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의 <검블유> vs 이정재의 <보좌관>, 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

권도은 작가의 성공적 데뷔 vs 이정재의 성공적 복귀

유슬기 기자 |  2019.06.18
포털은 오늘을 반영한다. '검색어로 시작하고 검색어로 마무리 하는' 하루,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그것이 바로 오늘이다. 이 치열한 오늘을 사는 이들이 포털 업계 종사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 전략 본부장’이라면 어떨까. 매일 0.1%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전략을 짜고 또 짠다. 사람들은 우유나 세제는 쉽게 바꾸지 않지만, TV채널과 포털 사이트는 금방 갈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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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드라마 <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배우 임수정은 드라마 <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이하, 검블유)>에서 업계 1위 포털인 유니콘의 전략 본부장 배타미 역을 맡았다. 초연결 시대에 인터넷은 생필품이자 권력이다. 대중의 눈과 귀와 입이 이곳에 모여 있다. 이 권력의 정점에 임수정, 전혜진, 그리고 이다희가 있다. 드라마는 이들이 어떻게 그 정점에 올랐는지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이들의 현재 능력치를 보여줌으로써 납득시킨다. <검블유>1화에서부터 실검 조작이슈를 터뜨린다. 실검이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정국에, 검색어 하나를 지우는 일은 국회 청문회가 열릴 정도의 이슈가 된다.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 상상도 못했겠지만     

주인공 배타미는 정의롭지 않다. 다만 합리적이다. 포털이 검색어를 지웠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막상 청문회 장에서는 포털의 관리 및 자정 기능을 들어 역공을 편다. 그리고 포털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국회의원의 성매매 사실을 알림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킨다. 이는 대중의 여론을 뒤집기에는 충분했으나 기득권의 심기를 거스른다. 검색어 조작을 지시한 기업의 총수는 말한다. “그런다고 민주주의가 될 것 같아?”, 청문회장에서 배타미에게 반격당한 국회의원은 말한다. “난 너희 같은 것들이 제일 싫어.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자기 욕망에 눈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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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나, 전남편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스스로의 욕망을 위해 돌진하는 주인공들의 등장은 반갑다. <검블유>를 이끄는 임수정, 전혜진, 이다희는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업계 프로로 등판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임수정의 완급조절과 전혜진의 노련함, 이다희의 에너지가 보기좋은 삼각편대를 이룬다.  ‘공정하고 정의로운사회를 위해 안팎으로 힘을 기르는 이다희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전혜진은 임수정과 붙을 때마다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김은숙 작가의 서브 작가, 권도은 작가의 성공적인 출루

비비드한 컬러의 수트를 입고, 립스틱을 짙게 바른 입술로 오가는 설전은 이들의 외모 역시 꾸미기 노동이 아닌 일종의 전투복으로 느껴진다. ‘챙챙소리가 날 것 같은 탄성과 타당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빚어진 이들의 대사는 이 서사의 또 다른 한 축인 로맨스보다 훨씬 더 쫄깃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실검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권리가 없습니다."

"그의 인생을 망친 게, 정말 실검입니까? 실검은 아무도 변호하지 않습니다. 현상만을 변호합니다. "

<검블유>로 데뷔한 권도은 작가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문하생으로 알려져 있다. 김은숙 작가 드라마 특유의 말맛은 제자의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하다. 이건 흉내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고유의 리듬감을 탑재해야 가능한 일인데 권도은 작가는 IT라는 전문분야의 논리타당성면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여성 캐릭터들이 주체성을 갖고, 자기 분야의 리더로 팀을 이끄는 모습에도 부족함이 없다.

 

비밀연애보다 쫄깃한 국회 암투, 이정재·신민아의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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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 드라마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2009<트리플> 이후 10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정재는 <추노>를 만든 곽정환 PD의 드라마 <보좌관>을 선택했다. <보좌관>은 그야말로 권력의 끝판왕인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그림자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전을 펼치는 보좌관의 세계를 담았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정태준은 과거 경찰이었으나, 시위 현장을 진압하다가 비극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상흔을 갖고 있다. ‘이기는 싸움을 하기로 작정한 그는 권력의 심장부에 침투한다     

<보좌관> 역시 비례대표 초선의원을 맡은 신민아와 이정재의 비밀연애담보다 두 진영의 지략 대결에 더 눈길이 쏠린다. 탐욕과 권력의 탑에 사는 이들을 이기려면 코피 터질 정도로정보를 모아 적절한 타이밍에 터뜨려야 한다. 드라마가 리얼리티를 얻으려면, 국회에 대한 디테일한 취재와 정당간 이해관계에 대한 혜안이 필수다. 1,2회를 마친 지금 <보좌관>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한 후 다시 보좌관으로 돌아온 생계형 보좌관, 언론사 출신 보좌관, 행정 담당 보좌관 등 각 보좌관에게 명확한 롤을 주고 캐릭터를 살린 것도 작품에 입체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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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유><보좌관>은 권선징악의 이야기도, 전쟁 속에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도 아닌,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포털이라는 권력과 국회라는 옹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민낯을 다룬다. 주인공은 영웅은 아니나 영리하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을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과정은 이미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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