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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 평범한 주부 시청률의 마왕이 되기까지

<펜트하우스>에서 가장 고마운 배우는 바로...(인터뷰)

유슬기 기자 |  2021.06.07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던 1971년생 김순옥 작가는 서른이 되던 해 2000년의 어느 날 TV를 보다가 MBC 베스트극장 극본공모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극본을 써 냈다가 당선됐다. 학원이나 아카데미를 다닌 적은 없었다. 이후 인턴작가로 한 달에 5편씩 작품을 쓰며 필력을 길렀다. 그 때 쓴 단막극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훗날 자신의 장편 드라마에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살림만 하다 활동을 하니 너무 신났다'고 작가는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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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로 작가상을 받은 김순옥 작가, MBC

이후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가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 등 매운맛으로 분류되는 복수극을 써왔다. 그의 모든 기량이 집대성 된 게 <펜트하우스>다. 보는 순간 뇌와 심장을 얼얼하게 하는 드라마, 막장이라는 말도 싱거워 마라맛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펜트하우스> 시즌 3가 시작됐다. 대장정의 막을 내릴 마지막 이야기다. 김순옥 작가는 시즌 3에 앞서 이례적으로 서면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동안 쏟아진 뜨거운 관심과 논란에 대한 답신이었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김순옥 작가는 시즌1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시즌2죄에 대한 인과응보가 포인트였다. "인간은 끝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 한 칸을 가진 사람이든 아흔아홉 칸을 가진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결핍 때문에 불행하고 그 불행함 때문에 계속 죄를 짓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집이 열 채인 사람은 집을 열한 채 사지 못해서 억울하고, 백 명한테 사랑받는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불행하다며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시즌 1에서 악인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면, 아마 시즌2, 시즌3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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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시즌3가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시작했다, SBS

실제로 김순옥 작가는 가장 재미있게 쓴 장면으로 시즌2에서 주단태(엄기준)을 처단하기 위해 나애교로 변신한 심수련(이지아)가 별장 지하에 갇혀 있다가 경찰들에게 오늘이 며칠인가요?” 묻는 장면을 꼽았다. “엄청 생각이 안 나서 힘들었던 시기에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는 것.

우리는 모두 한번쯤 민설아를 만난다  

사교육, 학교폭력,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겪은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 또한 살벌한 교육 현장에서 두 아이들의 입시를 치렀고, 때문에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왔다는 것.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담합하는 모습도 봤고, 몇 해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값이 두 배가 되면서 괜한 상실감에 우울하기도 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민설아(시즌1에서 세상을 떠난 이야기의 방아쇠)”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환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괴롭히고, 언어폭력을 가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줬을 거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다. 우리 모두 때론 가해자가 될 수도, 때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순옥적 허용, 개연성 부족? 인정한다, 그런데 살리고 싶다 

죽은 자들이 결코 죽지 않는 순옥적 허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에 대한 개연성 부족도 쿨하게 인정했다.

드라마가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부활절 특집이냐는 말도 들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고쳐야지!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또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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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역할을 맡은 유진, SBS

그가 가장 감사한 인물은 오윤희를 맡은 유진이다시즌1에서 민설아를 죽인 살인자가 되면서 많은 욕을 먹고, 본체 또한 멘붕이 왔을 터인데, 한 번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가장 오윤희다울까만 고민하면서 대본에 집중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 선하고 예쁜 얼굴로 잘 소화해주어서 감사할 뿐이다.”

가장 먼저 지은 이름 오윤희, 가장 고마운 유진 

그가 <펜트하우스>에서 제일 먼저 지은 이름도 오윤희. 누구나 주변에 한 사람쯤 알고 있을 법한 흔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고 했다. 흔한 사람들의 흔한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최후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줄 시즌3의 주제는 파멸이다. 그는 대장정의 마무리를 이렇게 일단락했다.

인간이 죄를 짓고, 온 세상이 다 무너져버리는. 그러나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고, 무너진 돌 틈 사이에서 새싹이 태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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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배우를 안아주는 김순옥 작가, SBS

김순옥 작가는 자신의 모교인 이화여대 학보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작품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위대하고 훌륭한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다만   

저는 드라마 작가로서 대단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거나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요.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오늘 죽고 싶을 만큼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들, 자식들에게 전화 한 통 안오는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런 분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거예요. 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 그 자체가 그분들에게 삶의 낙이 된다면 제겐 더없는 보람이죠. 위대하고 훌륭한 좋은 작품을 쓰는 분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드라마가 '막장' 논란에 처할 때도 "드라마의 부족함은 다 작가의 탓이니 고생하는 배우나 제작진을 탓하지 말아달라"고 했었다. 그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건 인생 막장에 처한 이들만이 아니다. 쾌속전개와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밀레니얼 세대도 사로잡았다. 이제 배우들에게 김순옥 작가의 선택을 받는 일은 '가문의 영광'이 됐다. 그의 작가인생 또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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