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증언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난민,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

유슬기 기자 |  2019.06.24

누구라도 난민촌에서 난민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과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내게는 무척 큰 행운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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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난민기구

 

난민이란 무엇인가. 난민의 지위에 대해 국제협약은 이렇게 말한다.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을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 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자’, 즉 난(), 어려움에 빠진 시민들이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그 11명 중 한 명

 

정우성이 만난 난민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세계 난민의 날인 620일 발행됐다. 그 날 그가 SNS에 올린 글은 책 홍보가 아니었다. ‘지난해 7천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1분마다 25명의 사람이 모든 것을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피신했다. 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였다 

정우성은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활동을 해왔다. ‘배우로서 자리를 잡으면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기구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딱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게 그의 변이다. 현재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이는 전 세계 11명 뿐이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친선대사로 오랜 기간 활동하다 특사가 됐다. 그의 참여는 5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그의 활동이 화제가 된 건 20185월 내전을 피해 난민이 된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이 시기에 대해 정우성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는 유엔난민기구 혹은 UNHCR이라는 조직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오히려 소수였다. 난민 문제라는 게,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이라는 게 그만큼 우리의 일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제주도에 갑자기 들어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을 두고 우리 사회가 화들짝 놀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나 역시 유엔난민기구의 미션으로 세계 각처의 난민촌을 방문할 때마다 과연 이들을,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문하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한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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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이미 세계의 난민들과 말을 섞고,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었던 정우성에게 이들은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난민 캠프를 방문해 그가 하는 일은 비슷하다.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둘러보고, 그곳에 있는 난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비슷한 일의 반복이지만, 그는 한 번도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각자의 사연에는 제각기의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난민들은 누구도 스스로 난민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나라를 잃고 만주와 연해주, 일본과 러시아를 떠돌았던 우리의 선조들도, 6.25의 피난민들도 그 시대의 난민이었다    

우리 삶 속에 들어온 예멘 난민을 두고도 한국 사회에는 홍역이 있었다. 이에 대한 면역이 없던 탓이기도 했다. 무지는 오해가 자라기 좋은 토양이다.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도 피어올랐다. 난민에 대한 이해 이전에, 선입견과 염려가 먼저 생겼다. 이들을 대변하는 자리에, 정우성은 주저하지 않았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며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흔히 난민은 헐벗고 굶주린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상황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고국과 연결된 유일한 끈인 스마트폰은 우리보다 그들에게 더 절실하다.

그 역시 악플의 희생량이 됐지만, 의연했다. 아직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보고 아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정우성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난민활동 때문에 본업에 지장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치는 하지 말라는 얘기는 가끔 듣습니다. 소수 기득권만이 잘 사는 나라는 결국 무너지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 혼자 고기 먹는 것보다 다 같이 고기 먹는 게 더 행복한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활동을 자꾸 프레임으로 해석하는데, 제가 위축되면 시민의 목소리를 누르려는 힘에 묶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우리가 나눠야 할 것을 말하는데, 그걸 굳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제가 정치적인 걸로 해야겠죠.”

 

온정이나 연민이 아닌 바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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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증인 스틸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우리는 그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 <비트><태양은 없다>의 청춘과, <더 킹><증인>에 출연한 부패한 어른과 각성하는 어른의 모습은 그가 자신의 몸을 빌어 비춘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차기작인 <강철비2>에서 그는 대통령을 맡는다고 한다. 오랜시간 시나리오와 연출 공부를 하던 그의 오랜 소망의 실현이다    

이제 그의 눈으로 본 풍경을 책으로 전한다. 그가 나누고자 하는 건 온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증인으로 그가 쓴 증언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난민에게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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