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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안희숙 피아니스트의 못다한 이야기

석영 안석주의 딸, 시대의 예술을 관통하다

유슬기 기자 |  2021.05.19

당시엔 여성이 26세만 넘으면 노처녀 취급을 받았어. 언제 시집가느냐는 성화들을 해 듣기 싫었어. 그러니까 그 때 동기들 중 노처녀 선생님들 시집도 못가고 하여 학교가 끝나면 가끔 스트레스 해소한다는 구실로 함께 놀곤 했어. 지금처럼 놀이 문화가 발달 안 되어 겨우 명동이나 종로 거리 활보하는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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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 263쪽

 

 마치 사랑방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옛날 이야기 같으면서도 또 요즘의 풍경과 겹쳐진다. 당시의 명동, 종로 등을 함께 걷다보면 시대를 관통해 살아온 한 예술인의 삶이 겹쳐 보인다.

 안희숙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원로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다. 안희숙 교수는 한국 근대 문화예술사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석영 안석주(1901~1950) 선생의 딸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작곡한 안병원은 그녀의 큰오빠. 그는 최근 안희숙, 석영 딸의 못다한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시대의 피아니스트 안희숙, 인생의 건반을 두드리다에 이어 두 번째 회고록이다. 이번 책은 서사시의 형태로 쓰였다.

 

 큰오빠 안병원과 함께 국방부 정훈 음악대에서 반주 맡아

 부산으로 피란을 떠났다. 큰오빠 안병원이 얻어놓은 부산 서대신동 시장 맞은편의 기다란단칸방에 짐을 풀었다. 안병원은 국방부 산하에 정훈 어린이 음악대를 조직했다. 전쟁의 상흔에 모두들 지치고 힘들어할 때 천사 같은 아이들의 노래와 연주가 장병들과 피란민을 위로했음은 물론이다. ‘정훈 어린이 음악대의 공연 프로그램은 주로 기악 독주와 독창, 합창, 그리고 한국무용 등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 실력이 생각보다 완벽했다는 점이다.

 당시 음악 대원으로 이규도(훗날 이화여대 성악과 교수), 한동일(훗날 세계적 피아니스트), 이여진, 이희춘, 김귀옥, 안희복 등이 있었다. 이들은 훗날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런 음악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합창 반주는 스무 살 안 교수와 권길상 선생이 번갈아 맡았다. 음악대 식솔들에게 밥과 빨래를 도맡아 살림을 살았던 이는 안 교수의 어머니 김흥봉 여사와 언니 안희옥이었다.

 8.15부터 6.154.19에서 5.16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모두 살아낸 그는 자신의 삶을 담아 연주했다. 그는 1980~1990년대까지 활발히 독주회를 열었다. 그의 연주에 대해 평론가 이상만은 이렇게 리뷰했다.

 "안희숙 교수의 연주는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에 안주하지는 않았다. 그도 새로운 세대들과 당당히 기교를 겨루고 진취적인 음악 해석을 시도하는 의욕적인 단면이 있어 호감이 갔다."

 

 최고의 연주는 겸손이다 

요즘엔 스트리밍과 유튜브를 통해 듣고자 하는 곡을 거의 다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직접 콘서트홀에 가서 듣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연주자는 그런 차이를 몸으로 느껴야 발전할 수 있다. 연주자는 또 겸손과 경청을 통해 성장한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도 자신의 연주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이 더디게 된다.

그는 이제 연주 대신 책으로 마음을 전한다. 29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전하던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자신은 이제 살 날이 얼마 안남았지만 젊은 이들은 더 찬란한 세상을 살기를 바란다. 음악이 과학과 감성의 결합체로 감동을 주듯, 이렇게 정화된 심성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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