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술담화 대표

혼술, 홈술 시대에 딱! 전통주도 정기 구독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 경제’가 진화하고 있다.
본래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 간행물에 쓰이던 용어였지만 지금은 서비스 대상이 매우 광범위해졌다.
전통주도 그중 하나다. 2년 전 문을 연 술담화는 매달 3만 9000원을 내면 2~4종의 전통주를 집으로 보내준다.
전통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집에서 먹는 ‘홈술’, 혼자 마시는 ‘혼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술담화 정기 구독자는 작년에 비해 열 배가 늘었다.
술담화 창업자인 이재욱(27)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주재원으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많이 했고, 대학은 홍콩에서 다녔다. 홍콩과학기술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그는 2018년 6월 졸업과 함께 귀국해 두 달 뒤 곧바로 술담화를 만들었다.

“전통주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마셔본 적도 없고, 이런 술들이 있는지조차 몰랐죠. 2017년 가을에 한국에 잠깐 머물고 있을 때, 우연히 aT센터에서 열린 ‘우리술 축제’에 가게 됐어요. 전국 각지 명인들의 술을 전시하고, 시음도 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여러 가지 술을 맛보다 깜짝 놀란 게 있어요. 전통주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고, 또 너무 맛있었거든요. 이후 전통주를 구해보려고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녔는데, 구입이 쉽지 않았어요. 아무런 정보와 지식이 없는 저 같은 소비자에게는 설명이 너무 불친절해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어요. 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특히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아서 막연하게 식음료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전통주를 만나게 됐는데 이 좋은 술을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알려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정부가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2017년 7월부터 주류 중 유일하게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상태라 창업에는 더없는 적기였다. 그의 아이디어를 들은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흔쾌히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이, 주로 카페에서 만나 회의를 진행하고 사업 방향을 만들어갔다. ‘전통주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판매 방식이 매우 중요했고, 그가 생각한 것이 바로 구독 서비스였다.

“제가 쇼핑몰에서 전통주를 구입하려 했을 때 느꼈던 불만을 생각해보니 매달 한 번씩 누군가 술을 골라서 집으로 보내주면 편하겠더라고요. 젊은 층이 대상이니만큼 홍보 수단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어요. 처음에 구독자 2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작년 대비 열 배 정도 늘었습니다. 최근 음주 트렌드인 ‘편리하게 즐기는 술’과 ‘개성 있게 즐기는 술’에 딱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혼술과 홈술에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월 구독료 3만 9000원, 구독자 87%가 2030세대

술담화의 배송 박스. 매달 2~4종의 술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담은 큐레이션 카드를 동봉한다.
현재 정기 구독자의 87%는 20~30대, 2개월 연속 기준으로 재구독률이 90%에 이른다. 월 구독료는 배송비 포함 3만 9000원. 한 박스에 보통 2~4병이 들어간다. 배송비를 제외하고도 시중가보다 10~15% 정도 저렴하다. 정기 간행물처럼 1년 치를 한꺼번에 선납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자동 결제하는 방식. 결제 2~3일 전 그달의 구성품을 미리 공지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쉬어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통주는 2000여 종. 그중 매달 2~4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는 주로 계절을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7월엔 여름 술 특집으로 ‘복단지(복분자)’ ‘술샘 16(오미자)’ ‘술아’를, 8월엔 건강을 주제로 ‘고흥 유자주’ ‘홍삼명주’ ‘꿀샘 16’을 넣었다. 9월에는 추석 상차림에 어울리는 전통 탁주·약주·청주 세 병 세트를 구성했다.

각각의 술마다 제품의 특징과 함께 어떤 안주와 잘 어울리는지, 향미, 칵테일 레시피, 양조장의 역사 등을 담은 큐레이션 카드를 동봉한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알고 먹는 술’을 만들어주는 것. 회사 이름이 ‘술담화’인 이유다.

이재욱 대표는 창업 전 두 달간 전통주갤러리에서 일하며 실무 지식을 쌓았다. 갤러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전통주갤러리의 해외 공관 홍보 행사 때는 통역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전통주 공부에 매진해 이름난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술 빚는 법을 배웠고,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에도 출전했다. 제품 구성을 위해 양조장을 직접 찾아다니다 보니 전통주 명인들과도 교류가 활발하다.

“명인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처음에는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이분들에게 구독 서비스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힘들었죠. ‘예전에도 젊은 친구들이 이런 거 잠깐 하다 그만둔 적이 많았다’고 내치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전통주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명함을 돌리며 눈도장 찍고, 양조장도 자주 찾아갔어요. 몇 달 전부터는 매달 보고서 형식으로 고객들의 맛 평가와 가격 만족도 등을 정리해 보내드리고 있어요. 그동안 시장의 반응을 제대로 살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런 정보나 마케팅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우리가 도와드리고, 함께 시장을 키워나간다면 큰 보람이죠.”


전통주만의 매력 널리 알려야

전통주갤러리에 전시된 문경 바람(좌측)과 고운달 위스키(우측).
우리나라 최초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인 이종기 명인이 문경 사과, 오미자를 주재료로 만들었다.
그는 전통주의 장점에 대해 “탁주와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 등 다양한 주종으로 구성돼 있고, 도수가 높거나 낮은 술, 산미 있는 술, 단 술, 드라이한 술 등 다양하다”며 “어떤 소비자의 입맛도 상황, 개성도 다 맞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통주의 매력을 널리 알려서 지금의 상승세가 반짝 인기가 되지 않도록 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전통주 구독’이라는 이색 서비스를 통해 젊은 층을 공략, ‘전통주는 올드하다’는 선입견을 깬 이재욱 대표. 덕분에 술담화는 창업 2년 만에 직원 수 열 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쇼핑몰을 열었고, 경기도 광교에 번듯한 사무실도 얻었다.

“‘술담화 덕분에 인생 술을 만났다’ ‘내 돈 주고 산 술인데도 선물받는 기분이다’ 같은 후기를 보면 뿌듯합니다. 앞으로 술안주, 숙취해소제, 담금주 키트 등 술자리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의 술자리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 그가 술담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다.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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