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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공부하는 어른

눈부신 여정 속 뜻밖의 성실함

유슬기 기자 |  2022.05.10

내가 60대에만 오스카를 탔어도 날아다녔을 것이라고 윤여정의 지인은 말했다고 한다. 75세에 오스카 조연상을 타고 76세에 오스카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은 두 발로 뛰어다닌다. 아침마다 스쿼트를 하고 팔굽혀펴기를 한다. 사과 1/4쪽을 먹고 블루베리, 크랜베리, 우유, 바나나를 갈아넣은 스무디를 마신다. 지난 해부터 연이어 그에게는 아이돌 이상의 일정이 몰아닥치고 있다. 그 파도에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공부한다. 영어를 공부하고, 회화를 연습한다. LA에서의 1011일의 일정은 나영석 PD의 새예능 <뜻밖의 여정>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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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정, tvN

 윤여정의 여정이 뜻밖인 이유는, 이 화려하고 눈부신 일정이 노력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서다. LA의 찬란한 햇살, 70억을 호가하는 럭셔리 주택, 미국 최고의 토크쇼인 <켈리 클락슨쇼>까지 등장하는 이 일정에서 윤여정은 모범생처럼 움직인다. 그의 해외진출과 오스카 여정까지 함께 한 지인이자 은인인 매니저가 술 적게 마시라면 적게 마시고, 인터뷰 준비하자 하면 준비한다. 이면지를 이용해 예상문제를 뽑고 꼼꼼하게 답을 적어본다. 그의 최근작인 <파친코>가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야기라 역사적 사실에 혹시 실수가 있을까봐서다.

 위기가 오지 않게 준비하되, 위기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켈리 클락슨쇼>를 준비하는 사전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이른 아침, ‘너무 많은 (영어) 단어가 몰려온다면서도 위트와 진심을 섞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 배우가 된 이후에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지금 이 시기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이 인터뷰를 지켜본 나영석 PD그냥 우리와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게다가 윤여정에게는 필살기가 있다. 말이 막히면 묻는 것이다. “Can you speak korean?”(한국말 할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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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준비하지만, 위기 상황이 오면 대처할 위트와 재치도 갖고 있다. 윤여정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다. 그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포장하지도 자신이 한 일을 겸손하게 감추지도 않는다. 그저 일한다. 일찍이 오스카 소감에서 그는 말했다. “나의 두 아들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mommy works so hard

켈리 클락슨쇼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첫 작품(영화 <화녀>)이 워낙 잘 되어 눈부신 앞날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결혼과 함께 미국에 왔고, 이혼 이후에 가계를 위해 복귀했다. 이 시절은 그에게 생존을 위한 영어실력과 생계를 위한 절박함을 주었다. 아주 작은 역할로 시작해 다시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바지런히 움직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대사를 외웠다. 자신을 믿고 다시 불러준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작품을 위한 소품도 의상도 제 돈으로 사서 준비했다. 때로는 출연료 이상의 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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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그는 헐리우드에 있다. 그와 함께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비롯해 헐리우드의 배우들이 그의 팬이라 말하고, 미국 아시아 태평양 단체에서는 그를 2022년 영향력 있는 아태 엔터테이너로 선정했다.

 어머 얘 오래살고 볼 일이다 

그는 늘 입버릇처럼 어머 얘, 오래살고 볼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시대를 지나, 그를 추앙하는 시대까지 이르렀으니 "오래사는 게 이기는 거"라고도 한다.  1947년에 태어나 전차를 타고 이화여고를 나왔고, 명문대에 가고 싶었으나 성적이 미끄러져 배우가 된 그의 여정은 뜻밖이었을지 몰라도, 이후의 그의 행보는 인과가 명확하다. 그는 노력했고, 성실했고, 자만하지 않았으나, 자신을 존중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사람이 됐다. 성공하기 위해 달리지 않고, 일하기 위해 뛰었던 그는 지금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 아래 있다. “때로는 내 속도 모르고 눈부신 햇살이 싫었다던 그는 지금 그 햇살보다 눈부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조명이 꺼진 뒤엔 두꺼운 안경을 끼고 공부를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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