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너무 크다… 4점 만점에 3.22점

“우리 사회 불평등·불공정하다는 인식 팽배”

서경리 기자
Ⓒ셔터스톡

우리 사회의 계층갈등은 객관적 소득계층보다는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계층 간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즉 실제 소득보다는 종합적으로 인식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계층갈등의 중심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 정해식·김미곤·여유진·김성근·류연규·우선희·김근혜 연구팀이 작성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사회갈등과 사회통합’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계층갈등이 소득, 경제활동상태, 직종과 같은 단일 차원의 지위 변수보다는 다차원으로 인식되는 다양한 요인의 총합으로서의 주관적 계층에 의해 더 잘 설명된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계층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계층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소득격차뿐 아니라 다차원적 격차와 편견을 감소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 인식이 4점 만점에 3.22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4점 만점에 2.59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특히 하층이 중상층에 비해 이러한 인식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집행의 불평등 수준이 부(富·재산)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을 보여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은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사회의 아노미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사회적 신뢰는 낮고, 묻지마 범죄, 가정 해체, 자살과 같은 사회병리현상이 증가한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과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좀 더 체계적으로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흔히 세대내(內) 또는 세대간 계층이동은 열린사회로서의 공정성을 보장해 주는 최후의 보루다. 이는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희망에 기대어 열정과 노력을 담보해 내는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세대내(內) 또는 세대간 사회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다양한 징후들이 관찰되고 있다. 연구팀은 “일생 동안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세대 내 이동의 가능성,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본인 세대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세대 간 이동의 가능성에 대해 저소득층 혹은 하위계층이 가장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가 다소 불평등하더라도 과거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 시기처럼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열려 있거나,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상당히 닫혀 있더라도 서구 복지국가처럼 전반적으로 평등한 사회인 경우애는 사회의 불안과 사람들의 불만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회가 불평등하고 불공평하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조차 닫혀 있는 사회에서 사회의 불안과 사람들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면서 “너무 늦지 않게 교육, 노동시장, 가구소득 전반의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이동의 통로를 재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국가 개입과 복지 태도 등의 영역에서 중간층의 보수화, 혹은 자기 이해적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치 영역-경제 갈등, 공정성과 평등 등에 대한 인식-에서 중산층 혹은 중간층이 고소득층 혹은 중상층에 비해 더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실질적인 생활 영역-국가 개입, 복지 확대, 증세 등-에서 고소득층이나 중상층보다 더 소극적이거나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중간층이 자신의 위치를 좀 더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며 “중간계층의 경우 복지를 확대할 경우 세금을 더 낼 확률이 높은 반면, 취약계층 위주로 복지가 확대될 경우 자신이 복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점점 더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잔여적 복지국가일수록 중산층의 반(反)복지 성향이 강하고 제도적 혹은 보편적 복지국가일수록 친(親)복지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복지수준이 낮은 현 상황에서 중산층의 반복지 성향이 확대되는 것은 중장기적 복지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편적 복지 확대와 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시민 교육을 통해 친복지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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