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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모가디슈> 조인성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살아남은 모두가 영웅"

선수현 기자 |  2021.08.03

1990년 전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절실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며 세계화를 부르짖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UN에 가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UN 회원국 투표로 그 가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한 외교 총력전이 분주하게 이뤄지던 때다. 특히 소말리아 주재 모가디슈는 남북 외교 공세가 치열한 곳이었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를 배경으로 한다. 정확히는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내전 위기가 들불처럼 번지던 때다. 통신마저 끊긴 그곳에 고립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면서 긴장감 감도는 동행이 시작된다. 국적과 이념을 뛰어넘어 생존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 

<모가디슈>는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등을 통해 수차례 관객을 뒤흔들어 왔던 류승완 감독이 맡아 관객을 내전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긴장감으로 초대한다. 배우 김윤석은 소말리아 주재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았고, 조인성은 한국 대사관을 관리·지원하는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역으로 열연했다. 

강대진은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판단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내전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기지로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인물이다. 완급을 조절하는 조인성의 연기가 1980~90년대 분위기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안시성> 이후 3년만에 관객 앞에 나선 조인성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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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에서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역을 맡은 조인성은 완급을 조절하는 연기로 영화 배경인 1980~90년대에 녹아들었다. ⓒIOK컴퍼니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 후반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습니까?

“직업 특성상 험악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시대가 주는 틀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협상할 때는 체면 몰수하고 목적을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여줬다가 화도 내는 다양한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 캐릭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인물에 놓인 상황을 최대한 생생하게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소말리아 주재 남북 대사관 직원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주제의식이 명확한 영화인데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나요?

생존 앞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싶었어요. 사는 게 먼저니까. 전쟁이 참혹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구나, 간접적으로 생각했죠. 누군가 원치 않게 상처를 받고 아이들이 죽는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또 영화는 특정 영웅이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모두가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며 울컥한 장면이 있다면.

“남북 사람들이 같이 밥을 먹으며 깻잎을 잡아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건 우리만 알 수 있는 문화잖아요. 깻잎을 먹는 나라는 남북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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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에서 UN 회원국 가입을 앞두고 소말리아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남북 대사관 직원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는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있죠. 소말리아 대신 모로코에서 100% 촬영을 진행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경험이 됐을 것 같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게 많았어요. 촬영 현장이 늘 호텔에서 5분 거리여서 편했고요. 한국에서 촬영하면 끝나고 집에 가며 뿔뿔이 흩어지는데 <모가디슈> 팀은 같이 밥 먹고 같은 공간에서 자며 모든 걸 함께 하는 환경이었어요.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죠. 모로코 종교가 이슬람교여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던 건 좀 힘들었네요.”

강대진은 정보요원이지만 의외로 영화 초반에는 대사만 거칠고 후반에 가서야 액션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와 같은 설정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금 변칙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영화 초반에 직접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않아 뒷부분 액션이 강렬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의도한 대로 잘 맞아 떨어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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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말리아 내전이 배경인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혹시 다른 캐릭터 중 욕심나는 배역이 있었나요?

“다른 역할을 하고 싶기보다 연기하면서 허준호 선배님의 얼굴, 김윤석 선배님의 전체적인 시선과 해석을 닮아가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허준호 선배님은 얼굴로 다 표현이 되는 페이소스가 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강렬함이었죠. 김윤석 선배님은 이미 완성된 분이에요. 얼굴 표정으로 전체를 장악하고 현장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분이에요. 저는 돈 받고 연기수업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런 모습들을 배우고 싶은데 욕심이겠죠. 잘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야 그런 얼굴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양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지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인물을 많이 봐요. 외피보다 내피에 집중하는 편이고요. 캐릭터에 사람이 보이는지를 첫 번째로 생각하고 선택해요. 근사한 미장센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정서가 없다면 제 취향의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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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에서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역을 맡은 조인성은 완급을 조절하는 연기로 영화 배경인 1980~90년대에 녹아들었다. ⓒIOK컴퍼니

 

최근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을 통해 연기 외 다른 방식으로 인사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인데, 이유가 있다면?

“<안시성> 이후 3년 만에 신작이 나왔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코로나 상황으로 개봉도 쉽지 않잖아요. 관객을 극장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지만 안방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드라마는 많은 시간과 공정이 필요하니 빠른 시일 내에 인사드리기 어려울 것 같고. 마침 기회가 돼서 <어쩌다 사장>으로 인사드렸네요.”

<모가디슈>는 코로나 발발 직전에 촬영을 마치고 코로나 시대에 개봉을 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1년 사이에 이런 세상이 도래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촬영 막바지에 코로나 이슈가 생겼고 그때는 금방 지나갈 거라 믿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마스크를 안 쓰고 서로 잘 어울리던 때가 있었구나 싶어요. 그때 누릴 수 있는 걸 까먹고 이제야 새삼 그립네요.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캔다’고 그래도 이왕 개봉한 거 이러한 상황을 한탄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때 아닐까요. 힘든 상황이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면 <모가디슈>가 있고, 숨통 트이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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