성을 시몬스 직원으로 둔갑시켜 그에게 지급할 임금을 회삿돈으로 대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안 인테리어 용품 등을 회사 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시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지만 안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는 경찰의 사정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시몬스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보고서를 통해 “시몬스가 제시한 재고수불 자료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으며, 대체적인 방법으로도 기중 재고자산의 입출고 수량에 대하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 진행에 적절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 시몬스의 경영상 투명성에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 대표의 행보는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한 부친 안유수 회장과 대조된다. 안 회장은 26년간 소외된 노인을 위해 무료 급식소·경로당을 운영하고 21년 동안 총 92만kg의 쌀을 기부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에 써달라고 기탁한 돈만 18억원, 강원 산불 당시 이재민돕기에도 3억원을 쾌척했다. 그의 고향인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온실조성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시몬스의 기부금은 2017년 1억 810만원, 2018년 5억 4,714만원에 그쳤다. 275억원의 광고선전비, 부친의 덕행과 비교하면 퍽 아쉬운 대목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9

201909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9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