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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과 이영애가 시청률 대신 얻은 것

배우가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건

유슬기 기자 |  2021.11.13

2.0%2.7%.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구경이>의 시청률이다. 높다고 할 수 없는 이 시청률이 현재 두 드라마의 주인공 고현정과 이영애에게 꼬리표처럼 붙는다. 오랜만에 복귀작인데 체면을 구겼다느니, 시청률에서 참패를 봤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두 배우가 새로 시작한 드라마로 얻은 건 고작 이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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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과 <구경이>

<너를 닮은 사람>에서 고현정이 맡은 인물 정희주는 무려 재벌가의 며느리다. 고현정이 결혼과 이혼 후 배우로 복귀했을 때 그가 맡은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부터가 파격이다. 그는 <선덕여왕>의 미실이었고, <대물>의 여자대통령이었으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빌런이었다.

무겁고 진지한 고현정, 이상하고 음습한 이영애  

존재만으로도 선연하던 그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재벌가 며느리를 연기한다. 정희주는 간호조무사였다가 병원재단의 며느리가 된 인물인 동시에 화가와 에세이 작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더할나위 없는 성공은 남의 것을 탐내고 훔쳐 이룬 것이었으니 현재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머리 한 올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정희주는 살아서 지옥에 산다. 저 부유하고 화려한 삶의 속내가 천 길 낭떠러지라면 그 사람의 삶의 모양은 어떤 풍경일지 고현정은 맑은 얼굴로 투영해 낸다. 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주인공에게 드는 감정은 오히려 연민이다. 이 부조리한 감정선을 고현정은 하프를 연주하듯 세밀하게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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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에서 고현정은 살아서 지옥에 산다.

 이영애의 <구경이>는 다른 대척점에 있다. 경찰이었으나 남편의 죽음으로 폐인이 된 구경이는 현재는 사설 탐정처럼 활약 중이다. 촉과 감은 그대로지만 외양은 뜨악하다. 더벅머리에 추리닝, 술을 먹고 넉살을 부리는 이영애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 추리와 CG, 연극과 B급 연출이 교차하는 이 이상한 드라마에서 이영애가 이영애로 보였다면 드라마는 더 이상해졌을 것이다. 뜻밖에 이영애는 구경이로 보인다. 살 의미를 잃고 씻지 않는 구경이, 알콜에 의존해 하루를 살아가는 구경이. 그럼에도 이 게임의 판을 훤히 읽고 있는 구경이.

 OTT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넷플릭스가 전세계에 방영되는 시대에 시청률은 더욱 유의미하기도 그래서 더 무의미하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채널에서 뜻밖의 장르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배우들의 복귀가 이어지는 것도 다양성과 다면성의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시청률이 중요하지, 시청률만 중요한 건 아니다 

 <너를 닮은 사람>은 무겁고 진지하다. <구경이>는 음습하고 이상하다. 한 드라마가 1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과 10개의 드라마가 1%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좋은 일일까. 만약 전자만 옳다면 모든 채널에는 시종일관 마라맛 드라마가 상영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가 가능하다면 이들은 모두 제각기의 이야기와 생명력을 갖고 성장할 발판을 마련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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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의 이영애는 삶의 의미를 잃고 게임에 빠진 인물이다

 고현정과 이영애는 이미 시청률로 세상을 제패한 바 있는 배우들이다. 고현정의 <모래시계>는 귀가를 앞당기는 '퇴근시계'였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영애의 <대장금>은 한국 뿐 아니라 아사아, 아랍, 미국, 아프리카, 아스라엘 등지에서 방영됐고 이란에서는 무려 8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현정과 이영애가, <인간실격>의 전도연과 <지리산>의 전지현이 시청률을 잃었기에 체면을 구겼는가. 그런 체면이라면 구겨지면 어떤가. 시청률에 목숨거는 대신 이들은 각자 새로운 지평을 활짝 폈다. 이들은 각자의 작품에서 여전히 빼어났고 50대의 배우가 여전히 한 장르의 드라마를 넉넉히 끌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수많은 스태프가 모여 만드는 드라마인데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작품의 성패를, 한 배우의 가치를 오직 시청률로만 이야기하는 것도 불공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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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경이   ( 2021-11-17 )    수정   삭제 찬성 : 3 반대 : 1
나 진짜 이영애 배우 다시 봤어요 이영애 배우가 구경이씨 같아요
 너무 재밌어서 쓰러질뻔했어요
 한국 넷플릭스가 제작하면 뭔가 피흘리고 성적인 메타포를 가득 담아냈는데
 구경이는 그런거 하나 없어서 너무 좋아요... 이런 서사가 필요했어요
 피, 여자 신체, 깡패 그런 건 이제 구시대적이라는걸.. 보여줄 때입니다
  빨간모자앤 장현숙   ( 2021-11-13 )    수정   삭제 찬성 : 13 반대 : 5
넷플렉스가 시청률이 어딨어요? 조각조각 뜯어서 나라 마다 팝니다, 우리나라 50 대 미국 30 보다 젊음🌺언니들 이뻐요
  빽언니   ( 2021-11-13 )    수정   삭제 찬성 : 28 반대 : 6
좋은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이 배우들이 거창하게 가끔 나오지 말고, 주인공의 언니나 이모라도 맡으면서 더 자주 나왔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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