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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김수지의 전설같은 우정

박수칠 때 떠나는 20년지기 배구인들

유슬기 기자 |  2021.08.14

김수지에게 김연경은 외국인이다. 일본, 터키, 중국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김연경에게 한국은 늘 낯설다. 들어올 때마다 신문물이 생긴다. 그런 김연경에게 배달어플 사용법, 쇼핑하는 법 등을 알려주는 건 오랜 벗인 김수지다. 가이드처럼 김연경이 한국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김수지는 도쿄올림픽 전 김연경의 유튜브인 식빵언니에 출연해 서로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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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식빵언니>에 출연한 김수지, 김연경

김연경에게 김수지는 물주. 김수지는 자신이 써보고 좋은 제품은 늘 다량으로 구입한다.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김연경은 시합 전 메이크업 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쓰는 화장품 중 대부분이 얻은 것이라고 했는데 그 기부천사는 김수지일 가능성이 크다

초,중,고 그리고 국가대표까지 함께 한 전설같은 친구

사실 김연경 이전의 한국선수들은 시합 전 메이크업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김연경이 아이라인을 그리고 나오면 선수단안에 쑥덕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해외 시합을 경험한 김연경에게는 메이크업도 하나의 준비였다. 유럽의 선수들은 염색, 레게머리, 문신, 악세사리 등을 동원해 '쎈언니'로 풀 세팅을 하고 경기에 나온다. 스스로에게 기를 불어넣는 도구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기를 죽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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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987년생 김수지와 빠른 1988년생 김연경은 초고를 함께 한 절친이다안산서초원곡중수원한일전산여고를 나왔다두 사람에게 남자친구가 생겨 서로에게 소흘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붙어다녔다. 1년에 한 번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된 이유다.

다만 초등학교 때 김수지는 가장 큰 선수였고, 김연경은 가장 작은 선수였다. 김수지는 당시 전국대회를 휩쓸던 가장 잘하는 선수였고, 김연경은 키가 다 자라지 않아 볼공급을 담당하는 세터 포지션에 서거나 후보 선수로 있었다. 하지만 김수지는 당시에도 “(김연경은) 기본기가 탄탄해 잘 될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장 작았던 김연경과 가장 컸던 김수지 

두 사람의 모교 원곡중학교 배구단의 코치는 김수지의 아버지 김동열 감독이었다. 김수지는 무뚝뚝한 아버지가 김연경 선수를 만나면 한없이 자상해진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장래희망으로 국가대표를 말했었는데, 20년 지기 절친인 두 사람은 나란히 올림픽 경기의 코트를 밟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21년 도쿄올림픽이 그렇다.

점수를 내면 세상을 얻은 듯 표효하는 김연경과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김수지는 코트 위에서도 상반된다. 오죽하면 김수지는 점수는 내가 냈는데, 연경이가 하도 리액션을 크게 하니까 사람들이 연경이가 낸 줄 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지도 안다. 김연경은 '우리 모두의 최고의 캡틴'이라는 걸. 

김연경이 주장으로 있는 팀은, 공격 한 번이 끝나면 무조건 코트 위에 모든 선수가 모인다. 김연경은 매 점수마다 파이팅을 외치고 작전을 전한다. 모두에게, 무엇보다 김연경에게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김연경은 그런 순간 순간이 경기를 다르게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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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최고참이자 절친인 양효진 그리고 김수지

라바리니 감독은 부상을 극복한 김수지와 김희진이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김수지의 포지션인 센터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라바리니 감독도 알고 있었다. 김수지는 해외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올림픽을 라바리니 감독을 비롯해 해외 스태프들과 함께 치러 외국의 시스템이 어떤지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는 은퇴를 앞둔 이 나이에도 배울 게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제 한일전은 없겠네

팀 중 최고참인 김수지와 김연경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인 2020년에 올림픽이 올리길 바랐지만 이렇게라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게 감사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날아오른 마지막 올림픽이 이제 끝이났다. 별다른 소회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5세트 접전을 벌인 일본과 역전승을 했을 때 지나가는 말처럼 이제 한일전은 없겠네라고 말한 정도다.

김수지는 해외에서 외롭게 분투하는 김연경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경이 있었기에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안다. 개인적인 안타까움과, 배구인으로의 고마움이 교차한다. 그리고 두 선수는 이제 나란히 국가대표의 영광과 짐을 벗는다. 보는 이들이 아쉬워 다른 국제대회에서라도 한 번 더 뛰어달라 부탁해보지만, 두 선수는 안다. 그런 국제대회에서의 경험이 쌓여야 큰 대회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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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가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20년 전, 두 사람은 알았을까. 가장 컸던 김수지와 가장 작았던 김연경이 훗날 올림픽에서 함께 코트 위를 누비며 국민들에게 다시 없을 감동의 순간을 선사해주리라는 걸. 후배들에게는 이들이 뛰던 시절과 전혀 다른 시절의 배구를 선물해주리라는 걸. 이제 여자배구는 더 이상 남자배구 끝나고 이어지는 경기가 아니다. 통역이 따로 없어 김연경이 나서서 통역하던 시대도 지났다. 2020 올림픽을 마치고 이들은 가장 큰 박수를 받으며 한국에 돌아왔다.

라떼는어땠는지 이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후진들에게 과거를 물려주지 않은 이들의 족적이 그대로 역사다. 국민들과 배구인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넘기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박수칠 때 떠난다. 시작할 때나 끝낼 때나 함께할 친구가 있어 외롭지 만은 않을 길이라는 게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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