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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2013년 국가대표 은퇴를 각오했다, 왜?

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의 흑역사 (feat 흥국생명)

유슬기 기자 |  2021.08.19

<집사부일체, 김연경편>에서 양세형은 말했다. “사부는 한국에서 배구로 해외에 진출한 유일한 선수인데, 그 선수가 세계 랭킹 1”라고. 이 기록을 위해 그의 모국인 한국은 그의 해외 진출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는가. 과거를 복기해보면 그 반대다. 현재보다 더 인기도, 지원도 없었던 2012년 런던올림픽. 한국여자배구의 기적같은 4강을 이끌어 MVP를 받은 김연경을 기다리는 건 긴 분쟁과 검은 옷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해야 했던 은퇴 기자회견이었다. 

2021년의 가장 큰 인물, 현재는 너나 할것없이 김연경이라는 사람을 레전드로 추앙하고, 영웅신화를 써내려가는 시간. 하지만 그의 성취에 도취돼 가려진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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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의 김연경, 뉴시스

영웅은, 진정 난세에 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4강에 올랐다. 현재로선 믿을 수 없지만 당시 브라질을 3:0 셧아웃으로 이기고 올라왔다. 그리고 김연경은 메달권이 아닌 나라에서 올림픽 MVP를 받았다. 거의 매 경기 30점의 득점을 올렸다. 비결은 세계 무대를 경험해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이미 겨루어 봐서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보았듯, 그는 세계 배구 강국의 웬만한 플레이어와 맞붙어본 경험이 있고 그들과 서로 우정과 경의를 주고받는 사이다.

 만약 김연경이 한국에만 있었더라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런던올림픽의 영광이 선연하던 그 때 김연경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한국에서 소속팀과 갈등이 계속됐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여전히 자신의 소속선수라고 주장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의 계약이 종료됐고, ‘자유계약선수신분이라고 맞섰다. 당초 흥국생명과의 계약은 6시즌 이었다. 김연경은 4시즌을 흥국에서 뛰었고 이후 일본과 터키에서 3시즌을 뛰었다. 흥국은 임대선수신분으로 김연경을 보냈다. 여기에서 둘의 입장이 갈렸다. 임대 기간에 뛴 시즌을 인정해주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이미 해외 진출 사례가 있는 야구나 축구에서는 국제룰을 적용해 임대 기간 시즌을 인정해줬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평행선  

그때나 지금이나 배구 선수 중 해외로 진출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배구협회나 한국배구연맹(KOVO)는 세계 기준에 맞는 로컬룰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유권해석은 국제배구연맹(FIVB)으로 넘어갔다. 당사자인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재협상에 나서라는 것.

 20121019일 김연경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해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연경은 차라리 귀화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연경은 귀화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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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연경, 뉴시스

 흥국생명은 2013713일 김연경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를 공식화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사과한다면 임의탈퇴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협회는 침묵했다. 같은 시기, 야구계에서는 한화이글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류현진의 의사를 인정해 포스팅을 허락해주었다.

200518세의 나이에 흥국생명에 입단할 당시, 김연경은 드래프트 1순위였다. 흥국생명은 최하위 팀이라, 1순위 우선지명권이 있었다. 김연경은 일본, 터키에서 그랬듯 열여덟 흥국생명에 입단해 득점 1, 백어택 1, 공격성공률 1, 오픈이동서브 1위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당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받은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고, 김연경의 6관왕 기록은 현재도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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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당시 김연경 그는 이후로 4cm가 더 자랐다, KBS

 

