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일잘러의 조건

25만 5000건. 구글 검색창에 ‘일잘러’를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콘텐츠 수입니다. ‘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지요. 출판계와 콘텐츠 플랫폼에도 ‘일잘러 되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차고 넘칩니다. 직장에 취직해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법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청년 실업률 최대치인 시기, 어렵사리 취직한 후 왜 굳이 ‘일잘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이 일반화되고 있을까요? 첫째, 일의 다양화·세분화가 영향을 끼쳤습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면서 선배와 상사로부터 배울 수 없는 일이 많아진 것이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맨땅에 헤딩’하듯 해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겁니다. 둘째, 정보·콘텐츠 홍수 시대의 산물입니다. 과거에는 정보도 많지 않았고, 여가 시간에 즐길 만한 콘텐츠 또한 많지 않았습니다. 취사선택의 여지가 적었죠. 다시 말해 요즘 일잘러들의 고민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셋째, 밀레니얼의 성장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밀레니얼은 일터를 더 이상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일찌감치 들여다본 조숙한 세대인 밀레니얼은 일과 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넓습니다. 일을 ‘나만의 삶을 디자인하는 과정이자 도구’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지요. 이들에게 일잘러가 된다는 건 결국,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내가 원하는 이력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 《topclass》에서는 ‘요즘 일잘러’를 만났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시리즈 저자 박소연 △《기획의 정석》 등 ‘정석 시리즈’ 3부작 저자 박신영 △쿠팡 ‘로켓배송’ 전반을 책임지는 김성한 PO(프로덕트 오너) △취준생의 멘토인 유튜버 ‘면접왕 이형’ 이준희 대표 △팬덤을 거느린 음악 스트리밍 브랜드 ‘스페이스오디티’ 마케터 정혜윤 △궁극의 생산성 도구로 인정받는 ‘노션’의 전시진·이해봄 프로 등.

이들은 다른 분야의 언어로 다른 말을 하는 듯 보이지만, 궁극의 수렴 지점은 신기하리만큼 비슷했습니다. 핵심 메시지가 ‘본질’과 ‘정리’로 모아지더군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핵심 활동’과 ‘배경 활동’으로 구분한 후 일의 순서를 정리하라는 겁니다.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건 일의 ‘도구’입니다. 비대면 업무, 리모트 워크가 퍼지면서 ‘노션’을 비롯, ‘아이패드 프로’ ‘워크플로위’ ‘알마인드’처럼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생산성 도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도구들을 쓴다고 반드시 일잘러가 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일잘러들이 새로운 생산성 도구를 적극 활용합니다.

또 하나, ‘효율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노동 생산성은 낮기로 유명합니다. 바쁜 꿀벌처럼 왔다 갔다 하지만, 정작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턱없이 낮다는 얘기지요. 팬데믹 이후에는 ‘보여주기’식 가짜 일이 설 땅이 없습니다. 리모트 워크는 ‘근무시간’이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받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잘러’가 되길 강요받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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