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된 유재석, 채널은 그저 거들뿐

MBC<놀면 뭐하니>, tvN<유퀴즈온더블럭> 아기자기 사람여행

유슬기 기자 |  2019.07.25

201952일 한 대의 카메라가 유재석에게 전달됐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그 카메라가 약 한 달 만에 돌아왔다. 727MBC에서 첫 공개 되는 <놀면 뭐하니>의 시작이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고, 두 사람에게는 그 만큼의 부담이 됐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반가운 소식이다. 매주 목요일은 <무한도전> 촬영이 있던 날이다. 지난 2018331일, 563부의 <무한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목요일 스케줄을 비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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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목요일, 김태호 PD가 그의 동네에 찾아가 카페 지하로 그를 비밀스레 불러낸다. “호태야, 여긴 웬일이야~”라며 후드티에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유재석은 느닷없는 카메라를 보고 황당해한다. 김태호 PD는 이 카메라를 유재석에게 넘기고 분분히 사라진다. PD가 넘긴 대책없는 제안을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유재석, 이는 <무한도전>에서 두 사람이 12년 간 보여준 티키타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유재석이 유튜브 오면 호날두가 동네축구 뛰는 거 아님?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평소 스케줄 없는 날 제작진에게 습관처럼 건네는 말이라고 한다. “놀면 뭐하니, 뭐라도 찍자그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한 달 전 유튜브로 공개된  두 사람의 만남 영상은 현재 조회수 2,649,971회를 기록하고 있고, 구독자 수는 28만 명을 돌파했다. 유재석은 이 한 편의 영상으로 유튜브 본사에서 실버 플레이 버튼을 받았다.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한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상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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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들은 김태호 PD 정도 되니까 유재석을 유튜브용으로 쓴다’, ‘유재석 나오니까 유튜브도 지상파 느낌’, ‘유재석이 유튜브 오면 호날두가 동네축구 뛰는 거 아님?’ 등의 댓글을 달았다. 먼저 유재석에게 전달된 카메라는 조세호에게 넘겨졌고, 조세호는 이를 배우 태항호에게, 태항호는 유병재에게 유병재는 딘딘에게, 딘딘은 유노윤호에게 넘겼다. 메모리가 다한 카메라는 김태호 PD를 통해 다시 유재석에게 전달 됐다   

김태호 PD토요일 저녁 시간에 재방송 프로그램이 하는 걸 보며 정말 놀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이제 더 이상 2049 시청층이 TV 앞에 있지 않는 시간인만큼 여러 채널을 통해 이 이야기가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유튜브와 네이버 TV 등을 통해 선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MBC에서도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된다.  

카메라가 누구에게 전달돼 어떤 영상이 찍힐 줄 모른다는 점에서 이 방송은 릴레이 카메라이자 본격 다단계 방송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면서도 카메라 앵글을 신경 쓰고 부대찌개가 튄 흰 티셔츠를 입고도 포스터 사진을 찍는다. 그 사이사이 훌쩍 큰 아이들 사진을 보기도 하고, 저녁에는 가족들과의 약속이 있다며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TV에서는 쉬 볼 수 없던 모습과 우연같은 릴레이에 관계성이 생기면서 스토리는 스스로 생명력을 갖는다.

 

연예인이든 일반 시민이든 케미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새로운 채널에 대한 고민은 유재석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예능인 중 가장 신중하게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퀴즈온더블럭>tvN과 유재석의 첫 만남이었다. 시즌120188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됐다. 길을 걸으며 시민들을 만나고 그 시민들과 담화를 나누다가 퀴즈를 푸는 설정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여준 거리 인터뷰시민과의 만남의 확장판으로 보였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갈지신인의 마음으로 접근할지 우왕좌왕하느라 유재석은 아직 몸이 풀리기 전이었고, 채널도 그의 존재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한 시즌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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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4월 시즌2가 시작됐다. 다시 돌아온 <유퀴즈온더블럭>은 같은 포맷이었지만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먼저 큰자기 유재석과 아기자기 조세호는 길에서 만난 자기님들과 사랑스러운 케미를 만들었다. tvN도 모르고 <유퀴즈>는 더욱 모르는 어르신들도 유재석을 안다는 이유로 금새 대동단결했다. 하나의 마을과 한 곡의 노래,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 스토리는 어르신과 어린이, 대학생과 취준생, 자영업자와 종업원, 중국동포와 외국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연출되지 않은 명장면과 명대사가 나오는 순간      

아들아, 나중에 나 죽으면 나 보고싶을 때 이 영상을 보거라라는 메시지를 남긴 서울 정릉의 할아버지나, “공부 그런 거 깨진지가 언젠데~”라고 말하던 목포 분교의 5학년 어린이는 찰나에도 명장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명장면이 나올 수 있도록 이들의 마음을 연 게 유재석의 몫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유재석은, 동시에 남녀노소 누구나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를 갖고 있었다. 어떤 작가나 PD도 만들어낼 수 없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재석은 이제 한 명의 출연진이자 제작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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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제1회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28년차 예능인, 한없이 찌질하고 짠내 나던 데뷔시절부터 그 바닥을 치고 날아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전 국민과 공유한 국민 MC, 여전히 자신의 바디를 디자인하는 것을 쉬지 않고, 자신 뿐 아니라 동료들의 프로그램도 빠짐없이 모니터링하며 현재를 읽는데 성실한 직업인. 새로운 채널이 생기면, 새로운 기린아가 등장하는 생태계에서도 그의 존재는 여전히 하나의 장르가 되어 존재한다. 그 존재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게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놀라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삶을 담은 '말하는 대로'가 하나의 노래가 되고, 그의 태도를 담은 '놀면 뭐하니'가 하나의 프로그램이 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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