 스물 여섯 김연경, 국가대표를 내려놓겠다 

20136월 김연경의 나이 스물 여섯, 그는 국가대표 은퇴라는 초강수를 둔다. 당시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배구 하는 게 좋고, 배구할 때는 항상 행복하듯이.. 국가대표를 정말 은퇴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건 아니지만,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답을 달라고 했는데요. 아직까지도 1년 전에 줬던 질의서에 대해서 협회에선 답이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할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부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연경의 입에서 국가대표 은퇴라는 말이 나온 것에 대해 충격받은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를 아시는 분이고,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 분이라면 제가 얼마나 배구에 대한 열정이 있고. 또 국가대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는 줄 아실 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일단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아직 해외에서 뛰던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이런 룰 자체도 지금 잘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뭐..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해외로 나가는 선수로서 국제 이적이라든지 국내 이적, 그런 경우의 규정을 확실하게 해서 앞으로는 후배들도 국제 이적의 경우 자유롭게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외배구를 경험해야, 국제대회에서 이길 수 있다 

김연경은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해 볼 것을 권했다. 그건 그 이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다보면 언어도 시스템도 익숙하다보니 안이해지기 쉽고, 안주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또 유럽배구나, 남미배구는 계속 다른 방식을 구사하는데 경험해보지 않고는 이를 배울수도, 대적할 수도 없다고 했다. 김연경이 세계 어느 팀을 만나도 막히지 않는 공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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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여자배구팀의 김치찌개 회식

  국제배구연맹 FIVB가 최종적으로 김연경의 손을 들어주었다. 터키 페네르바체는 228750유로를 지불하고 김연경을 데리고 왔다. 페네르바체는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자문 변호사단을 꾸렸고, 국제룰을 근거로 FIVB에 어필했다. 20142김연경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김연경이 올림픽 MVP 뿐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 리그 MVP를 받을 정도로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누리는 시절이었는데 2년 간을 분쟁으로 보낸 셈이다

그리고 2014년 김연경과 여자배구팀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땄고, 협회는 선수들을 체육관 옆 식당으로 불러 김치찌개를 대접한다. 당시 동메달을 딴 남자배구팀은 회식조차 없었다. 리우올림픽 당시에는 배구협회의 지원이 없어 컵라면을 주식으로 먹고 뛰기도 했다. 2016년의 일이다.

100년에 한 번 나올 김연경을 기다리는 게으른 심리  

우리는 현재 2021년의 김연경을 추앙한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2016년 리우올림픽 한일전에서 대차게 식빵을 구우며 대중에 마음속에 각인 된 배구계의 슈퍼스타를 우러른다. 이제와 그의 과거의 영광을 곱씹으며 그가 어떻게 해외에 진출했고, 그 때 꼴찌팀을 어떻게 우승까지 이끌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4, 2016년 리우올림픽 8, 2021년 도쿄올림픽 4강의 신화를 쓰기까지 그가 얼마나 변함없는 에이스였는지를 보며 감격한다.

 흥국생명은 2020년 김연경을 다시 영입하며 “10년 간 영구결번시킨 10번을 돌려준다고 홍보했다. 당시 선수들에게 배정된 샐러리캡 23억 중 이미 이재영 선수에게 6, 이다영 선수에게 4억이 책정돼 있었고, 김연경은 자신마저 고연봉을 받으면 남은 선수들에게 낮은 연봉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연봉을 낮추고 흥국에 입단한다. 그리고 쌍둥이 선수들이 빠진 뒤 흥국생명을 준우승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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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을 떠나 중국리그로 가는 김연경

 2021년 도쿄올림픽의 4강으로 금의환향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자회견에서 배구협회 관계자가 포상금이 얼마인줄 아느냐”, “대통령께 감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논란이 된 건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평균신장 180cm가 넘는 선수들을 국제대회 때 이코노미 석에 태운 일, 통역사 조차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일, 지원은 소흘했지만 배구가 인기를 모으면 그 성과는 가장 먼저 착복하는 일 등은 곪을 대로 곪은 배구계의 숙제다.

 김연경은 100년 혹은 200년에 한 번 나올 선수라고 수식처럼 말한다.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 배구는 그에게 어떤 풍경이었을까. 김연경 이후의 배구는 어떻게 될까대답은 이제 우리 몫으로 남았고, 흥국생명 잔류를 거절한 김연경은 이제 곧 중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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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Albert   ( 2021-08-2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좋은 분석 기사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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